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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19. 2019

자전거 캠핑 이야기 1 - 준비물

자전거 캠핑은 가벼워야 한다.

지니님과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에서는 절대 캠핑을 하지 않는데 나 혼자 다닐 때는 종종 자전거 캠핑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힘들게 타고 저녁에 숙박을 해결하기 위해 캠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캠핑을 즐기기 위해 캠핑 장소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순수한 자전거 캠핑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캠핑은 캠핑카나 캠핑 카라반을 이용해서 더대대적으로 캠핑을 하거나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BPL(백 패킹 라이트)이라 불리는 경량 백패킹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게 되어 자전거 캠핑에 도움되는 경량 캠핑 장비들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물론, 대단히 가벼우면서 성능도 좋은 캠핑 장비들은 상당히 비싸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조금 덜 가벼우면서 훨씬 저렴한 중국 메이커의 제품들도 많이 나와서 자전거 캠핑을 위한 초기 투자금액이 대폭 낮아졌다.   


이번에는 자전거 캠핑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전거

앞뒤 랙이 장착된 여행용 자전거를 사용해도 좋지만 일반적인 자전거라도 패니어를 장착하면 문제없다. 에어로 타입 로드바이크나 풀샥 MTB 같은 자전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짐받이를 달 수 있으니 지금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활용해보자. 다만 자전거 자체가 운전자와 짐을 실은 총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휠셋의 한계 하중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짐 싸기 

캠핑 짐을 싸는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뉜다고 할 수 있다.

극도로 짐이 적고 이동거리가 짧다면 배낭도 나쁘지 않지만 자전거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배낭은 허리에 큰 무리를 준다. 배낭의 짐을 조금 줄이고 싶다면 10L 정도의 대형 안장 가방으로 짐을 분산할 수도 있다. 짐이 많다면 패니어를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일반적인 패니어는  하나에 20~25L 정도의 용량이니 두 개를 거치할 경우 어지간한 짐은 실을 수 있다.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도 5~60L 정도의 배낭을 사용하니 비슷한 용량이다. 뒷 패니어만 사용할 경우 무게중심이 뒤로 크게 쏠리므로 짐이 무거운 경우에는 앞 패니어까지 장착하여 무게를 분산할 필요가 있지만 이렇게 점점 더 무거워지느니 차라리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권한다.


짐을 실을 자전거가 준비되었다면 필요한 기본 캠핑 도구는 텐트, 매트, 침낭, 의자, 테이블, 코펠, 버너 정도다. 자전거 캠핑 준비물은 짐을 최소한으로 꾸려야 하는 백패킹에 가깝다보니 생각보다 지 않다. 이 중에서 캠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텐트부터 살펴보자.


텐트 

시중에는 오토캠핑용의 커다란 텐트부터 던지면 자동으로 펴지는 텐트까지 다양한 텐트가 있지만 자전거 캠핑을 위한 텐트는 작게 접히는 경량 텐트를 사용해야 한다. 자전거 패니어는 큰 것도 보통 높이가 40cm 정도이기 때문에 자전거에 싣기 위한 짐들은 뭐든지 길쭉하지 않은 것이 좋다. 이는 텐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1인용 텐트의 경우 완전히 패킹을 했을 때 길이가 40cm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시중의 경량 텐트의 무게를 살펴보면 1인용 텐트는 1~2kg, 2인용 텐트는 2kg 초반, 3인용 텐트는 2~3kg 정도로 두 명이 함께 사용하려면 3kg 미만의 3인용 텐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텐트의 사용 인원수는 침낭 하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사람 외에 짐을 놓을 공간도 생각해야 한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등산스틱을 기둥으로 사용하는 티피 텐트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1kg 초반으로 상당히 가볍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은 등산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그냥 자립식 텐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혼자서 솔로캠을 할 경우에는 2~3인용 텐트부터는 필요 없는 공간이 늘면서 텐트도 상당히 무거워지니 1인용이나 2인용 텐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MSR의 초경량 텐트들이 워낙 가볍기 때문에 자전거 캠핑용으로 유명한데 4~60만 원 대로 상당히 가격이 높으니 나처럼 1년에 몇 번 잠깐 사용할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내가 사용하는 것은 일명 농협 텐트라고 불리는 네이처하이크의 1인용 텐트로 함께 주는 그라운드시트를 포함해서 총 무게 1.64kg 정도이다.  국내 온라인몰에서 12만 원 정도 하니 무게 대비 매우 저렴한 물건이다.

텐트만 구입했다고 잠자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MSR이나 네이처하이크의 경량 텐트 같은 방식은 텐트 바닥에 깔아서 습기의 침투를 막아주는 그라운드시트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라운드시트가 없는 텐트라면 그라운드시트도 구입해야 하고 안락한 잠자리를 위해서 텐트 바닥에 깔 매트도 있어야 하고 춥지 않게 자려면 침낭도 있어야 한다.


침낭

여름이라도 시골의 밤은 생각보다 훨씬 추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가벼운 침낭 하나 정도는 챙겨야 한다. 3계절용 경량 침낭은 그리 비싸지 않고 1kg 미만이니 하나쯤 챙기자. 여기에 면 재질로 된 침낭 라이너(320g)를 추가하면 좀 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텐트와 같은 브랜드인 네이처하이크의 3계절 침낭(680g)을 사용한다. 겨울에는 캠핑을 하지 않으니 동계용은 필요 없고 온도에 맞춰서 침낭 라이너와 침낭을 적절히 섞어 사용한다.  


매트

자전거 짐에서 가장 부피를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매트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매트의 종류로는 주로 발포매트, 자충 매트, 에어매트들이 있는데 에어매트는 터질 위험이 있지만 패킹했을 때의 부피가 가장 작고 발포매트는 압축되지 않으니 부피가 가장 크다.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은 초경량 발포매트인 지라이트솔을 사용하는데 겨우 스티로폼 쪼가리 같은데 부피도 크고 상당히 비싸다. 비슷한 형태의 경량 발포매트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으니 적당한 것을 골라 쓰자. 일반적인 매트들은 발포매트나 에어매트나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나는 역시 저렴한 네이처하이크 에어매트 (530g)와 국산 발포매트(450g)를 병용한다. 두 제품이 무게는 비슷한데 부피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이렇게 텐트. 침낭 매트만 있으면 일단 잠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무게 총합이 3kg 정도 된다. 이로서 의식주 중에 주를 해결한다.


다용도 방수포

텐트 밑에 까는 그라운드시트와는 별도로 다용도 방수포를 하나 정도 챙기면 좋다. 지면이 안 좋으면 그라운드시트 밑에 깔아 풋프린트로 쓸 수 있고 스트링(밧줄)을 연결하면 간이 타프로도 쓸 수 있고 자전거에 덮어두면 밤이슬에 자전거가 젖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의자, 테이블, 아이스백

의자, 테이블, 아이스백은 짐이 크게 늘어나는 주범이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면서 숙박을 해결하기 위해 캠핑하는 경우에는 사용 시간이 많지 않무거우니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장비들이지만 자전거 주행보다 캠핑을 중점으로 할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물건들이니 포기할 수 없다. 캠핑이란 것이 의외로 할 것이 없다. 자리가 정리되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니 느긋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의자, 테이블, 아이스백은 꼭 챙긴다.


의자는 이왕 가지고 다니는 거 역시 편하게 머리받침까지 있는 릴랙스 체어를 사용한다. 머리받침이 없으면 1kg 이하인 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잘 때 외에는 거의 머물 자리가 될 테니 편한 릴랙스 체어가 최고다. 헬리녹스 의자가 유명하지만 비슷한 염가형 제품인 쿨맨 릴랙스 체어 (1.28 kg)가 워낙 저렴하기에 구입해서 사용한다.

의자가 있으면 옆에 간단한 테이블이 있어야 편하다. 조금 높이가 낮고 크기도 작지만 무게 하나로 다 용서할 수 있는 탑앤탑 초경량 테이블(320g)을 사용한다.


아이스백

의자와 테이블이 있으면 시원한 음료수도 있어야 한다. 아이스백에 500ml 생수 두 병을 꽝꽝 얼려서 가져가면 다음 날 아침까지 시원한 식수와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 플라스틱 아이스 박스는 상당히 무거우니 보냉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7리터 아이스백(430g)을 사용한다. 아이스팩을 넣으면 냉기를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지만 무거워지니 차라리 얼음 생수를 한 병 더 넣는다.  


식수

캠핑을 하면서 하룻밤을 보내려면 1인당 1.5~2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는 거리가 길수록 물도 더 준비해야 한다. 나는 물 마시는 양이 많지 않아서 자전거 물에 600ml을 가져가고 500ml 생수를 얼려서 두 병 가져간다.


취사장비 

허가된 장소가 아니면 취사를 하는 것은 대부분 금지되어 있다. 취사가 가능한 곳인지 확인하고 취사가 가능한 곳이라도 혼자서 무언가를 해 먹는 건 귀찮으니 물 끓일 정도만 되는 가벼운 버너와 코펠을 가져간다. 코펠은 1.2리터의 티타늄 코펠을 하나만 가져가고 사용한 지 10년은 된 티타늄 컵도 챙긴다. 티타늄이 조금 가볍긴 하지만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된다면 알루미늄 코펠도 괜찮다. 식기 세트도 티타늄 수저 세트만 챙긴다. 나는 국물을 많이 먹지 않는 편이라 라면을 먹으면 국물을 많이 남기는데 이 때문에 라면도 작은 컵라면을 주로 먹는다. 라면 국물이든 음식물이든 주변에 함부로 버리면 안 되니 쓰레기를 들고 돌아갈 것도 생각해야 한다.


버너는 중국제 BR-3000이라는 25g짜리 초소형 버너를 사용하는데 조금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취식에 필요한 세트를 모두 합치면 600g 정도 되지만 가스통을 제외하면 고작 230g이다.


그 외에 벌레를 쫓는 벌레기피제, 벌레 물렸을 때 바를 연고, 버너에 불을 붙일 라이터 등을 준비한다. 랜턴은 자전거 랜턴을 사용하면 된다. 렴해서 많이들 사용하는 블랙울프 미니줌 전조등을 나도 사용하는데 앞에 랜턴 아답터를 장착하면 캠핑 랜턴으로 사용하기 좋다.


복장

자전거를 탈 때는 무조건 3대 안전 장구인 헬멧, 고글, 장갑은 반드시 착용한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길지 않다면 전문 자전거 복장까지 착용할 필요는 없다. 나도 편한 차림이 좋다. 신발은 어차피 캠핑할 때는 편한 슬리퍼를 신고 있으니 운동화를 신던 클릿화를 신던 상관이 없다. 벗어둔 신발 속이 꽤나 아늑해서 벌레가 들어갈 수 있으니 아무렇게나 방치해두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자전거 캠핑 장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뭐가 대단히 많고 복잡한 것 같고 돈도 많이 들 것 같지만 저렴한 것 위주로 갖추면 30만 원 정도면 해결된다. 총무게는 8 kg이 조금 안 되는데 이 짐을 자전거에 싣기 위한 패니어와 짐받이까지 고려하면 10kg 정도 된다. 여기에 캠핑을 하면서 먹을 음식과 식수를 실으면 준비 완료이다.


자전거 캠핑을 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 각자 자기 생각대로 준비해보자. 나는 자전거 캠핑을 자주 안 하니 저렴한 장비로 실속을 챙겼지만 좀 더 제대로 구색을 갖추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비용이 들더라도 더 가볍게 챙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선택을 참고만 하자.


다음번에는 실제로 자전거 캠핑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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