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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Sep 02. 2019

자전거 캠핑 이야기 2 - 자전거 캠핑을 하자.

자전거 캠핑 초급 - 강천섬

지난번에 자전거 캠핑 준비물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https://brunch.co.kr/@skumac/369


슬슬 여름이 지나고 캠핑하기 좋은 초가을 날씨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준비한 것들로 자전거 캠핑을 가보자. 자전거 캠핑을 처음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천섬을 추천한다.

강천섬은 남한강 자전거길 여주 구간의 강천보에서 충주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지나가게 되는 섬이다. 강천보 건너서부터는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그만큼 한적한 곳이라 조용히 캠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말에 많이들 찾는다. 섬 자체가 꽤 크기 때문에 텐트칠 자리가 넉넉해서 캠핑장처럼 이웃과 다닥다닥 붙지 않조용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조금 느지막이 해 저물기 전에 강천섬에 도착했다. 군데군데 크지 않은 데크가 있다. 이 데크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주말에는 조금 일찍 와야 데크를 쓸 수 있다. 데크가 없어도 사방이 잔디밭이니 어디에 자리를 깔아도 푹신한 잔디밭에서 쉴 수 있다.

※. 이후 데크 위의 텐트 점유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플랭카드가 생겨 잔디밭에 설치해야 한다.


강천섬에는 중심에 사거리가 있고 그 근처에 단 하나 뿐인 화장실이 있다.

중심 사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데크가 화장실도 가기 좋고 나무 그늘도 있는 명당이다. 그냥 캠핑을 오는 사람들은 강천섬 주차장에서 가까운 섬 동쪽에 주로 자리를 잡고 자전거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이동이 자유로우니 비교적 조용한 섬 서쪽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한적하니 가장 좋은 데크를 차지했다.


내 짐보따리들은 핸들바가방, 패니어 두 개, 발포매트와 아이스백이다. 핸들바 가방에는 텐트와 침낭을 넣어서 무게를 어느 정도 분산했다. 그래서 패니어가 무겁질 않다. 음 자전거짐을 싸는 사람이라면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에서 짧은 거리를 주행하면서 짐이 제대로 실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짐받이가 제대로 고정이 안되었다거나 무게배분이 잘못되었다거나 짐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 타기가 힘들 수 있다.


곧 날이 저물테니 자전거에서 짐들을 떼어놓고 텐트부터 치기 시작한다.


먼저 그라운드시트를 깔고


그 위에 이너텐트를 펼쳐놓는다. 방향성이 있는 텐트는 당연히 출입문을 이용하기 편하게 배치해야 한다. 


폴대도 후다닥 조립해서 세운다. 이 텐트는 폴대도 방향이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 번에 세울 수 있다. 라운드 시트와 이너텐트의 네 모퉁이에 폴대 끝을 끼운다.


이제 이너텐트의 후크를 폴대에 걸어주면 된다. 텐트의 좌우가 비대칭이기 때문에 폴대를 반대로 세웠다면  후크를 걸 수 없게 된다. 이 자체로도 모기장으로 쓸 수 있다.


여기에 플라이를 쳐주면 대충 완성이다.


내가 이 텐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씨 좋을 때는 팩을 두 군데만 박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1인용 텐트 중에는 필수적으로 팩을 4개 이상 박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데크에 설치했으니 스트링을 이용해서 데크에 적당히 앞뒤로 고정해서 공간을 만든다. 이 텐트는 출입문이 옆으로 나 있어서 이런 작은 데크에서 쓰기 좋다.


이제 텐트를 세웠으니 안에 침구를 배치한다. 데크 위에 텐트를 치면 바닥이 평평하고 갑자게 비가 오거나 할 때 물 빠짐 걱정이 없고 오염도 덜 된다. 대신 잔디밭에 깔 때보다는 바닥이 조금 딱딱하니 매트를 잘 깔아야 한다.

먼저 발포매트를 깐다.


그 위에 에어매트도 깔아줬다. 보통 매트를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이렇게 두 개를 같이 쓰면 침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따듯하고 편하게 잘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침낭을 깔아주면 잘 자리가 완성된다. 1인용 텐트이기 때문에 부가 좁으니 입구의 여유 공간에 짐을 둔다.


아직 여름이니 침낭 라이너는 준비만 해두고 쓰진 않는다. 밤에 갑자기 춥거나 하면 써야지...


텐트 옆에 의자와 아이스백을 배치하여 쉴 공간을 만들면 캠핑 준비 완료다.


조금 어둑해지지만 자전거 타고 섬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좋다. 잊은 것이 있거나 식수, 음식이 부족하면 마을 구판장에서 사 와도 좋다. 강천섬 중심에서 마을까지 1km 가까이 떨어져 있지만 자전거가 있으니 무슨 걱정이랴.


자전거 전조등에 랜턴 아답터를 끼워서 캠핑 랜턴으로 쓴다. 저녁은 간단히 편의점 도시락을 사 와서 때운다. 온 섬에 벌레들이 울어댄다. 모기도 은근히 많으니 모기기피제와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은 필수다.

강천섬 안에 딱 하나 있는 화장실에 갔더니 커다란 거미들이 거미줄을 잔뜩 쳐놓고 있다. 니들이 열심히 잡아먹어야 내가 모기에 안 물리겠지...


날이 흐리고 구름이 많아서 별은 많이 안 보인다. 너무 흐리다 했더니 한밤 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급하게 방수포를 텐트에 연결해서 간이 타프로 만들어 자전거와 짐들이 젖지 않게 한다.

종종 지나가던 산책객들도 비가 오니 뚝 끊긴다. 섬 안에 오로지 나 혼자 있다. 이 섬 안에 사는 야생동물이라고는 두더지 뿐이다. 산에서 캠핑을 하면 가끔 뱀이 나온다는데 여기는 참 안전하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따듯하게 잠을 잤더니 개운하게 일어났다. 강천섬의 호젓한 아침이 좋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일단 잠자리부터 정리한다.


침낭을 압축해서 넣어두고


이제 에어 매트를 정리한다. 침낭이든 에어매트든 패킹해야 하는 파우치보다 길지 않게 접은 후에 돌돌 말면 된다.


발포매트까지 접어서 넣으면 잠자리는 정리 끝.


간밤에 비 때문에 타프로 친 방수포가 잘 붙어있다. 비가 더 많이 왔으면 폴대를 세우든 스트링을 더 걸든 해서 좀 더 제대로 쳐야 하는데 이 정도로 충분했다.


어제 비 온 탓도 있지만 이슬이 내려서 플라이와 방수포가 촉촉하다. 방수포를 걷어서 정리하고 텐트도 분해한다. 좀 더 느지막이 정리하면 따듯한 아침 햇살에 잘 마른 상태에서 철수할 수 있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다.


분해는 조립의 역순이다.


어제 왔을 때 모습 그대로 떠난다. 캠핑의 가장 기본은 LNT, Leave No Trash이다. 내가 왔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고 가는 것.


하지만, 일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흔적이 보인다. 이건 누군가가 고기 구워 먹었던 판과 나무 이블 위에 바로 불을 지핀 흔적들... 근처의 다른 데크는 아예 데크 위에 불을 피워 홀랑 태워놨다. 사람은 추억을 남기고 쓰레기는 쓰레기를 남긴다.


왔던 길을 돌아간다.


살짝 끼어있는 안개 덕분에 풍경이 아주 이쁘다.


강천섬에서의 캠핑은 항상 즐겁다. 혼자 가는데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갈 때마다 신난다.


강천섬은 여주역에서도 오르막길 없이 겨우 15km 남짓하니 주말에는 전철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인데 항상 사람이 많지 않다. 아마도 단 하나뿐인 부족한 화장실과 마을 구판장이 좀 떨어져 있는 데다가 전기나 샤워시설 같은 것도 당연히 없으니 가족 단위의 캠핑꾼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런 문명에 가까우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있는 느낌이 강천섬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만약에 샤워가 하고 싶다면 근처에 여주 온천이 있다.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고 오르막 꼭대기에 있어서 자전거로 간다면 땀 좀 날만한 거리다. 여주 온천은 7시면 문을 닫으려 하니 조금 일찍 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근처 강천면 읍내로 가면 식당이 조금 있다.


10월 말에는 강천섬 은행나무길에 단풍이 들면서 캠핑하는 사람들과 방문객으로 혼잡해진다. 한적한 캠핑을 원한다면 이 시기에 방문하는 것은 피하는게 좋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 캠핑은 처음 시도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가 이렇게 내 스타일대로 캠핑을 하면서 글을 올렸지만 자전거 캠핑에는 정해진 방식이 없다. 기본적인 것들만 지키고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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