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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n 24. 2019

춘천 동쪽 임도길 자전거 타기

상걸리, 품걸리 산악자전거 임도 코스

2019년 6월 6일


이번 주에산악자전거를 탄다. 작년에 힘들게 달리다 배가 고파서 중간에 복귀했던 품걸리를 다시 간다. 지난 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도시락도 하나 챙겨서 간다.


산악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면 힘드니 아예 느랏재를 넘어서 상걸리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45km가 안 되는 코스다. 철이나 시외버스로  와서 춘천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느랏재도 넘어야 하고 총거리도 80km 가까이 된다.


아침은 춘천 시내에서 설렁탕으로 든든하게 먹는다. 천에서 토요일 아침으로 가장 자주 먹는 집이지만 그 만큼 맛있고 든든하다.


춘천 감정리에서 느랏재 터널을 넘어 내려가면 상걸리다. 상걸리 보건소 앞에 주차를 하려 했는데 맞은편 식당 주인아저씨가 보건소에는 비상시에 주차할 공간이 있어야 하니 식당 앞에 주차를 하라고 한다. 주차할 공간을 마련해주니 고맙다.


식당 앞 구석에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강아지 간식을 조금 주니까 맛있는지 눈치를 살살 보면서 받아먹는다.


슬슬 준비하고 출발한다.


상걸리 보건소 바로 근처에서 품걸리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작은 마을길로 들어간다. 정표에 표시된 대로 계속 가면 물로리, 조교리까지 갈 수 있지만 우리는 품걸리까지만 간다.


상걸리 교회 옆으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작년에 왔을 때는 여기서 아기 고양이랑 한참을 놀았는데 오늘은 안 보인다. 잘 살고 있으려나...


비포장길과 포장길이 섞인 곳이다. 가끔 차가 한 대씩 지나간다. 상당히 외진 곳이라 그런지 나비나 나방 같은 곤충들이 많다. 만큼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다.


오디가 익어간다. 몇 개 따먹어 보니 아주 달다. 생 오디는 알이 작은데 가지치기만 조금 해줘도 시장에서 파는 큼직한 오디가 된다.


완전한 삼림 감시용 임도가 아닌, 마을을 드나드는 차들이 다니도록 만든 길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포장도 많이 되어 있고 완만한 편이다. 말에 락재길에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들이 폭주하러 오기 때문에 산속인데도 큰길에서 나는 소음이 산골짜기를 따라 울려서 자꾸 시끄럽다.


나무 아래 길바닥에 떨어져서 지나가는 차들에 밟힌 디들로 노면이 알록달록하다.


시멘트 포장길이라 깨끗하지만 중간중간 모래가 쌓여 있으니 로드 바이크로 들어올만한 곳은 아니다. 특히 후반에 본격적인 임도가 시작되면 비포장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로 와야 한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나비들의 천국이다. 다양한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닌다.


급커브가 많은데 차들도 종종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반사경도 많다. 너길에서는 차들이 오는지를 항상 주의해 달려야 한다.


앞에 보이는 작은 하얀 점들은 대부분 흰나비들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나비들을 본다.


나비뿐만 아니라 잘 보면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도마뱀 종류인 장지뱀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느다란 발들이 사족이라는 표현에 알맞은 모양새다.


이 잘 포장된 조용한 산길로 품걸리 마을까지는 10km 이상이니 생각보다 꽤 길다. 달리다 보면 볼 거 없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 전망대에서 경치를 둘러보면 그냥 다 산이다. 별거 없다. 하지만, 전망대라는 것은 높은 곳에 있는 것이니 고도표에서 처음 언덕길의 가장 높은 에 온 것이다. 일단 꽤 길었던 1차 오르막길은 이걸로 거의 끝나는 셈이다.


지난번에는 여기서 배가 고파서 돌아갔는데 오늘은 그대로 진행한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간다.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있다. 우리는 계속 품걸리로 가면 된다.


잠깐 오르막길을 넘어가면 다시 내리막길이 나온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바리케이트가 있는 임도 입구가 있는데 이정표가 있다. 우리는 계속 포장된 마을길로 간다. 품걸리 오지마을길이라 표시되어 있다. 도로 올라가면 품걸리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임도만 타게 되는 길이다.


마을길로 쭉 내려가면 사람이 사는 민가들이 나타난다. 품걸리에 도착했다. 품걸리라는 이 구석진 마을이 생각만큼 그리 낯설지는 않은데, 연예인들 자식들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로 찍어대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최초에 여기서 시작했다.


마을 개들이 낯선 우리를 보고 열심히 짖는다. 까 흰둥이에게 주고 남은 강아지 간식이 있지만 이쁜 구석하나도 없는 놈들에겐 안 준다.


길이 단순하니 이정표를 따라서 그냥 달리면 된다. 


산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작은 마을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비포장 임도 입구가 있다. 기서 임도로 들어가지 않고 포장길을 따라 가면 물로리, 조교리를 지나 화촌면 쪽으로 크게 돌게 된다. 물로리 쪽으로는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품걸리 임도로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포장이 잘 된 깨끗한 길이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임도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임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에 두 줄의 바퀴 자국이 이어진다. 아직 마을 바로 근처라 마을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길은 점점 험해지면서 산속으로 깊게 이어지고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안 쉬었던 우리도 슬슬 힘이 들기 시작한다.  때가 되었다.


산딸기가 익기엔 아직 이른데 뱀딸기가 여물고 있다. 몇 개 따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오는 길에 산딸기 덩굴을 많이 보았으니 다음에 올 때는 산딸기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왕 쉬는 김에 간식도 꺼내 먹자.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을 꺼내서 먹는다. 이런 산골 동네들은 중간에 식당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음식을 가져와야 한다. 지난번에는 이런 준비를 안 하고 들어왔으니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 돌아나가길 잘한 듯하다.


간식도 먹고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이 험한 길에도 승용차가 다닌다. 비포장길이지만 품걸리에서 화촌면 읍내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이라 차가 다니는 듯하다.


삼거리 둘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곳이 나온다. 여기 첫 삼거리는 아까 품걸리 마을 입구에서 갈라지는 임도길에서 이어지는 길이다.


우리는 두 번째 삼거리에서 가락재의 맞은편인 광천리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임도 중에는 산불 방지를 위해서 봄가을 건조한 시기에 입산이 통제되는 곳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가능하면 11월부터 5월 15일까지는 산악자전거로 통제된 임도에 들어가지 않는다. 반대로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홍수 대비 기간이라 천변 유수지 쪽이 통제될 수 있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지금은 통제 기간이 아니니 임도를 즐기자. 벌목이 진행되는 곳인지 임도 입구부터 통나무들이 잔뜩 쌓여있다. 나무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나무가 적은 곳에서는 건너편에 높은 산이 하나 보인다. 홍천군의 가리산이다.


급경사는 거의 없이 임도 치고는 꽤나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임도는 산의 모양을 그대로 따라서 굽이굽이 크게 꺾여 들어간다.


붕괴 위험이 있는 곳은 이렇게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오르막길 끝에 무언가가 보인다.


기상관측소가 나타났다. 여기가 이번 임도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 735m 지점이다.


잠시 쉬면서 경치를 감상한다. 어차피 첩첩산중이라 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대략 3번의 길지 않은 언덕길을 오르내려서 넘어가면 임도 구간이 끝난다.


길 옆에 파란 붓꽃이 피어 있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내리막길 옆으로 자주 보인다.


길 옆에 이렇게 군락을 이뤄서 피어있다.


마지막 언덕길이 끝나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중간에 임도 갈림길이 나오는데 광천리 쪽으로 계속 달린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있는 곳인가 보다. 이런 플랭카드가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다.


노면이 거친 편인데도 지니님이 잘 달린다.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비가 몇 방울 떨어진다. 다행히 큰 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임도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가면 내리막길을 좀 더 즐길 수 있는데 차를 세워둔 출발점에서는 점점 멀어지니 도로로 복귀하는 거리가 더 늘어나게 된다. 도로를 가능한 한 짧게 타고 싶어서 차 세워둔 곳에서 그나마 가까운 풍천리로 간다.


민가가 나오면 길었던 내리막길도 끝난다.


차를 세워둔 상걸리로 가려면 가락재를 넘어야 한다. 임도에서 체력을 소모하고 나면 도로 오르막을 올라가는 게 엄청 힘들게 느껴진다. 락재 올라가는 중간에 다른 MTB 동호인들이 보인다. 우리보다 조금 짧은 코스로 임도를 타러 온 듯하다.


가락재 정상에 도착했다. 이제 오늘의 힘든 구간은 모두 끝났다.


터널을 지나서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면 차를 주차해둔 상걸리다.


송화가루인지 꽃가루가 자전거에 잔뜩 끼었다. 원래 6월에는 잣나무들이 꽃가루를 뿜어내는 시기인데 가평과 마찬가지로 홍천에도 잣나무가 많다. 조만간 자전거 청소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간식을 주었던 흰둥이가 우릴 보고 반긴다. 아직도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은 여전한데 그래도 경계를 많이 푼 모양이다. 간식을 주니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는다. 당집 아주머니가 놀란다. 겁이 많아서 아무한테나 음식을 받아먹는 녀석이 아니라고 한다. 역시 고기 맛 강아지 간식의 힘이란...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힘들게 달렸으니 배가 많이 고프다. 춘천 하면 닭갈비가 유명하지만 매 번 닭갈비만 먹을 수는 없다. 춘천과 홍천 사이에는 소 축사가 많다. 횡성처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춘천과 홍천의 소고기도 아주 맛있다. 자전거는 집에 두고 가끔 가는 소갈비 집에서 영양보충을 한다.


구워지는 고기 뒤로 소주잔이 보인다. 요즘 자전거 음주 운전 때문에 자전거 관련 사진을 올릴 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는 자전거는 집에 두고 씻고 옷 갈아입은 후에 고깃집까지 걸어서 왔다. 존과 지니는 당연히 음주 라이딩을 절대 하지 않는다.


춘천에서 볼 수 있는 고깃집 후식이 이 된장 소면이다.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은 간단한 음식이지만 은근히 맛있다. 된장 소면을 모르면 춘천 현지인이 아니다.


오늘 달린 품걸리 임도 코스는 포장된 시골길과 완만한 임도가 섞여있어 임도 코스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코스다. 상당한 오지를 관통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경치도 좋고 다양한 동식물들도 볼 수 있어 강원도 임도의 정수라 할 만하다. 다만, 숲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큰길로 나올 때까지 식당이 전혀 없으니 체력 유지를 위해서 간단한 간식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당연히 중간에 쓰레기 버릴 곳도 없으니 남은 쓰레기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춘천과 홍천 사이에는 임도길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 오늘 지나친 임도 갈림길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코스라 할 수 있으니 이 중에 몇몇 임도는 다음번에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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