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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21. 2019

존의 알프스 자전거 여행 7 - 인스브루크로

티롤의 중심 인스브루크로...

2019년 9월 6일 


어제 하루 자전거를 안 타고 쉬었으니 오늘은 달려야 한다. 오늘은 티롤 지방의 중심 도시인 인스브루크로 간다. Prutz에서 인스브루크까지는 인강을 따라서 약 90km 정도만 달리면 된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어제와 같은 숙소니 똑같은 아침 식사다.


아침 먹고 체크아웃하고 짐을 챙겨 출발한다. 비 올 수 있으니 젖으면 안 되는 짐을 몽땅 안장 가방에 욱여넣었다.


이번에는 Prutz로 들어올 때 달렸던 183번 도로로 가지 않고 자전거길로 가기로 했다. 마을 앞 사거리에서 자전거길 이정표를 따라 직진한다.


이 강은 도나우강의 지류인 인(Inn) 강이다. 이 강의 이름을 딴 인스브루크로 가는 것이다. 길은 아주 쉽다. 이 인강만 따라가면 된다.


조금 달리다 보면 Prutz의 경계를 지난다. Landeck에서 출발한 듯한 자전거 여행자들과 인사하며 지나간다. 저 사람들은 내가 피해 온 해발 2300m 언덕길을 오를 생각인가 보다.


이 자전거길은 그저께 Prutz로 들어오면서 만났던 다리로 이어지고 도로 옆으로 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있다.


복잡한 찻길 아래로 조용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달리다 보면 보 같은 것이 있다. 이 보를 통해서 인강을 건너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어느 정도 달리면 자전거길은 찻길 쪽으로 가게 된다.


일부 구간은 보행자 겸용 도로로 되어 있지만 또 결국 차들과 함께 달려서 Landeck에 도착한다.


아침이라 조용한데 시장이 열렸나 보다.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나 상품들을 파는 조그만 시장이다.


계속 인강을 따라 달린다. 최대한 자전거길을 달리려 하는데 보행자 겸용의 불편한 길이 많아서 쉽지 않다.


혼자 뾰족하게 솟은 작은 산 위에 뭔가 건물이 있다. 크론버그 성이라고 한다.


크론버그성 가기 전의 고가다리는 Prutz에서 이어지는 180번 도로가 터널로 산을 뚫고 나오는 곳이다. 터널을 이용하면 확실하게 거리가 단축되지만 이런 긴 터널은 대부분 자전거 출입 금지다.


원래 자전거길은 인강의 우안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나는 도로를 따라 달린다.


오늘도 알프스는 그 멋진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롤 지방의 그림 같은 사진이 만들어준 환상은 어제 이미 산산조각 났다.


여기 집들은 꽃으로 외관을 장식한다. 우리나라에도 유럽풍으로 지은 집들이 종종 보이는데 뭔가 어설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나라 집들은 이런   장식에 인색한 편인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차도가 인강을 건너서 자전거길과 만난다. 이제 자전거길을 따라 가볼까?


선거가 있는지 선거용 홍보물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띈다.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다.


계속 인강을 따라간다.


자전거길 표시가 잘 되어 있으니 길을 찾아가기 아주 쉽다.


인스브루크 방향으로 계속 가면...


아 왜 비포장길... 이래서 유럽 자전거길은 못 믿겠다. 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비포장길을 달려도 아직 펑크가 안 났다는 것이다.


자전거길은 Imst-Pitztal 역을 지나서 계속 인강의 우안을 따라 이어진다.


역 뒤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있다. 뒤쪽의 강 건너 절벽은... 찻길로 가면 저 절벽 위 언덕을 넘어야 한다.


오래되긴 했지만 그럭저럭 달릴만한 길이 이어진다.


저 언덕을 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길은 달릴만한데 옆에 흐르는 강이 잘 안 보인다. 길에는 아무도 없는데 아이들 소리로 시끄럽다. 이 궂은 날씨에 강에서 단체로 래프팅을 하러 온 학교가 있나 보다.


이 자전거길도 마냥 평지는 아니다. 갑자기 급경사가 하나 나타나는데 다행히 그리 길지 다.


기찻길 옆으로 난 오솔길 같은 자전거길이다. 날이 맑았으면 훨씬 경치가 볼만했겠지만 여긴 일주일에 6일이 흐린 티롤 지방이다.


이 오솔길은 기찻길 아래 작은 굴다리로 넘어간다.


굴다리를 지나면 인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여기서 시끄럽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래프팅을 하고 있다. 이 날씨에 래프팅을 하니 급류만 만나면 계속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세어부스!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니 막 환호하면서 좋단다.


요즘 우리나라의 학교들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데 내 학창 시절에는 소풍을 쓰레기 매립지로 갔었던 기억까지 떠오른다. 제길!

학교 단체 래프팅이라니 부럽다.


다리를 건너니 또 비포장길이지만 다행히 금방 끝난다.  


인스브루크까지 55km... 겨우 35km 정도 왔구나.


마침 바로 근처에 체육시설이 있고 영업 중인 식당도 있다. 날이 흐리고 추우니 몸도 녹일 겸 여기서 점심을 먹자.


여긴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니까 유로화는 충분히 있다. 이번 여행에서 지나는 4개 나라 중에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는 유로화를 쓰는데 스위스와 크로아티아는 각각 스위스프랑(CHF)과 쿠나(HRK)를 쓴다고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유로가 통하니 다 유로로 퉁칠 생각이다. 일단 콜라와 슈니첼을 주문했다. 식사로 먹을만한 게 빵 종류 빼곤 슈니첼뿐이다.


또 산처럼 가득 쌓아준 감자튀김과 함께 나온 슈니첼...


맛있다. 그냥 돼지고기를 튀김옷 발라서 튀긴 것인데 돈가스보다 내 입에 잘 맞는 건 왜일까?


열심히 먹고 있는데 다른 손님들이 그뤼스 곳!이라 하면서 들어온다. 그뤼스 곳(grüß Gott)은 God bless you 같은 뜻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쓰는 인사니 익혀두면 좋다.


배도 채웠고 화장실도 다녀왔으니 다시 출발한다. 농장 사잇길을 달리기도 하고, 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굴다리를 지나기도 하면서 대충대충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간다.


보통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 기준으로는 이탈리아 남부는 염소를 많이 기르고 이탈리아 북부는 소나 양을 많이 기르는데 그보다 더 북쪽인 이곳에는 소가 대부분이다. 드문드문 양이 있고, 간혹 알파카가 있다. 그럼 슈니첼을 만들 돼지는 어디에 있지... 우리나라는 돼지 축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선 아직 본 적이 없다.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이 굴다리로 찻길을 건너라는 곳이 있다. 고속도로도 아닌 일반 도로를 건너는데 왜?


찻길을 건너면 들판 사이로 계속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씨가 맑았다면 신나는 길이었을 테지만 잔뜩 흐린 구름으로 우울한 장면의 연속이다.  


소들이 보이는데 송아지들을 어미소와 함께 따로 분리해 놓았다.


내가 다가가니 살짝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가온다. 무슨 동물이든 새끼 때는 참 귀엽다. 쓰다듬어보고 싶지만 손을 언제 씻을지 모르니 참아야지...


들판 사이의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공기저항이 적은 리컴번트가 추월해 지나간다.


넋을 놓고 달려서일까... 물기를 머금은 철교에서 바닥의 레일 같은 미끄러운 부분에 자전거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난간에 손가락을 살짝 부딪힌 것 빼고는 사람도 자전거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래도, 넘어진 충격이 있으니 근처 벤치에 앉아서 잠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이틀째 날씨가 잔뜩 흐린 상태에서 비로 인해서 다치기까지 하니 더더욱 날씨에 짜증이 난다.


그래도 오늘 예약해둔 숙소까진 가야지...


자전거길 표시인데 말은 금지라고 되어 있다. 실제로 낙농과 목축을 많이 하니 말을 가진 집들도 많다.


표지판 밑에 Jakobsweg라 쓰인 순례길 표지가 있다.


이전에 지니님이 완주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며칠 전에 지나갔던 Feldkirch에서 인스브루크로 이어지는 루트가 바로 여기다. 물론 나는 순례 루트로 가는 게 아니니 잘츠부르크와 빈으로 가 않는다.


인스브루크까지 14km 남았다는데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상가상으로 비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솔길로 달리는데 길음 비포장길이 되고 바로 옆에는 고속도로가 막아서 답답한 길이 한참 이어진다.


인스브루크 공항을 지나니 슬슬 마을이 보인다. 오늘 예약한 숙소는 인스브루크의 반대편 끝에 있다.


인스브루크에 도착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마을 이름 중에는 berg(베르크)나 부르크(burg)로 끝나는 마을이 많다. berg는 우리나라의 부산, 울산, 마산처럼 산이나 언덕을 뜻하는 말이다. burg는 성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안성, 화성과 같다. 그런데 인스브루크는 bruck으로 다른 브루크들과는 좀 다르다. bruck은 다리를 뜻하는 말로 인스브루크는 인 강의 다리라는 말이다. 인강을 중심으로 하는 교통의 요지에 생긴 도시가 인스브루크다. 인강의 다리라는 이름답게 자전거길로 시내에 들어오는 입구에서 Karwendel Brücke라는 다리가 먼저 보인다. 아래로는 자전거나 사람이 지나다니고 상판은 기차가 다닌다.


계속 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자전거길이 애매하게 끝나는 곳에서 다리를 건너면 숙소가 있다.


인스브루크의 중심이자 마을을 상징하는 인강의 다리, 인스브루크가 나타났다. 한자로 하면 인강교라고 해야 할까.


인스브루크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북쪽 산 꼭대기인 노르트케테인데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트램이 출발하는 역이 특이하게 생겼다.


좀 더 가면 예전에 사용하던 폐쇄된 트램역이 있다.


옛 트램역 뒤로 다리를 건너서, 드디어, 오늘의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까지 여기 인스브루크에서 쉴 예정이다.


혼자 쓰기 무난한 작은 싱글룸이다.


빗속을 달리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울 때 입으려고 가져온 등산바지를 꺼내 입었는데 빗길에 엉망이 되었다.


아까 넘어지면서 바람막이도 살짝 찢어졌다.


다친 손가락은 살짝 부었는데 다행히 큰 통증은 없다.


씻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강 건너편이 관광의 중심지인데 내일 갈 테니 그냥 건너지 않고 강을 따라 쭉 걸어간다.


여기 인스브루크 1위 맛집은 인도 식당이다. 인도 사람들이 직접 하는 집이라 인도 분위기는 꽤 난다. 인도스러운 쌈마이한 느낌도...


맥주와 카레를 주문했다.


야채튀김도 주문하고...


카레를 난에 올려 먹는다. 맛은 있는 편이지만 그렇게 대단한 맛집은 아니다. 난보단 쌀밥으로 먹을 걸...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인스브루크에 잘 도착했다. 자전거도 사람도 흠집이 조금 났지만 여정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내일은 인스브루크 시내를 떠돌아다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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