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Jun 08. 2020

보발재 넘어 단양과 영월 사이

2020년 5월 23일


이번 주말에는 작년에 가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못 가게 된 보발재를 다녀오기로 했다. 영월과 단양 사이를 한 바퀴 도는 총 70km의 길지 않은 코스다.


자전거를 잘 타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 오늘도 자주 가는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강원도 내륙의 산간지방이라 하면 태백이 으뜸이고 그다음이 영정평, 영월- 정선 - 평창이다. 그중에서 영월은 그나마 서울에서 가까운 편이다. 오늘은 온달 관광지 주차장에서부터 출발한다. 시외버스를 이용한다면 영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출발할 수도 있다.


주차하고 자전거를 꺼내 준비하는데 근처 기념품 가게에 강아지가 한 마리 보인다. 주인 할아버지가 명령하면 그네도 타고 터널도 통과하고 공 위에도 올라가고 하는데 너무 자주 해서 그런지 영 귀찮아한다. 오늘은 강아지 간식은 안 챙겨 와서 선물도 못 주는데 그냥 이쁘다고 쓰다듬어줘도 좋아하는 녀석이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바로 출발한다. 온달 관광지 뒷산이 바로 소백산 자락이고 그 사이 골짜기를 넘어가는 길이 보발재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자마자 바로 우회전해서 보발재 올라가는 구인사로를 따라간다.


우리의 여행 코스는 늘 그렇듯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보발재를 넘어 남한강과 만날 때까지 한동안은 구인사로 가는 595번 도로인 구인사로를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건물들이 보인다. 저게 구인사구나. 상당히 큰 절과 넓은 주차장이 있다.


구인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은데 신록이 우거지니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저 위에 생각보다 낮게 정상 전망대가 보인다.


뱀처럼 휘돌아가는 7번의 헤어핀을 지나야 정상 전망대가 나온다. 상승 고도에 비해서 헤어핀이 많아서 그런지 그렇게 힘든 오르막길은 아니다.


헤어핀 커브는 점점 길어져서 정상 직전의 마지막 헤어핀이 가장 길다. 긴 헤어핀을 돌아 올라가면 정상 전망대가 나온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보발재 도로는 울창한 나무숲에 묻혀서 잘 안 보인다. 진들은 드론으로 찍은 것인지 더 높은 곳에서 굽이도는 길들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왠지 사기당한 느낌이다. 그래도 풍경은 좋다. 가을에 오면 더 이쁜 곳이라고 한다.


지니님이 올라오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주려 열심히 올라와서 내려다보았더니 안 보인다. 올라오는 쪽을 보 이미 거의 다 와버렸다.


단양군 영춘면을 출발하였는데 보발재 정상에서 가곡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가곡면 방향의 보발재는 큰 헤어핀 코스 없이 그대로 내리꽂는 구간이 많다. 향산삼거리까지 8km의 완전한 내리막 구간을 내려간다. 춘면 방향만 구불거리니 영춘면 방향에서 올라와야 재미있는 곳이다.


향산삼거리에서 59번 도로와 만나면 일단 영월 방향으로 간다. 영월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남한강을 거슬러 영월 방향으로 올라간다. 남한강의 원류인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정식으로 남한강이 되는 건 영월부터다.


이정표가 있고 다리가 보인다. 이정표에 나타난 삼거리는 군간교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군간삼거리다. 다리 건너기 전에 식당 옆 샛길로 빠지면 막다른 길이니 헷갈리면 안 된다.


군간교를 오랜만에 건넌다.


영월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영월 방향으로 이정표 따라서 59번 도로로 가면 된다. 여기서 522번 도로로 강을 따라 가면 처음 출발지인 온달 관광지로 바로 가게 된다.


59번 도로는 공사장이 있어서 그런지 큰 트럭들이 은근히 다닌다. 여기서 59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도 되지만 좀 더 한적한 길로 가기로 한다.


조금 달리다 보면 사지원리 쪽으로 작은 길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구간 사이의 작은 길로 들어가면 된다. 개천을 건너서 들어가야 했는데 그냥 보이는 대로 들어갔더니 길 안 좋은 사지원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마을을 관통해서 빠져나간다. 을 개들이 우릴 보고 짖느라 난리가 났다.


어쨌든 개천을 따라 쭉 달리면 된다. 아주 은근한 오르막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작은 마을길이라 그런지 강원도 특유의 느낌이 많이 나는 길이다. 른 첩첩 산속에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도로 양 옆으로 그리 넓지 않은 밭들...


사지원2리 가는 길 바로 옆에 이상하고 커다란 돌탑이 있다. 단양 사지원리 방단 적석 유구라는 긴 이름의 유적지다. 태장이 묘라고도 불리는 이 돌무더기는 온달 장군의 묘라는 설도 있었는데 조사 결과 무덤은 아닌데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달리는 도로 가에 노란 점들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조그마한 꽃들이 만발해있다.


경사가 아주 약해서 힘도 안 들지만 해발고도는 점점 올라가는 중이다.


사지원2리에서 작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드디어 충북 단양군에서 강원도 영월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지금까지 은근한 오르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영월군 남면까지 은근한 내리막이다. 사실 중간에 창룡포로 바로 갈 수 있는 작은 마을길로 갔어야 했는데 무념무상으로 내리막을 쭉  내려가다 보니 이정표도 없는 작은 갈림길을 놓쳐버렸다.


5월에는 이렇게 하얀 이팝나무들이 아주 이쁘다. 4월 초가 황량한 갈색 배경에 하얀 벚꽃이었다면 5월은 푸른 신록에 팝나무와 아카시아꽃 장식으로 화려하다.


아까 갈림길을 놓치지 않았으면 60km밖에 안 되는 코스라 이렇게 10km 더 달리지 않았으면 아쉬울 뻔했다. 그런데도 힘든 구간이 없어서 그런지 70km 같지 않은 쉬운 코스다. 코스가 어렵지 않으니 지니님이 뭔가 편하면서도 아쉬워한다.


은근한 내리막을 한참 달려서 기찻길과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가면 영월군 남면 읍내에 도착한다.


조금만 더 가면 영월에서 점심을 먹겠지만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으니 남면 하나로마트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한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점심시간이라고 마트를 닫을 뻔했다. 하나로마트 직원이 두 명인 듯한데 문 잠그고 함께 밥 먹으러 간다.


이제 영월 방면으로 몇 번 지나갔던 길을 달린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는 곳이라 주천강 따라갈 때도 평창강 따라갈 때도 여기를 지나갔다.


연당교를 건너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영월삼거리를 지나게 된다.


지나갈 때마다 들러서 쉬었던 영월삼거리의 작은 슈퍼도 편의점이 되었다. 영월삼거리에서 선돌이 있는 소나기재 오르막길을 넘어야 영월이 나타난다.


평창강, 주천강 따라서 영월 가는 마지막 관문인 소나기재는 해발 320m 밖에 안 되는 작은 언덕이다. 음 지나간다면 정상에 잠시 멈춰서 선돌을 구경해도 좋을 것이다.


내려가는 도로에 잡귀가 드나드는 것을 막는 홍살문이 있다.


장릉을 지나간다. 태정태세문 '단세'~ 세조에게 왕위를 뺏기고 영월에서 죽임을 당한 단종의 시신을 몰래 묻어두었다가 후에 제대로 왕릉이 된 것이라고 한다. 래서, 른 왕릉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데 혼자 이 강원도 구석에 있는 것이다.


점심을 먹을 식당은 군청 근처에 있다. 영월 읍내는 크지 않으면서 구조도 어렵지 않으니 이정표 보고 따라가면 된다.


영월은 다슬기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영월 최고의 맛집은 오징어 볶음을 파는 식당이다. 이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온달관광지를 출발지로 하였다. 점심을 아무데서나 먹어도 되었다면 영월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온달관광지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강대교를 지나서 고씨 동굴을 향해 가면 된다.


시내 쪽 큰길로 가면 재미없으니 한강을 따라가기로 한다. 동강대교를 지나자마자 계속 우회전해서 강 쪽으로 붙으면 동강과 서강이 만나서 남한강이 되는 금봉연을 볼 수 있다. 고수부지에는 무선조종 비행기를 날리는 활주로가 있다.


큰길과 만나도 계속 한적한 길이다.


발전소를 지나 88번 도로로 가려면 팔흥교라는 낮은 다리로 남한강을 건너야 한다. 직진을 해도 88번 도로와 만날 수 있지만 폐쇄된 도로라 바리케이드를 넘고 88번 도로의 중앙 분리대도 무단횡단으로 넘어야 하니 골치 아픈 상황이 될 수 있다. 전히 이정표를 따라가자.


팔흥교를 건너면 팔괴마을에서 88번 도로로 올라가야 한다. 팔괴교차로에서 고씨동굴 방면으로 가면 된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큰 도로는 가급적이면 피해 다니는데 이 구간은 어쩔 수 없다. 강원도는 골짜기나 강가에 길이 만들어져 그 길이 확장되는 형태로 도로가 발전하기 때문에 길이 단순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남한강 상류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달린다.


고씨동굴 쪽으로 가면 잠시 동안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88번 도로를 피할 수 있다.


고씨동굴로 들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예전에는 뗏목에 줄을 달아서 관광객들을 동굴로 실어 날랐던 곳이다. 단양 고수동굴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또 다른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고씨동굴을 지나면 각동교차로에서 단양으로 가야 한다.


영월에서 지금까지 길이 수월했다면 이제 각동교를 건너터는 살짝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이 시작된다.


김삿갓면 각동리를 지나면 충북 단양으로 넘어가게 된다. 도 경계라 그런지 강원도 마스코트, 김삿갓면 마스코트, 단양군 마스코트, 영춘면 마스코트... 길가에 뭐가 많이 서있다.


활고개라는 언덕을 넘어 내리막으로 쭉 내려가면 북벽교를 지나 영춘면 읍내로 들어가게 된다. 근처 남한강변에 절벽이 쭉 늘어서 있는데 이를 북벽이라고 한다.


영춘면 읍내에서 차를 주차해둔 온달관광지까지는 금방이다. 읍내에 장이 열린 것 같은데 노점이 얼마 없는 아주 작은 장이다.


온달관광지 입구에 도착했다. 소백산 국립공원 이정표가 있다. 소백산도 꽤 큰 산 덩어리라 둘레길 따라 돌아도 100km가 넘는 코스가 나온다.


온달관광지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오늘 자전거 타기를 끝낸다.


보발재와 소나기재는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이고 전체적인 코스도 그리 어렵지 않다. 오르막길을 전혀 가보지 않은 초보자라면 힘들 수 있겠지만 70km를 달릴 수 있으면서 기본적인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소나기재 정상에서 잠시 선돌을 보고 와도 좋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온달관광지와 온달동굴을 둘러보아도 좋다.


우리는 온달관광지에서 출발했지만 시외버스를 이용해서 간다면 영월에서 출발하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천 수피령 자전거 한 바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