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오후부터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짧게 탈 때는 언덕길이 많은 훈련 코스가 운동 효과가 좋다. 수도권 남부의 여러 자전거 코스 중, 오랜만에 갈마치고개-강남300을 가기로 한다. 탄천 자전거길에서 연결되면서 오르막길 4개로 구성되어 운동하기 좋은 코스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장거리 자전거 여행 전에 훈련을 위해 애용하던 코스이기도 하다.
지니님과 함께 석촌역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여기 석촌역에서부터 출발해서 돌아오는 데까지 총 50km를 조금 넘는다.
분당의 야탑까지 자전거길로 가야 하니 가락시장 쪽으로 자전거길을 따라 탄천으로 진입하기로 한다.더 멀리서 오거나 오르막길 구간만 타고 싶은 사람들은 야탑역에서 출발하면 된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차량으로 갈 경우에는 분당구청에 주차하면 편한데 일요일에는 대형 교회의 차량들 때문에 조금 서둘러야 주차할 수 있다.
탄천교를 건너서 내려가면 바로 탄천 자전거길로 진입할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으니 이렇게라도 자전거를 타야 한다.
탄천은 자주 다니는 나도, 가끔 오는 지니님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길이다. 주변에 수풀이 많아서 그런지 날이 따듯해지면강을 따라 날벌레가 기승을 부리는데 아직은 벌레가 많지 않다.
서울 공항 옆으로 계속 자전거길을 따라서 모란을 지나 야탑 입구까지 가야 한다. 등화관제 때문에 가로등이 거의 없는 구간이라 밤에는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여수천 합수부의 랜드마크인 만나교회에서 여수천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작은 개천이 풀숲에 덮여 물줄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산책객들이 많으니 조심조심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여수천을 끝까지 따라 가면 중간에 도로로 올라오게 된다.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 다시 여수천을 따라가면 된다. 초행이라 길 찾기가 어렵다면 여기서부터 큰길을 따라 가도 좋다.
끝까지 달리면 섬말 공원이 나온다. 보도블록 길을 따라서 공원을 빠져나오면 된다. 아까 중간에 끊긴 자전거도로에서 큰길의 자전거 겸용 인도를 따라 가도 섬말 공원으로 올 수 있다.
이제 도로를 따라 달린다. 갈마치 터널로 가는 큰길 옆으로 고개를 올라가는 길이 시작된다.
바로 옆에는 갈마치 터널로 광주 가는 큰길에 차가 쌩쌩 달리지만 이 옛길은 한적하다.
꽃가게들을 여럿 지나가고 나면 오르막길이 슬슬 시작된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성남시 장례식장이 있다.
조금만 더 올라가서 경사가 완만해지면 정상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오르막길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자들에겐 힘들 수도 있지만 그리 힘든 오르막길은 아니다.
갈마치고개 정상에는 생태이동통로가 있다. 용인시청 뒷산이자 탄천의 발원지인 석성산에서 시작된 검단 지맥이갈마치를 지나 하남시 검단산으로 이어진다.
광주 방향으로 쭉 내려가다가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목동 방행으로 우회전해야 한다. 삼거리 직전에 페이크 삼거리가 있으니 헷갈릴 수 있다.
여기가 이정표가 당당하게 있지만 들어가면 안 되는 가짜 삼거리이고
여기가 진짜 삼거리다. 주유소가 있고 우회전하면 편의점도 있다.
이 삼거리의 편의점은 겨우 작은 고개 하나 넘고 쉬고 싶어진 사람들이 농땡이치는 곳이다. 여길 지나면 강남300 정상까지 목동 종점의 슈퍼마켓 말고는 딱히 쉴만한 곳이 없다. 우리도 시원한 커피 한 잔 하면서 잠시 쉰다.
이제 얕은 언덕인 고불고개를 넘어서 직동으로 가야 한다. 이 고개는있다는 것도 맨날 까먹을 정도로 작은 오르막길이다.
그동안 한참 공사하던 성남이천로를 지나 직동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직동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다시 목동 방향으로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직진하면 포장도로는 끝나고 직동 임도라는 작은 산길이 있는데 이맘때쯤 산악자전거로 올라가기 좋은 길이다.
목동 방향으로는 고동골 고개가 나온다. 고불고개보다는 좀 더 긴 오르막이지만 마찬가지로 작은 오르막길이다.
고동골 고개 꼭대기에도 생태터널이 있다.
고동골 고개를 내려가면 목동에서 분당 방향으로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여기까지 길이 조금 복잡한 듯하지만 찾기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집과 길이 얼마 없어 길 찾기가 쉬웠는데 광주 전역이 공사판이 되면서 여기도 예외는 아닌지라 조금 복잡해졌다. 내가 보기에는 조용한 산속 전원주택촌이었던 곳이 집들이 빠글빠글 모인 달동네가 되었다.
교회와 요양소로 안내하는 이정표들을 따라 가면 강남300으로 갈 수 있다.
유치원과 교회 시설들을 지나야 한적한 숲길이 나온다.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조용한 곳이지만 고개 양쪽 모두 집을 무지하게 짓는 중이라 건축공사장이 많아서 때를 잘못 만나면 트럭들이 엄청 지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그리 힘들지 않은 고갯길을 3번 넘어왔다면 이제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강남300 깔딱 고개 구간이 나온다.
대략 S자 코스를 연속으로 두 번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르막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코스다. 갑작스러운 급경사에 지니님도 결국 마지막 턴에서 내린다. 올해는 훨씬 힘든 코스로 다닐 예정이니 좀 더 훈련을 해야겠다.
S자 두 번의 코스를 넘어서 약간 더 올라가면 강남300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문형산과 영장산 사이를 넘어가는 이 고개의 원래 이름은 모르겠지만 강남300 골프장이 있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강남300이라 부른다. 울타리 너머에 그린에서 골프 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골프장 정문에는 예전부터 큰 개가 한 마리 사는데 오랜만에 왔더니 처음 보는 큰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사람 좋아하던 순둥한 녀석은 내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노환으로 죽었다고 한다.
이제 힘든 구간은 끝났다.여기서 내리막을 따라서 쭉 내려가서 이장표를 따라 분당으로 가면 된다.
이 동네도 많이 변했다. 눈 한 번 오면 차에 체인 끼우고도 넘어오기 힘든 곳이라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말 시골 구석 같았는데 지금은 좀 발전된 시골 읍내 같다.
여기서부터 길 찾기는 쉽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그냥 분당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다만, 태재 고개를 내려갈 때 오른쪽에서 차량이 합류하는 구간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그 합류 구간은 새로 길을 내기 전에 있던 옛길의 잔재다.
내리막길 끝의 율동공원에서 분당천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산책객들이 너무 많다. 도로를 따라서 그대로 서현을 지나 직진한다. 서현은 분당에서 광역 버스들이 드나드는 관문 같은 곳이라 교통량이 많다. 조심해서 탄천까지 달린다.
탄천 자전거길로 내려가려고 경사로를 찾다가 결국엔 계단으로 내려간다. 예전엔 탄천 자전거길 출입구를 거의 알았는데 하도 안 다녔더니 가물가물하다.
아까 지나갔던 만나교회 앞을 다시 지나간다. 서현에서 전철을 타거나 모란에서 전철을 타고 복귀할까도 생각했는데 자전거 도로로 이 정도 거리는 그냥 자전거로 가도 금방이다.
수서역 근처 광평교에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집에 도착한다.
갈마치 고개-강남300 코스는 서울 남부에서 나름 잘 알려진 곳이다. 4개의 크고 작은 언덕길이 반복되는 형태라 훈련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입문자들의 첫 장거리 전 훈련 코스로도 많이 애용되었다. 큰 도로도 새로 생기고 광주의 난개발로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느라 근래에 트럭들이 많이 다니긴 했지만 이번에 다시 가보니 공사가 거의 끝나서 어느 정도 조용해진 듯하다. 날씨 좋은 주말이지만 멀리까지 가긴 힘들다면 지루한 천변 자전거도로에서 벗어나 이런 훈련 코스를 달리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