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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29. 2019

음성에서 여주까지 자전거 봄나들이

시외버스와 전철을 이용한 자전거 여행

2019년 4월 20일


올해에는 최대한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반 정도면 음성까지 갈 수 있다. 음성에서 출발해서 여주역까지 조금 돌아서 달리면 70km 정도니 간단히 타기에 적당한 거리다. 요즘 봄나들이로 주말 저녁마다 도로 여기저기가 막히는데 돌아올 때 여주역에서 전철을 타면 교통 체증도 피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집에서 동서울 터미널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 자전거를 타고 잠실철교를 건너 간다.


처음에는 생극에서 출발해볼까도 생각했는데 동서울에서 생극에 가는 시외버스는 충주 가는 버스라서 사대강길을 달리는 자전거객들과 이면 버스에 자전거를 싣기 힘들다. 음성을 종착으로 가는 시외버스로 가니 화물칸이 우리 자전거들 말고는 텅텅 비어있다.


주말이라 조금 막혀서 10시가 다 되어 음성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늘은 70km 정도 달리니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넉넉하다.


달리기 전에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터미널 건물에 있는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시골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데 여기 사람들은 특히 더 큰 듯하다. 버스에서도 계속 시끌시끌하더니 식당에서도 사람들 얘기 소리 정신이 없다.


이제 음성 터미널에서부터 출발이다.


길은 최대한 단순하게 가야 한다. 터미널 앞 중앙사거리에서 서쪽 방향으로 쭉 달리면 된다. 처음 경유지는 금왕인데 이정표를 따라서 거의 직진만 하면 된다.


몇 해 전에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한 유명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음성 문화예술회관을 지난다. 골이라지만 꽤 멋지게 지어놓은 건물이다.


음성 읍내에서 벗어나면 이제 음성로를 따라 얕은 언덕을 넘어 금왕으로 간다. 극을 지날 때까지 당분간은 음성로만 따라가면 된다.


얕은 언덕은 감우재라는 이름으로 6.25 전쟁에서 계속 밀리던 국군이 여기 감우재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첫 승리를 한 곳이라고 한다. 를 기념하기 위한 무극 국민관광지가 있지만 들르지는 않는다.


감우재를 넘어 쭉 내려가면  여주를 거쳐 이천까지 평야지대가 계속 된다. 오늘은 언덕이 거의 없는 코스다. 초보자들에게 알맞은 코스라 할 수 있다.


내리막 중간에 무극저수지가 나온다.


무극 저수지도 벚나무가 많지만 이미 벚꽃이 거의 떨어졌다. 한 주만 일찍 왔어도 훨씬 화려 했을 텐데...


마냥 길을 따라 내려가면 금왕에 도착한다. 여기서도 생극 방향으로 그냥 쭉 직진하면 된다.


생극에서 천을 건너자마자 응천을 따라서 자전거길이 나있다. 내로 가지 않고 개천을 따라 달린다.


이 길은 응천 10리 벚꽃길이라 하여 지난 주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이미 다 져버렸다. 강가에 조성한 벚나무이 충분히 자라서 이제는 지역에서 유명한 벚꽃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내년에는 한 주 일찍 와야겠다.


10리라고 딱 4km가 풍성하게 피는 것은 아니지만 만개하면 충분히 아름다울 듯한  벚나무길이다.


벚나무들을 따라서 달리다 보면 강변길이 끝난다. 다시 음성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달린다.


조금 일찍 작은 길로 빠지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다음 길로 들어갔는데 그 끝이 공사로 막혀있다. 그래도, 그 막힌 길에서 배꽃이 한창 핀 배나무 과수원과 지저분한 좁은 우리에 갇혀 불쌍하지만 귀여운 강아지들을 만났다.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니 잔뜩 예민해진 어미개들에게 들개 대비용으로 조금 챙겨다니는 애견 간식을 주니 경계가 풀린다.


다른 새끼들은 다 자고 있는데 이 녀석만 깨어있다. 강아지간식 맛을 보더니 더 달라고 난리다. 어미 젖을 뗄 때가 된 걸 보니 조만간 장날에 팔려갈지도 모르겠다.


마냥 강아지들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막힌 길을 다시 돌아 나와서 다음 교차로에서 음성로를 벗어나 이천시 총곡리 방향으로 청미천을 따라가야 한다.


총곡리부터는 아주 한적한 시골길이다. 포리를 지나 도로가 끝날 때까지 여유 있게 달리면 된다. 멀리 산속에 큰 전파 안테나가 여러 개 보인다. 위성전파 센터가 있다고 한다.


도로 끝에서 충주 장호원 방향으로 가긴 하지만 장호원으로 가는 게 아니라 333번 도로를 따라서 여주로 가면 된다.


제요리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하나로마트나 편의점이 있는 곳이 쉼터로 최고다.


여주 이포 방향 이정표가 보인다. 이포까지는 가지 않는다.


333번 도로를 따라 마냥 달려도 되지만 좀 더 한적한 도로로 가기 위해서 성호호수 쪽으로 간다.  아까 보았던 대형 전파 레이더가 있는 전파시험인증센터 쪽으로 가는 길이다.


성호호수 옆을 지난다. 지난주에 고삼호수와 이동저수지를 달렸더 호수는 작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담하니 이쁜 호수다. 늦여름에 오면 연꽃도 볼 수 있는 듯하다.


길 옆에 목장들도 있다. 산이나 대관령처럼 엄청 큰 목장은 아니지만 목장 여럿이 한 군데 모여있는 듯하다.


이제 이천에서 여주로 넘어간다.


슬슬 쉴 때가 되었다. 건장 사거리 진입 전에 편의점이 있어서 잠시 쉬면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요즘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은 간단히 먹은 후에 자전거를 다 타고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다.


가남읍에서 333번 도로와 다시 만나지만 얼마 안 가서 삼군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341번 도로로 달린다.


조금만 달리면 세종대왕릉 역에 도착하지만 여주역까지 가기로 한다. 거리가 너무 단축되는 것도 있지만 여기서 전철을 타려다가 객차에 자전거로 가득 차 있으면 전철에 싣기 힘들기 때문이다.


능서에도 벚꽃길이 있는데 이미 떨어졌을 것 같아서 그대로 여주보 쪽으로 가기로 했다.


여주는 세종대왕의 묘인 영능이 있는 곳이라 여기서 나는 쌀도 대왕님표라 한다. 한자로 자채쌀이라 쓰여있는 것은 예전에 수라상에 올리던 진상미라고 하는데 통일벼에 밀려 사라진 것을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오늘은 아주 작은 언덕 밖에 없는 매우 수월한 길이다. 거리도 짧 차량통행도 적으니 초보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코스라 할 수 있다.


이제 남한강을 따라서 여주로 간다. 길가의 벚꽃도 다 떨어졌다.


여주보에서부터 여주 시내 입구까지 남한강 자전거길을 잠깐 타고 간다. 우리는 재미없는 사대강 자전거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보니 꽤 오랜만에 온 것 같다.


세종대왕릉 근처인 양섬을 지나면 자전거길을 따라서 여주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333번 도로와 다시 만나서  여주역으로 가야 한다. 여주역은 여주시내에서는 꽤 외곽에 있다.


차들이 좀 많긴 하지만 인도 자전거길이 너무 불편해서 차도로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서 여주역으로 간다. 여주역 근처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철이 개통된 후로 여주역 주변의 허허벌판이 모두 아파트 공사판이 되었다.


마침 출발하는 열차가 있어 화장실만 갔다가 와서 바로 자전거를 싣고 돌아온다. 우리 외에도 다른 자전거객이 있다. 생각보다 자전거가 적게 실렸다고 생각했더니 곤지암역에서 한 무리의 동호인들이 탄다. 역시나...


경강선은 판교까지 가지만 판교에서 환승할 수 있는 신분당선은 자전거 휴대가 금지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자전거객들은 이매에서 내린다. 우리 분당선으로 환승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응천 벚꽃길과 흥천 벚꽃길을 들를 수 있는 벚꽃 나들이 경로인데 날짜를 잘못 택했더니 벚꽃이 지고 나서 가게 되어 조금 아쉽다. 내년에는 이 코스를 조금 일찍 달려봐야겠다. 벚꽃은 없지만 다른 봄꽃들도 잔뜩 피고 산들에 한참 신록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나쁘지 않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시외버스로 출발해서 수도권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출발하여 전철을 이용해 돌아오는 나들이 코스다. 서울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복귀가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현재 경강선의 끝 지점인 여주에서 전철로 서울로 복귀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 1호선 신창이나 소요산역 같은 전철 종착지들은 복귀하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조금 부담인데 이번 코스는 편하게 돌아왔다.  언덕도 거의 없고 차량 통행도 적으니 초보자들도 쉽게 다녀올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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