어제는 봉화에서 태백까지 넛재를 넘어서 75km를 달렸다. 오늘은 다시 태백에서 봉화까지 65km를 달려야 한다. 주차해둔 차를 찾으러 가야지...
하루 라이딩하는 거리로는 조금 짧아 보이지만 내리계곡에서 상당한 오르막을 만날 것이니 쉬운 길은 아니다.
따듯한 침대에서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난다. 허벅지에 살짝 피로감이 느껴진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근처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체크아웃하러 호텔 로비에 커다란 곰돌이 두 마리가 있다.
호텔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소도동 주민센터 근처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걸어가기엔 은근히 먼 거리라 어제 여기서 저녁 먹는 것을 포기하길 잘했다.
소도동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올갱이 해장국을 파는 식당이 있어서 들른다. 단체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조금만 늦었으면 엄청 기다릴 뻔했다. 반찬도 깔끔한 것 맛있게 잘 먹었다. 이 식당은 태백산 등산하는 사람들이 아침 먹는 식당인 듯하다.
아침도 든든히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본다. 시작하자마자 어평재(화방재)를 올라가야 한다. 다리 근육에 근육통이 살짝 느껴지는데 다행히 소도동 방향에서 어평재로 올라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완만하다.
길 옆에 장승이 서있다. 가끔 외진 곳에 서있는 무섭게 생긴 장승을 만나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나는데 여기 장승은 푸근하게 생겼다.
어평재 올라가는 길 남쪽은 태백산이, 북쪽은 함백산이 있고 이 구역이 모두 태백산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이름을 보나 산 이름을 보나 이 근처에서 태백산이 가장 높을 것 같은데 함백산이 몇 미터 더 높다. 올라가는 길에도 태백산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들이 있다.
고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나면 곧 어평재 정상이다.
정상에는 작년 말에 영업을 시작한 어평재 휴게소가 있다. 이 고개는 원래 어평재(어평치)였는데 일제 시대에 조선총독부 공사 이름을 따서 화방(하나부사)재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도 습관적으로 화방재라 썼는데 이제부터라도 어평재라고 해야겠다.
고개 정상 삼거리에서 고한 방향으로 가면 만항재로 이어지는 2단 오르막길이 된다. 소도동 방향에서 올라갈 때는 괜찮지만 중동면 방향에서 올라갈 때는 상동면을 지나 만항재까지 계속 긴 오르막이 되어 꽤 힘들다.
반대로 우리는 중동면까지 꾸준한 내리막을 길게 내려간다.
내려가는 중간부터 영월군 상동면이다.
상동 삼거리로 가는 길에 북쪽으로 장산의 바위 봉우리들이 보인다.
상동 삼거리에서 영월 쪽으로 가야 한다. 상동으로 가는 길은 어평재를 거치지 않고 만항재로 바로 가는 꽤 가파른 길이다.
태백에서 흘러나오는 낙동강은 태백시의 하수를 품고 흐르기 시작해서 석포 쪽에서 공장 때문에 크게 오염되는데 산 너머 옥동천은 맑디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옥동천을 따라서 계속 약한 내리막을 따라 내려간다. 멀리 바위산이 하나 나타나면 매봉산이다.
약한 내리막을 시원하게 내려가지만 내리막의 끝에서 다시 오늘의 최대 오르막길을 넘어야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마냥 편한 코스는 아니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오지의 마법사를 만드는 소나무가 나온다. 동명의 티브이 프로그램에 연관된 것은 아니고 여기 산솔 마을을 농촌관광 마을로 만들려는 마을 사람들의 기원 같은 것이다. 산솔마을은 원래 녹전2리인데 험한 산 때문에 강을 따라 길쭉하게 이어진 작은 마을이다.
산솔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다. 오래된 보호수도 있다.
여기 수달이 사나 보다. 수달길이란 이름의 산책로가 있고 귀여운 수달상이 있다. 뭔가 곰탱이같이 생겼는데 수달은 늘씬한 몸매에 꼬리가 더 두껍고 길다.
수달이 산다고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도 아니고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올라올 때 고생할 테니 구경만 하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솔고개를 내려간다. 중동면 방향에서 오면 계속 오르막이니 솔고개쯤 오면 힘들지만 반대로 갈 때는 고개라 해도 오르막이 없이 거의 내리막인 구간이다.
녹전 교차로에서 중동면으로 간다. 아무리 대부분이 내리막이라고 해도 출발해서 한 번도 안 쉬었으니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전에 한 번 쉬어줄 때가 되었다.
중동면사무소에 잠시 들러서 화장실을 해결하고 버스 정류장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과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쉰다.
다시 옥동천을 따라서 내려가면 김삿갓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월에는 김삿갓면, 한반도면, 무릉도원면 같이 원래 이름을 버린 행정구역들이 있다.
김삿갓의 묘가 있어 김삿갓면이라 하는데 그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는 동네다. 고씨동굴도 단양의 화려한 동굴들에 비하면 영 밋밋하고 내리 계곡과 김삿갓 계곡 외에 찾을만한 것을 꼽자면 송어회가 있다.
길 바로 옆에 절벽이 있다. 제비바위라고 한다.마을 부잣집의 며느리가 집에 손님이 많이 찾아와서 너무 힘들었다. 지나가던 스님에게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방법을 물었더니 제비바위의 머리를 자르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기에 제비바위의 머리를 잘랐더니 손님이 뚝 끊기고 얼마 후에 집안이 망했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나라 전설에서는 항상 지나가던 스님을 조심해야 한다.
오전에는 힘들지 않은 언덕을 넘어 내리막이 계속되었다면 이제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삼거리에서 봉화 방면으로 내리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내리 계곡은 물이 꽤 많은 오지 계곡으로 여름철 트래킹이나 피서지로 좋은 곳이라고 한다.
2 km 정도 내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길은 계곡과 멀어진다. 여기서부터 내리 계곡을 다시 만날 때까지 힘든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영월에서 춘양으로 넘어가는 내리 고개는 3단 오르막으로 처음 맛보기 헤어핀과 첫째 내리 고개를 지나 잠시 쉰 후에 다시 둘째 내리 고개를 올라야 정상이 나온다. 위성지도에서 보면 정말 꼬불꼬불한 헤어핀의 연속이다.
일단 첫 번째 헤어핀 구간을 올라간다.
첫 번째 꼬부랑 헤어핀 구간을 넘어가면 소야치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소야치에서 올라가는 길이 첫째 내리 고개다.
꼬부랑길의 아래쪽에 소야치 마을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운교산과 다른 산들의 계곡 사이로 달려온 것이다.
첫째 내리 고개의 헤어핀 구간은 좌우로 3번씩 총 6번의 헤어핀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길다.
소야치 전에도 헤어핀 구간이 있고 소야치를 지나서도 상당한 헤어핀 구간이 있으니 쉽지 않다. 첫째 내리 고개의 정상에 올라와서 잠시 쉰다.
잠깐 언덕을 내려가면 대야치이다. 대야치를 지나면 다시 헤어핀 구간이 시작된다.
드디어 둘째 내리 고개 정상에 올랐다. 꽤 높은 곳인데 고개 양쪽이 숲으로 막혀 경치는 잘 안 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제대로 쉬기로 한다. 아무리 시골 구석이라 하지만 휴게소든 슈퍼든 편의점이든 뭐든 있겠지...
고개를 내려가면 다시 내리 계곡과 만난다.
김삿갓이 다른 데를 보고 있다. 오는 사람은 중요하지만 가는 사람은 신경 안 쓴다는 것인가.
이제 여기서부턴 다시 어제 처음 출발했던 경북 봉화다.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으면 우구치 휴게소가 나온다.
근처에 슈퍼라곤 없으니 여기서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쉬었다 가야겠다.
우구치 휴게소를 출발하면 오늘의 마지막 언덕길인 도래기재를 넘어가야 한다. 어휴 이제 오르막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중간에 나무가 쓰러져서 길을 막았다. 전봇대까지 덩달아 휘어져 전깃줄이 아슬아슬하게 끊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생태이동통로가 보인다. 도래기재의 정상이다.
고개 꼭대기에 차들이 주차해있다. 옥석산에 등산 온 사람들의 차들인 듯하다. 등산로 입구의 안내문처럼 아직 산불 통제 입산 금지기간이라 옥석산은 입산 통제인데 역시 산림 파괴의 일등 공신은 등산객들이다.
이제 주차를 해둔 백두대간 수목원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집과 밭들이 저 아래 보인다.
드디어 백두대간 수목원이 있는 서벽 삼거리에 도착했다. 백두대간 수목원도 둘러보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고갯길을 넘어 다니느라 이미 지쳤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돌아간다. 가는 길에 무얼 먹을까 하다가 역시 영월에서 먹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영월 김삿갓면이라면 역시 싱싱한 송어를 먹어야겠지.
야채에 콩가루 뿌려서 신나게 먹고 매운탕까지 먹으니 든든하다.
송어 말고도 뭔가 더 해보려는지 여기 철갑상어가 있다. 상어와는 종이 다른 민물 연골어류라는데 송어보다 두 배 넘게 비싸다. 지니님은 생긴게 맘에 안 들어 먹어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난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3일 연휴에 하루 일찍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안 막혔다.
이틀 간의 강원도-경북 경계 자전거 여행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올해는 오르막길을 많이 다니기로 했는데 충분히 긴 오르막길을 달리는 코스이다. 내리 고개의 3단 오르막길의 계속되는 헤어핀은 순간 경사가 심한 곳은 많지 않지만 상당히 긴 오르막이라 힘들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따라 한 바퀴 돌게 되니 우리나라 최대의 오지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우리가 이번에는 들르지 않은 분천- 양원, 석포-승부, 만항재 구간을 돌아봐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