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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25. 2019

존의 알프스 자전거 여행 13 - 슬로베니아

해발 1072m 워르젠 패스를 넘어서 블레드와 보힌즈

2019년 9월 12일


오늘은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날이다. 필라흐에서 출발해서 슬로베니아의 크란스카 고라로 넘어간 후에 블레드 호수를 지나 보힌즈 호수까지 87km 정도를 달릴 예정이다. 래 계획은 Mojstrana라는 마을에서 보힌즈 호수까지 산길로 가볼까도 했지만 지금 내 체력으로는 힘들 것 같다.


오스트리아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 식사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슈니첼도 충분히 먹었고 어제저녁 식사로 타펠슈피츠를 먹었으니 오스트리아에서 음식으로는 아쉬운 것은 없다. 오늘도 90km에 가까운 거리를 달려야 하니 최대한 배를 채운다.


체크아웃하고 길가에 서서 자전거 짐을 다시 정리한다. 꾸 새로 정리하는 것은 짐을 제대로 정리해서 넣고 조절끈을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으면 무거운 짐이 늘어져 뒷바퀴에 닿기 때문이다.


이제 저 앞에 보이는 산맥을 넘어서 슬로베니아로 가야 한다.  자동차로는 유료 터널을 이용하면 슬로베니아의 예세니체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자전거로 가려면 저 산을 그대로 타고 넘어야 한다.


83번 도로를 타고 달리면 곧 Villach를 벗어나게 되고 터널로 갈지 언덕길로 갈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Wurzen-pass, 내가 가야 할 언덕길의 이름이다. 해발 1000m 정도 되는 언덕길이라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 여행 최악의 언덕길일 줄이야...


큰길을 무턱대고 달리는 것 같지만, 현지인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길이다. 바닥에 보면 작게 자전거 표시가 되어 있다.


자전거길이 도로 옆에 있으면 자전거길로 가고 도로와 함께 가야 하면 도로를 타고 달리고...


이건 무얼까? 망가진 자전거를 길 가에 매달아놨는데 꽃이 없는 걸 보니 자전거 사망자 표시는 아닌 것 같고...


계속 달리다 보면 109번 도로로 Wurzenpass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신호등 없는 길에서 좌회전해야 하니 조심해서 넘어간다. 여기저기 하얀 표지판으로 Wurzen pass라고 계속  써놨으니 못 보고 지나칠 염려는 없다.


Wurzen-pass의 입구, 통행 가능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슬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무난하게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진다. 처음 계획은 Lienz에서 출발해서 Riegersdorf라는  마을 근처에서 자려고 했었는데 여행이란 것은 중간에 얼마든지 계획이 바뀔 수 있다.


올라가는데 표지판이 있다. 18% 경사도 표지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서는 도로를 만들 때 최대 경사도를 17%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는 만큼 18%면 엄청난 경사도이다. 마?


아직은 그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으니 계속 슬금슬금 올라간다. 설마 진짜 18% 일리가? 


원래 이 길은 슬로베니아로 가는 중요한 통로였는데 유료 터널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한산한 길이 되어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면이 좀 엉망이다.


음? 저속 기어로 바꾸라는 표지판까지 있다. 설마 진짜 18%의 급경사인가?


그리고 헤어핀 커브를 하나 돌면 저 앞에서  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금 여기도 상당한 오르막길인데 저기부터는 진짜 급경사다.


이 18% 오르막길이 오늘의 고생길이다. 를 지나쳐가는 들도 빌빌거리면서 올라간다.


지도에서도 750m 동안 해발 132m를 올라가야 하는 17.6%의 경사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고갯길에서 만나는 가장 힘든 깔딱 고개 구간이 750m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기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오르막길인 설매재 가장 힘든 구간을 계속 올라가는 것 같다.


이 지독한 고개 구간을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포기했다. 내 무릎은 소중하니 내려서 슬슬 끌고 올라간다. 벙커 뮤지엄 주차장 표지판 근처까지 급경사는 총 1km 정도 된다.


급경사를 지나 올라와도 아직 오르막길이 끝난 것이 아니다. 잠깐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도움닫기로 올라간 후에 멈춰서 길 옆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좀 쉰다. 으아~ 힘들어 죽겠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다른 고갯길처럼 꼬불꼬불한 헤어핀 코스는 얼마 없다. 그냥 생으로 경사 있는 길을 지려밟고 올라가야 한다.


높이 자란 나무들 사이로 완만해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이제 끝인가?


휴~ 집 같은 것이 나타나니 경사가 완만해진다. 정말 오르막길의 끝인가보다. 


오... Wurzen pass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탱크가 보인다. 냉전시대에는 여기가 국경이었기에 슬로베니아에는 탱크가, 오스트리아에는 그에 대항할 벙커가 있었는데 탱크는 방치되어 있고 벙커는 박물관이 되었다.


이 고개의 명물이라니 인증샷도 찍어본다.


조금 더 가니 Wurzen pass 정상 표지판이 있다. 해발 1,073m니 해발 높이로는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다른 평범한 고개와 비슷하지만  경사도와 난이도는 최고였다.


마침 다른 유럽 자전거 아저씨들이 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어 내 인증샷도 생겼다.


이제 환상적이었던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뒤로 하고 슬로베니아로 간다. 


슬로베니아도 유로를 쓰는 유럽 연합국이다. 그러니 국경 검문소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로 통과해서 드디어 슬로베니아로 들어간다. 오스트리아... 언젠가 또 오리라.


이제 슬로베니아의 크란스카 고라(Kranjska Gora)라는 동네로 들어간다. 스트리아에선 Wurzen pass라고 부르는 이 고개를 슬로베니아에서는 Korensko sedlo라고 부른다.


언덕길을 쭉 내려간다. 오스트리아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속 느꼈지만 슬로베니아로 넘어오면서 더욱 확실히 느낀 것은... 오스트리아는 도로포장의 장인들이다. 오스트리아의 포장도로는 정말 깨끗하고 부드럽다. 슬로베니아로 넘어오니 길 포장 상태가 영 좋지 않고 여기저기 도로가 갈라져 있다.


사바강과 만났다. 바강은 여기서 이탈리아 쪽으로 2km 정도에 위치한 샘에서 시작해서 슬로베니아를 동쪽으로 횡단해서 크로아티아를 지나 도나우강에 합류하는 강이다.


크란스카 고라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니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여기도 스키 슬로프 시설들이 있고 입구에 카페가 하나 있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뭐라도 간단하게 먹어야지...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율리안 알프스의 거친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음료를 주문했는데 뭔가 이 독특하다. 아메리칸 토스트도 주문했다. 엄청 단순한 토스트일 것 같다.


여기 카페에는 콜리가 한 마리 있다. 여기저기 사람들 구경하면서 일광욕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야 하니 밖에 가서 처리하고 온다. 똑똑한 녀석.


나에게는 신기한 이 풍경이 이 녀석은 매일 보는 흔한 풍경일 것이다.  


토스트느긋하게 먹는다. 하루 정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여기서 하루 쉬면서 율리안 알프스의 관문인 Vrsic pass에 올라가 보았겠지만 시간이 그렇게 남지는 않았다. 만약을 위해 자그레브에서 보낼 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


화장실을 물어보니 바코드를 준다.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만 쓸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유럽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다.


충분히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일단 예세니체(Jesenice)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카페 앞부터 자전거길 표시가 있고 자전거들도 종종 지나간다. 리 미덥지 않은데 따라가 볼까?


마을도 좀 둘러보고 싶어서 마을 광장 쪽으로 가본다. 식당이 조금 있는 유럽의 평범한 작은 마을이다.


Pisnica라는 사바강의 지류를 건너면 깨끗한 자전거길이 있다.


이 자전거길은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정말 노면이 깨끗한 데다가 예세니체 방향으로는 살짝 내리막이라 페달질을 거의 안 해도 속도가 유지된다. 슬로베니아에서 이렇게 좋은 자전거길을 만날 줄은 몰랐다.


자전거길은 강도 건너고, 들판을 달리기도 하고, 나무 숲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한가한 농가 뒤를 달리기도 한다. 


좋은 자전거길이 끝났다. 도로를 건너서 계속 이어지기는 하는데 로드바이크로는 가기 힘들 정도의 자갈밭 비포장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차도로 가야 한다.


예세니체는 도시라 하기에는 조금 작지만 근처에서는 꽤 큰 마을이었다. 예세니체를 순식간에 가로지른다.


이제 블레드(Bled) 호수로 가야 한다.


포토키? 떡볶이가 생각나는 마을 이름이다.


지로브니카(Zirovnica) 지역에 들어도 그냥 열심히 달렸다.


로터리에서 Bled 방향으로 가려고 직진했는데 조금 가니 자전거 통행금지 구간이 나왔다. 도를 보니 블레드 방향으로는 답이 없어서 되돌아서 Breg 쪽으로 간다.


Breg 방향으로 가니 자전거길이 있. 이 자전거길은 일단 Bled 근처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데...


Breg 마을을 벗어나니 완전히 비포장인 임도 수준의 내리막길이 나온다. 머리 위로는 짚라인 시설이 있어 사람들이 줄에 매달려 지나간다.


어쨌든 비포장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사바강을 건넌다.


말들은 느긋하게 풀을 뜯는데 나는 비포장길로 다시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내려올 때도 큰 헤어핀 커브가 있었는데 그만큼 다시 올라간다.


힘들게 언덕길을 올라오니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린다. 드바이크로 가기 힘든 비포장길을 달리면서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나름 지름길이라 큰 손해는 아닌 것 같다.


갈림길에서 이정표 대신 식당 광고가 Bled 방향을 알려준다.


휴... 드디어 Bled 마을에 도착했다. 데 정작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적당히 요리조리 내려갔더니 호수가 보인다. 광객들이 몰리는 방향이 호수 가는 길이다.


오오! 이곳이 바로 블레드 호수! 물빛도 아름답고 풍경도 아름답다.


힘들었다. 일단 좀 쉬면서 호수 구경을 할 겸, 보행자들이 다니는 길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간다.


블레드 호수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블레드 성이 있다. 아래 뾰족한 건물은 당연히 교회다.


호수와 근처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도 있고...


무언가 마음이 편해지는 호수다. 관광객도 제법 있지만 조용하다.


경치가 좋으니 여기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기로 한다.  점원 아가씨에게 제일 추천하는 것이 무언지 물어보니 민트 초코라고 한다. 에휴... 아는 맛 말고 좀 특별한 맛이 있는지 물어보고 시나몬으로 골랐다. 음~ 맛있다.


얼굴은! 스페인 피게레스에서 보았던 괴상한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회를 여기서 하고 있다. 난 피게레스에서도 살바도르 달리 박물관에 가지 않았니 여기에서도 당연히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나는 이 경치를 좀 더 즐기고 싶다.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 전 지역에서도 상당히 외곽, 알프스의 끝자락에 있지만 알프스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호수다.


블레드 호수를 조금만 더 즐기기로 한다.


블레드 호수 한가운데 있는 블레드 섬에는 성모승천 교회(Pilgrimage Church of the Assumption of Maria)가 있다. 이 교회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호수 전체에 뱃사공과 배의 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뱃사공들이 이 일대에서 손꼽히는 고소득 직종이며 대를 이어서 노를 젓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블레드 호수에서 더 머물고 싶지만 블레드 호수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보힌즈(Bohinj) 호수로 출발한다. 숙소도 이미 보힌즈 호수 근처에 예약해두었다. 보힌즈까지 30km를 더 가야 하는데 그만큼의 보람이 있을까?


보힌즈로 가는 길은 자전거길이 있다. 단 길을 따라 가는데...


자전거길은 다음 마을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자전거길로 갈까 하다가 차도로 직진했는데 아무래도 자전거 통행금지 구간인 것 같다. 다행히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었다.


자전거 통행금지 구간이 끝났는지 여기서 다른 자전거팀도 만났다. 30km면 1시간 조금 더 걸릴 거리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달려도 속도가 안 나오는 것이 몸이 지쳤나 보다.


아까부터 보힌즈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남은 거리가 금방 안 줄어든다.


Bohinjska Bistrica라는 마을 입구에 주유소가 있길래 들러서 음료수를 사 먹는다. 크란스카 고라에서 마시려다가 재고가 없어서 못 마신 음료수가 있길래 마셔본다. 멀티솔라라고 하는데 조금 묽은 혼합 주스 같은 느낌이다.


Bohinjska Bistrica라는 마을을 지난다. 휴양 관광 마을 같은 느낌이 드는데 워터파크와 캠핑장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 출구에서 자전거길을 만나게 되어 살짝 고민하다가 자전거길로 간다.


강도 건너고 초원도 가로지르는, 나름 이쁘고 깨끗한 자전거길이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편이지만 일부 구간은 억지로 산에 길을 내었는지 살짝 경사가 있고 길이 좁은 곳도 있다.


자전거길의 끝 지점은 Bohinj에서 800m 정도 더 올라간 길이다. Bohinj로 후딱 내려간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보힌즈 호수의 입구 마을인 Ribcev Laz에 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Wurzen pass를 넘느라 상당한 체력을 초반부터 소비해서 그런지 힘든 하루였다.


예약해둔 3성급 호텔이다. 체크인하여 들어가는데 호텔 입구에 늙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이름이 맥스(Max)라 그런지 수명도 Max인 이 고양이는 야외 자리의 손님들 근처에 그냥 앉아서 일광욕만 하는 녀석이다.


체크인을 하는데 로비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웰컴 드링크로 준다. 이런 서비스 참 맘에 든다. 열쇠를 받아서 방에 들어가 보니 낡았지만 깨끗하고 넓은 방이다. 방에서 이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샤워를 하고 느긋하게 산책하러 나간다. 아직 저녁 먹기엔 시간이 조금 남았다.


블레드 호수를 점심에 보았으니 이번에는 보힌즈 호수다. 블레드 호수만큼을 기대하고 온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는 곳이다. 블레드 호수는 자연 호수에 인공적인 건축물을 적절히 배치해서 아름다워 보이는데, 보힌즈 호수는 좀 더 자연에 가까운 호수 풍경이다. 르게 말하면 지금까지 본 다른 숲 속 호수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보힌즈 호수의 입구 다리 옆에는 성 요한 침례교회(St. John the Baptist's Church, Ribčev Laz)가 있어 조금 단조로울 수 있는 호수의 풍경에 변화를 준다.


그리고, 입구를 제외한 부분들은 이렇게 넓은 호수와 숲이 대부분이다.


어디서 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있다. 트리글라브산을 배경으로 패러글라이딩이라니 멋질 것 같다.


바위 위에는 사슴상이 있어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뭔가 진짜 사슴 같다.


성 요한 침례교회 앞부터 호수를 따라 걸어가 본다. 호수가 보이는 호젓한 숲 속 산책길이다.


뻥 뚫린 풀밭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식당이 두 군데 있었지만 그리 맘에 들지 않아 그냥 지나친다.


길이 더 이어지긴 하는데 비포장인 것 같아서 여기서 멈춘다.  잘 다듬어진 풀밭이라 그런지 여기서 쉬는 사람들이 많다.


건너편 찻길로 가면 Ukanc라는 마지막 동네까지 갈 수 있는데 자전거로 갈 힘도 없고 배로 가도 별 볼 일 없을 것 같아서 관두었다.


점점 해가 저무니 돌아가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호텔로 올라가는 언덕에 동상이 있어서 올라가 보았다.


트리글라브산을 처음 오른 네 명의 용감한 등산가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라고 한다. 독일어권 관광지는 영어 설명이 별로 없는데 슬로베니아로 넘어오니 영어 설명이 있어 알아볼 수 있으니 좋다.


저 뒤에 봉우리가 구름에 덮인 가장 멀고 높은 산이 트리글라브산인 것 같다.


이제 배가 고프다. 호텔 맞은편 관광 안내소 옆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단 맥주 큰 잔과 샐러드, 그리고 가장 무난한 미트 소스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기대하지 않고 고른 식당인데 무난하게 맛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왔다. 그냥 방에서 쉬려다가 웰컴 드링크 쿠폰을 들고 가 카페 라떼을 한 잔 주문해 로비에 앉아서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서 티비를 보니 유로스포츠에서 여성 사이클 대회 경기를 보여준다.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잘 모르는 대회지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자기 전에 별 사진도 찍어본다. 항상 추석 근처에 여행을 나가니 달이 환해서 은하수는 거의 안 보인다.


별똥별을 찍은 것 같지만 지나가는 비행기다. 그래도 해가 지고 난 서쪽에는 별이 많이 보인다.


오스트리아를 벗어나 슬로베니아로 왔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급경사 오르막이었던 Wurzen pass 덕분에 엄청 고생했지만 슬로베니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나에게는 보힌즈 호수보다 블레드 호수가 훨씬 아름다웠기에 편도 30 km.. 왕복 60km를 고생해서 달리지 않고 블레드 호수에 숙소를 잡고 쉬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Ljubljana)에 가기로 했다. 이제 알프스를 완전히 벗어나니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뜻밖의 재미를 만날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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