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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18. 2019

존의 알프스 자전거 여행 12 - 밀스타트

필라흐 가는 길, 밀스타트와 여러 호수들

2019년 9월 11일


제 원래 목표는 Obervellach였는데 도저히 목표만큼 갈 수가 없어 Rangerdorf에서 멈췄다. 오늘은 필라흐(Villach)까지 가야 하니 어제 못 간 만큼 더 달려야 한다. 총 105km 정도.


그로스글로크너 고산도로를 넘고선 피곤에 찌들었는지 정신없이 잤다. 베큐 폭립으로 배터지게 먹은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잘 자고 일어났으니 아침 식사를 먹으러 내려갔다. 구색은 갖추었지만 지금까지의 아침 식사와 비교하면 대충 차린 것 같은 낌이다. 여기와 Flums만 여관이었고 계속 3성 4성 호텔에서 잤으니 찌 보면 지금까지 너무 좋은데서 잘 먹고 잘 잔 것 같다.


늘 먹듯이 먹는다. 시리얼 조금 먹고 과 야채를 먹는데 여기는 과일이 있으니 복숭아를 좀 먹어본다. 사실 내가 복숭아를 잘 안 먹는 것은 씨 깔끔하게 떼어내기가 힘들어서인데 지니님이 알려준 간단 복숭아 썰기로 잘라서 먹으니 편하다.


체크아웃하고 나온다. 어제 처음 보았을 때보다 주인아저씨의 태도가 유들유들해졌다. 여기 남자들이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던데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든 아저씨들에게서 조금 느낀다. 퉁명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따듯한 남자. 숙소 앞 비포장길로 도로까지 끌고 내려간다.


날씨가 맑다. 오늘은 거의 평지길이다. 아마도...


마을 몇 군데를 지나서 쭉쭉 달린다. 산골짜기에 길 하나 있으니 길 확인할 일도 없다.


어제 숙소로 생각해두었던 Obervellach를 지나간다. 마을이 조금 더 크고 4성급의 호텔이 있었는데 체력이 조금 회복된 지금도 좀 멀게 느껴지는 정도라 완전히 녹초가 된 어제 여기까지 달리는 것은 무리였다.


산과 들을 즐기면서 달린다.


그로스글로크너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줄기인 Möll 강을 따라가다보니 저수지도 하나 나왔다..


산쪽으로 긴 파이프가 연결된 건물이 있다. 이런 건물을 이번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몇 번 볼 수 있는 양수 발전소다. 전기는 저장할 수 없는데 전기 사용이 적은 시간에도 발전소는 멈출 수 없다. 그렇기에 전기가 남는 시간에 펌프로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두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의 낙차로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 양수발전소다. 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 전환 방법이지만 전기를 그냥 없애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양과 가평 호명호수에서 양수 발전소를 볼 수 있다.


Muhldorf라는 마을을 지나는데 슈퍼마켓 체인이 보인다. 점심시간도 다 되었느니 잠시 멈춰서 쵸코우유와 샌드위치를 하나 먹는다. 먹으려고 앉았더니 크로아티아에서 일하러 온 아저씨 일행이 맞은편에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로 간신히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이다.


좀더 달리면 내가 달려온 106번 도로와 Lienz에서 온 100번 도로가 만나서 큰 도로가 되는 곳이 있다. 여기 들어가자마자 차들이 가벼운 경적을 울려준다. 아... 자동차 전용도로로 잘못 들어왔구나. 얼른 자전거를 들고 숲을 넘어바로 옆의 차 없는 길로 빠져나온다. 유럽에서는 차들이 이유 없이 자전거에게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경적 소리를 듣는다면 잠시 피해서 자동차 전용도로인지 길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한참 달리다가 자전거길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꺾어진다. 옆의 도로는 아무리 유럽이라도 도로가 좁고 갓길이 없는 구간이라 불편한데 마침 건너편에 자전거길이 있다. 다닥 무단횡단해서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광고가 있어 사진 찍어서 지니님에게 보내줬더니 질색을 한다.


갑자기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새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


군데군데 자전거길이 눈에 띄는데 여러 자전거길이 겹치는 구간인가보다. 여기는 베를린에서 로마로 가는 유로벨로 7번 루트와 만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R 번호를 보고 따라가야 한다. 나는 밀스타트에 가야 하니 R2B를 따라 가야 하는데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서 돌아나왔다.


Villach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밀스타트를 들르기로 했으니 R2B 자전거길 표지를 잘 따라가야 한다.


R2B 자전거길은 큰길을 벗어나서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어쨌거나 밀스타트 호수(Millstatter see)방향으로 계속 달리면 된다.


밀스타트 호수 입구 Seeboden에 도착했다. 전거길 안내표지가 눈에 잘 띄게 크게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따라가는게 좋다.


드디어 밀스타트 호수에 도착했다.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조용하고 이쁜 호수다.


호수길을 따라 가다보니 사람들이 쉬고 있는 선착장 같은 곳이 있다. 나도 쉬어야겠다.


자전거는 뒤쪽 나무에 기대어 놓고 선착장 쪽에 느긋하게 앉아서 둘러보고 있는데 옆에 트래킹하는 커플 둘이 아이스크림콘을 하나씩 들고 와서 앉는다.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트래킹 커플의 아이스크림을 노리고 긴 모가지가 데크 밑에서 쑥 솟아올라왔다. 놀랄만도 하다.


이게 다 별 생각없이 음식을 던져주니 학습된 동물들의 행동이다.


이제 밀스타트 쪽으로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달린다.


Milstatt 경계 표지판이 나타나면 비로소 밀스타트에 도착한 것이다. 할슈타트가 유명하고 도시에서도 가깝지만 밀스타트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오히려 관광객이 적고 조용하니 사람이 몰리는걸 싫어한다면 할슈타트보다 밀스타트가 나을 수도 있겠다.


밀스타트 호수의 끝에서 자전거길 표시를 무시하고 숫가로 가니 길이 막혔다. 여기서 물 위에 이상한 동상이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 동상은 도미시안이라는 카린시아 지방의 영주가 이 지역에 퍼져있던 우상 숭배의 미신을 없앴다는 이야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Mill statt 라는 지역 이름 자체가 Thousand statue를 뜻하는 말로 1000개의 석상(우상)을 뜻한다고 한다. 기독교도가 아닌 나로서는 아름다운 호수에 조금 기괴한 동상이 서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길을 따라 계속 달리는데, 사실은 이 밀스타트 호수 방향은 오늘 묵을 Villach로 가기에는 조금 빙 돌아가는 길이다. 아까 Seeboden에서 100번 도로로 가는 것이 Villach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좀 돌아가더라도 이왕이면 멋진 호수를 보면서 가는게 좋지 않는가.


어쨌든 Villach로 갈 수는 있으니 계속 달린다.


호수 끝에서 자전거길을 만나서 따라 간다. 마침 자전거길 입구에 슈퍼마켓도 있으니 음료수로 목도 축이면서 잠시 쉰다.


Radenthein이라는 동네를 지나가는데 마을 관문이 멋지다.  이 마을은 붉은 보석인 Garnet의 산지로 유명해서 마을을 온통 가넷의 붉은 빛으로 장식했다.


길 옆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가 슬슬 익어가고 있다.


조금 더 가니 또 호수가 나왔다. Feldsee라는 호수인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다.


조금 더 가니 Afritzersee라는 호수도 나온다. 오늘은 호수나 저수지가 참 많은 날이다..


Tobring이라는 마을을 지나면 큰 로터리가 나오는데 그 전에 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로터리는 두 큰 길이 만나서 Villach에 들어가는 관문이라 대형차가 많이 지나가는 곳이다.


샛길은 포장상태가 썩 좋지 않은 구간도 있지만 다닐만하다.


산 중턱에 뭔 성 같은 것이 있는데 동물원이라고 한다.


이 샛길을 잘 가는데 갑자기 공사 구간이 나온다. 이 길을 가야 하는데 완전히 막아두고 공사한다.


우회길은 오르막이다. 별로 높지 않은데도 힘들다.


어찌저찌 넘어갔는데 바로 큰길에 합류한다. 다행히 자전거길이 있는 구간이긴 하다. Villach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오스트리아 동부와 이탈리아, 슬로베니아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라 큰 기차역도 두 군데나 있고 차량 통행이 많다. 동유럽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낡고 어딘가 망가진 차들이 점점 많이 보인다.


Villach에 들어왔다. 드라바 강 건너편에 시내 중심가가 있고 내가 예약해둔 숙소 있다.


드라바강은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흘러나와 Villach를 거쳐 도나우강으로 흘러드는 도나우강의 지류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눈에 가득 들어오는건 Heiligenkreuz Kirche라는 커다란 성당이다.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간다. 호텔 입구가 골목길에 있네... 제대로 된 호텔일까...


생각보다 제대로 된 호텔이다. 자전거 보관 장소를 물어보니 완전히 건물 바깥의 자전거 전용 창고 열쇠를 준다. 자전거를 넣어두고 체크인한다.


나름 깔끔한 숙소다. 웰컴 드링크로 식수가 있는게 맘에 든다. 남은 물은 내일 물통에 담아가야지.


씻고 옷 갈아입고 마을 구경을 나선다. 침 숙소가 중심가 바로 앞이니 간단하게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 그런데, 평일인데도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고 거리는 한산하다.


Villach 시청 앞을 지나서 차량 통행이 막힌 넓은 거리를 걸어가니 양 옆으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성당이 또 나온다.


성당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둘러본다.


오스트리아는 꼭 필요한 안내나 주의 표지판 외에는 모두 독일어로 된 것이 많다. 비독일권 여행자는 거의 알아볼 수가 없다.


난 비흡연자이지만 멋스러운 담뱃대들이 눈길을 끈다.


컬러풀한 개 그림도 있고 카페 같은 가게에 개구리 피규어들이 모여있다. 이것저것 애들 장난감 같은 것이나 기념품도 보인다.


Villach를 관통하는 드라바강이다. 강 건너는 딱히 별거 없으니 넘어가지는 않는다.


뒷골목도 한산하다. 술집이나 카지노가 있는 골목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괜찮은 곳에서 저녁을 먹어볼까 했는데 이 동네에서 유명한 스테이크집이라는 식당도 문을 닫았다. 사실 오늘은 뜨끈한 국물이 먹고싶다.


결국 호텔로 돌아와서 호텔 1층의 식당에 들어갔다. 아까 자전거를 보관하러 갈 때 메뉴판을 훑어보았는데 타펠슈피츠가 있어서 다른 마땅한 식당이 없으면 여기를 와야겠다 싶었다. 호텔 1층이지만 호텔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가게다. 가게에 앉았으면 먼저 맥주 큰 잔!


오~ 타펠슈피츠, 기대하지 않았지만 구성도 훌륭하고 아주 맛있었다. 오스트리아를 벗어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만족스럽다.


오스트리아의 아래쪽 끝이라 하면 보통 그랏츠(Graz)를 이야기하지만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끝 동네는 필라흐(Villach)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동에서 서로 횡단하여 Villach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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