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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13. 2019

1박 2일 강원도 경계 자전거 여행

1일 차 - 봉화에서 태백까지

2019년 5월 4일


황금 같은 5월에 3일 연휴가 있으니 1박 2일이라도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이왕이면 좀 멀리 가볼까 해서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한 바퀴 달려본다.

체 코스는 140 km 정도라 그리 긴 코스는 아니지만 강원도에서도 끝자락이라 차량 이동 시간도 오래 걸리고 높은 언덕이 여러 번 있어 하루 70 km 정도 씩 이틀 타는 것이 적당하다. 날에는 양면의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출발하여 태백까지 70km를 달린다.


서울에서  출발하니 중부 고속도로 여기저기가 막혀 영월까지 오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발해야 하는데 영월을 지나면 마땅히 밥 먹을 데도 많지 않다. 석항을 지나는 김에 주유소도 들르고 석항에 있는 식당에서 오징어 불고기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충 찾아 들어가서 먹은 것치고는 꽤 맛있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로 처음에는 영월군의 중동면사무소에서 출발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첫날 큰 오르막길을 두 개나 넘어서 태백까지 가면 너무 무리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언덕 하나를 차로 넘어서 춘양면 서벽리의 백두대간 수목원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언덕을 오르면서 오르막길의 경사도나 길이를 보니 내일 여길 올라갈 생각에 앞이 깜깜하다. 백두대간 수목원에는 내방객이 많긴 하지만 무료 주차장이 워낙 넓어서 주차하기 좋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한다. 5월 초인데도 초여름이라 해도 될 정도로 날이 엄청 덥다. 뜨거운 햇살에 바람막이도 차에 두고 가볍게 출발한다.


출발인 서벽리가 언덕 중턱이다 보니 춘양면 읍내까지 계속 완만한 내리막이다. 길 옆으로 하얀 꽃들이 잔뜩 피어나고 산은 신록으로 푸르니 기분도 좋아진다.


일단 춘양으로 가서 낙동강 강물을 따라서 현동까지 갈 예정이다. 이정표에는 현동까지 24km라 되어있지만 노루재 터널로 가지 않고 돌아가니 거리는 좀 더 늘어난다.


춘양면 읍내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도로를 타고 달린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억지로 우기는 것을 좋아하는지 억지춘양이란 말의 유래가 여기 춘양면이다. 이 동네 특산 소나무가 춘양목인데 일반 소나무도 다 억지로 우겨서 춘양목으로 팔아넘겼다고 하고 근처를 지나는 동선 기찻길 읍내를 통도록  만들었다고 하니 억지춘양이라  할 만하다.


춘양면 읍내의 출입구인 춘양삼거리에서 이제 소천로를 따라 울진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차들은 춘양교차로에서 넓은 새길로 달리지만 우리는 중앙분리대까지 있는 큰길을 피해서 한적한 작은 길로 간다.


이 작은 길은 얼마 안 가서 큰길과 합쳐지긴 하지만 큰길 옆으로 계속 작은 길이 나있다. 중앙 분리대가 있는 큰 국도는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로 달리기는 위험하다.


길은 점점 좁아지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진다.


작은 길은 노루재 입구에서 끝난다. 여기서 현동으로 가려면 세 경로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큰길로 올라가서 노루재 터널로 가는 길은 가장 빠르지만 위험하고, 노루재 옛길을 넘어가거나 임기리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인 임기리 쪽으로 간다. 작은 길 기준으로는 일단 차선 따라 직진만 하면 된다.


임기리 쪽으로 가는 길은 빙 돌아서 낙동강을 따라가게 되지만 거리 상으로도 길면서 언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삼거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임기역 쪽으로 가면 바로 닭목이재라는 작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닭목이재 정상부터 천면이다.


임기역으로 들어가는 작은 마을길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임기3리로 들어가는 조금 큰 삼거리가 나온다.


차들이 거의 안 다니는 깨끗한 도로로 낙동강을 따라 달리다 다리를 건너서 계속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현동 방향이다.


이 구간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지라 할 수 있는 곳인 만큼 동네 사람들 외에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여기서 현동으로 가려면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언덕을 두 번 넘으면서까지 빙 돌아가기 때문에 노루재를 넘어가는 것과 체력 소모는 별 차이가 없지만 한적한 곳에서 낙동강을 보며 달리니 좋다.


언덕을 넘어가면 바로 소천면의 읍내인 현동이 나온다. 동네에 솜씨 좋은 사람이 사는지 길 옆 담벼락의 벽화들이 멋지다. 기서 시간 여유가 되면 분천에 잠깐 들렀다 돌아와도 되겠지만 오늘은 가지 않는다.


현동 읍내를 벗어나면 바로 오늘의 최대 오르막길인 재가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언덕을 오르기 전에 현동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런 시골에서는 슈퍼나 편의점을 찾기 힘드니  면소재지를 지날 때 미리미리 보급해놔야 한다.


현동에서 큰길로 가지 않고 작은 길로 재를 향해 올라간다.


재길 몇 년 전에 다녀간 후에 오랜만에 왔더니 이 새로 생겼다. 고가도로와 터널의 연속이라 자전거로 달리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큰길을 피해서 옛길을 최대한 이용한다.


일부 구간은 옛길을 남겨놓지 않고 큰길과 합쳐벌리거나 옛길 자체를 없애버리기도 해서 큰길을 이용해야 한다. 서진 옛길의 흔적이 종종 보인다.


날이 잔뜩 흐려지더니 갑자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비가 더 내리기 전에 교차로로 내려가 고가도로 밑으로 피신한다.


잠시 멈추길 잘했다. 소나기가 어마어마하게 퍼붓는다. 계속 달렸으면 쫄딱 젖었을 것이다. 람 몸이나 옷이 젖는 것은 괜찮지만 신발만큼은 한 번 젖으면 잘 마르지도 않고 냄새가 나서 골치 아프다.


일기 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소나기는 얼마 안 가서 잦아든다. 하늘 눈치를 보다가 더 안 쏟아질 듯해서 슬슬 출발한다.


노면이 젖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달리는데 어느 순간 마른땅이 나타난다. 정말 국지적으로 내린 소나기였나 보다. 도깨비 같은 날씨다.


터널을 최대한 피하려 하는데 옛길을 없애버려서 고선 터널은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한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구간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넛재 교차로에서 큰길을 벗어나 옛길로 넛재를 올라간다. 그대로 터널로 가면 거리는 엄청 단축되지만 4개의 큰 터널을 차들과 함께 달려서 지나가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넛재는 충분히 완만한 오르막길이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긴 구간이라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동에서 넛재 교차로까지는 매우 완만한 편이지만 넛재 정상까지의 옛길은 그래도 오르막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어느 정도 경사가 있다.


드디어 해발 896미터의 넛재 정상에 도착했다.


한 5년 만에 온 듯하다. 여기는 국내 최고 오지라는 승부와 분천 사이라 일부러 찾지 않으면 올 일이 없다. 더군다나 새로 큰 길이 뚫렸으니 차량들은 더더욱 올 일이 없는 곳이다. 예전에 인증샷했던 모습대로 다시 인증샷을 찍는다.


넛재를 처음 왔던 몇 년 전의 사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뀌었다.


오지인 것을 보여주려는지 다른 곳은 이미 다 떨어진 벚꽃이 잔뜩 피었다. 마솥 장작불에 수수를 삶아 팔던 원두막도 흔적만 남아있다.


이제 길을 따라 쭉쭉 내려간다. 현동 쪽으로는 새길이 옛길을 없애면서 생겼지만 태백 쪽으로는 아예 터널을 뚫어 태백 시내에 더 가깝게 길을 낸 덕분에 넛재 옛길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석포와 태백으로 분기하는 이정표가 나오면 육송정 삼거리다. 매점 하나 있는 작은 삼거리지만 물놀이나 낚시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지 항상 사람이 보인다.


보통은 높은 언덕이 행정구역의 경계인데 넛재를 넘어서 여기까지는 아직 경북 봉화군이다.


낙동강을 다시 만나서 거슬러 올라간다. 승부와 분천 사이는 기찻길과 등산로인 낙동강 비경길만 있기에 도로용 자전거로 낙동강 상류를 달린다면 넛재를 넘어가야 한다. 낙동강 비경길(https://brunch.co.kr/@skumac/120)은 이미 예전에 다녀왔다.


석포와 태백으로 나뉘는 삼거리부터 강원도 태백이다. 오늘은 대부분의 시간을 경북 봉화군에서 보내고 드디어 강원도로 진입하는 것이다.


태백의 명소 중 하나인 구문소에 도착한다.


태백시내의 황지 연못에서 시작하는 낙동강이 부산 방향으로 흘러가려면 필연적으로 태백산맥을 한 번 넘어가야 하는데 오랜 세월 동안 낙동강 강물이 태백산맥을 뚫넘어가는 통로를 만든 것이 이 구문소이다.


구문소 옆의 태백 시내로 향하는 인공 석굴을 지나서 달린다.


태백 교차로는 아까의 넛재 터널에서 이어지는 길이 만나는 곳이다. 이 길 덕분에 태백과 봉화 사이의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넛재 옛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졌다.


태백은 이전부터 석탄을 캐는 탄광이 발달한 도시다. 석탄공사 제2수갱(수직갱도)이 보인다.


태백 종합 운동장을 지나면 이제 오늘의 일정도 거의 끝나는 셈이다.


오늘 숙소는 태백 시내가 아닌 화방재 쪽으로 가는 중턱인 도동에 있다. 화방재로 가는 입구인 상장삼거리에서 영월 방향으로 간다.


화방재는 내일 넘을 것이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숙소에 들어갔다 나오기에는 주변 식당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자전거를 타느라 피곤하니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오가기가 너무 싫다. 저녁을 먹고 먹을 것을 조금 사서 들어가기로 한다. 마침 근처에 숯불 갈비집이 있으니 든든히 먹다. 미국산 LA갈비 전문점이라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게 잘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고기를 먹으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자전거를 탈 때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고 술을 마시면 절대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은 우리의 철칙이다.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서 들고 숙소로 간다.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했다. 연휴를 맞아 다른 숙박 업체들은 숙박비를 더 받으려고 난리인데 여기는 정해진 주말 숙박비만 받는 데다가 이벤트로 자전거객에게는 20% 할인까지 해준다. 칠 전에 전화해보니 아직 할인이 적용되길래 여기로 정했다.


리조트형 호텔이라 건물이 여러 채로 나눠져 있다. 우리가 배정받은 6동은 주차 공간이 얼마 없으니 우리같이 차가 없는 투숙객에게 배정하는 듯하다.


방도 깨끗하고 침대에 전기장판까지 미리 켜놔서 아직 쌀쌀한 강원도 날씨에 엄청 따듯하다.


이벤트에 적혀있던 대로 파워젤을 두 개 받았다. 우린 이런 종류는 거의 안 먹는 편이라 아마 유통기한 지날 때까지 가지고 다니다 버릴 것 같다.


오늘은 춘양에서 출발해서 넛재를 넘어 태백까지 달렸다. 신록이 한창인 황금 시즌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지만 오르막길들 때문에 그리 쉽지 않은 코스다. 


내일은 일단 화방재를 넘고 다시 춘양면까지 달려야 하는데 다리 근육이 뻐근한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지니님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까짓 거 힘들면 그냥 자전거 끌고 걸어가면 되지. 뜨끈한 침대에 폭 파묻혀서 열심히 잠을 자면서 피로를 최대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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