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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24. 2019

존의 알프스 자전거 여행 8 - 인스브루크에서 하루

흐린 날 인스브루크 나들이

2019년 9월 7일


오늘은 인스브루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일어났더니 어제보다 훨씬 흐리다. 인스브루크를 둘러싼 거대한 산들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리니 노르트케테에 갈 생각은 접어야겠다. 심부터는 비도 온다고 한다.


일단 아침식사부터 한다. 자전거는 안 타지만 늘 먹던 대로 최대한 먹는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수박이 나오니 마음껏 먹는다.


노면이 다 젖어 있다. 오늘 자전거를 안 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내일도 이러면 그냥 하루 날리는 셈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여유 있게 보내기로 한다.


대리석 석상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식물을 쓰고 있다.



노르트케테에 가려면 Hungerburgbahn Löwenhaus에서 저 트램을 타고 언덕 위 마을인 Hungerburg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한번 갈아타야 한다. 인스브루크 카드를 구입하면 이런 시설들을 모두 그 카드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인스브루크 카드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


트램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는데 트램역에는 자전거 세차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어차피 비에 엉망이 될 테니 내 자전거를 세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기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트램은 좀 더 시내 중심 의회 건물 있는 트램역으로 간다.


이게 의회 건물 근처의 지하 트램역이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항이 있으니 비행기들도 낮게 날아다닌다.


강을 따라 산책로를 걸어서 인강 다리-인스브루크에 도착했다. 이 곳에는 1500년대부터 다리가 있었는데 지금 다리는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다리다.


다리 가운데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예수상이 있다. 십자가 역시 오래전부터 인강 다리에 있었는데 이 청동 예수상은 이 새 다리가 완공되고 설치되었다고 한다.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으로 누더기천 하나 안 걸친 알몸뚱이의 예수상이라 종교계의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 중범죄자를 십자가에 매달 때, 옷을 입혔을까?


이 다리 입구 쪽 골목이 관광의 핵심인 구시가지 먹자골목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식당들이 즐비하고 그 길을 쭉 걸어가면 황금지붕(The Goldenes Dachl, Golden Roof)이 있다.  황금지붕의 발코니에서 황제 막시밀리언 1세가 자신의 결혼식 축제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햄 가게가 있는데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파는데 먹음직스러워도 어차피 자주 먹는 게 빵이니 안 땡긴다.


골목골목 걸어 다닌다. 지니님과 둘이 다니지 않으니 그냥 심심하다.


멀지 않은 곳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월드가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에 스와로브스키 매장이 있다. 난 이런 것에 별 관심은 없으니...


길을 하나 건너면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는 남편 프란츠 1세와 함께 인스브루크를 통치를 했던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왕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서 아이를 16명이나 낳았다고 한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의 가운데에는 우뚝 솟은 성 안나 기념탑이 있다. 1706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때 바이에른 군을 격퇴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탑 꼭대기의 성모상이 멋진데...


아래에 조각된 천사들은 불만이 그득하다.


앞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닥칠 수 있는 근육통을 대비해서 약국에 들러서 파스나 마사지 젤을 사기로 한다. 근처에 문 연 약국이 있다.


붙이는 패치를 달라고 했더니 이런 걸 하나 받았다. 샤워도 가능하고 120시간 동안 쓸 수 있다니 저녁에 씻고 붙여야겠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로 돌아와서 나머지 길을 더 걷는다. 길 끝에는 개선문이 있다. 이름만 봐서는 무슨 전쟁에 승리하고 세운 기념물 같은데 마리아 테레지아 왕비가 둘째 아들의 결혼을 기념하려고 지은 기념물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이제 점심시간이다. 조금 걸어가면 부리또 가게가 있어서 한 번 들러보았다.


커다란 부리또와 일 콜라인 프리츠 콜라를 주문했다. 콜라를 달라고 했더니 이게 나왔는데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부리또는 푸짐하긴 했는데 미국식으로 치즈와 고기가 많이 든 것이 아닌 야채와 콩이 많이 든 부리또다. 당연히 치즈와 고기가 많이 든 것이 더 맛있지. 크기는 캘리포니아에서 먹었던 스페셜 부리또보다 크다.


다시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를 걸어서 돌아간다. 오스트리아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가보았더니 길가다가 아무 행인이나 붙잡고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유쾌한 사람들이다.


이런 동네라면 의례 있는 마차도 보이고...


이번에는 좀 더 뒷골목으로 가본다.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따라 우르르르 몰려가길래 따라가 보았다. 관광객들은 성 야곱 성당을 관통해서 의회 건물 뒤쪽의 어느 공원으로 간다. 나도 그냥 산책 삼아 걸어본다.


공원이 하나 있는데 어지간한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곳이라 조용하다.


푸릇푸릇한 잔디밭도 있고


기괴하게 땅에 깔리듯이 자라는 나무도 있다.


개구리 왕자 이야기의 석상이 있는 분수대도 있다.


공원 여기저기에 커다란 체스판이 있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계 어디든 남자들은 게임을 하게 되면 사뭇 진지해진다.


연못에 오리들이 떠있다가 줄줄이 걸어 나온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 구역의 비둘기 포지션인 듯하다.


많이 걸었으니 잠시 숙소에 가서 쉬기로 한다. 산책로에 공예품을 전시해놓은 작은 부스가 있는데 나무늘보를 보니 나도 쉬고 싶다.


잠깐 눈 붙이고 있다가 일어났더니 날은 여전히 흐린데 구름은 많이 없어졌다.


Patscherkofel이라는 남동쪽의 높은 산봉우리가 보인다.


Nockspitze라는 남서쪽의 산봉우리도 보인다.


노르드케테 쪽도 보인다. 이미 오후 6시가 넘었으니 올라갈 수는 없다. 낮잠을 안 잤으면 올라갈 수 있었으려나... 그런데 낮잠이 더 좋다.  


아직 배는 안 꺼졌는데 저녁 나들이를 나가본다.


황금지붕 앞은 거리 악단들이 차지했다.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바로 골목 입구에 있던 식당으로 들어간다.


좁디좁은 오래된 건물의 1층부터 3층까지 식당으로 쓰고 있는 집이다.


이 집 맥주가 맛있다고 해서 왔는데... 맛있다. 그런데 다른 식당 맥주들도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엄청 빼어난 맛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오스트리아식 갈비탕이라 할 수 있는 타펠슈피츠(Tafelspitz)를 주문했다. 송아지 살코기를 야채와 함께 푹 익혀 내는 음식으로 겨자맛이 나는 사과잼 같은 것과 함께 먹는다. 이 집은 시금치 데친 것과 함께 먹으라고 한다.


오늘 이 식당을 선택한 것도 메뉴판에 타펠슈피츠가 있어서였는데, 맛이 매우 만족스럽다. 밥과 깍두기만 있었다면 한식이라 해도 될 듯하다.


배불리 잘 먹고 나왔다. 무신경한 자리 안내, 늦은 주문 응대 등등에 처음에는 불친절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인력에 비해 손님이 많아서 바쁜, 충분히 정중하게 친절한 곳이었다.


다시 구시가 골목길로 들어간다. 황금 지붕 앞은 여전히 음악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부른 배를 꺼트릴 겸 구시가지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


포스터 같은 것이 장식된 가게에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다.


자전거 그림도 있는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골목길에서 예수와 마리아를 표현한 듯한 부조상도 만난다. 멀리서 보면 그럴싸한데...


둘의 표정이 좀 이상하다.


뒷골목에서는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모든 사람들이 와인잔을 들고 있고, 오스트리아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악단들이 서로 공연에 방해되지 않는 정도로 떨어져서 연주하는 중이다. 지니님이 함께 왔으면 엄청 좋아했을 것 같다.


술 파는 곳이니 다양한 안주들을 판다.


공예품 가게에 디오라마 같은 작품도 있다. 골고다 언덕을 재현한 것 같은데 매우 정교해 보인다.


가운데에 예수가 있고, 함께 매달린 두 도적이 있다.


여기서도 오스본 황소 비슷한 소 문양을 만난다. 젖소 같은데 오스본 젖소인가..?


저녁의 인스브루크 구시가지도 잘 구경했다. 인강을 따라 숙소로 돌아간다. 산 위의 불빛 두 개가 보인다. 하나는 노르트케테 케이블카 중간 환승장이고 다른 하나는 꼭대기다.


저녁 먹었던 식당을 지난다. 내가 앉았던 창문을 보니 좋은 자리에 잘 앉은 듯하다.


저녁에 잠깐 맑아졌지만 속으면 안 된다. 일기예보에 내일은 아침부터 또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한다. Prutz에 이어 인스브루크에서도 하루를 쉬었으니 내일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한다. 3일째 계속 흐리니 내일도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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