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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n 15. 2020

인제 내린천 소양호 자전거 라이딩

인제 신남

2020년 5월 30일 인제 신남  


슬슬 날이 더워지니 멀리 가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비교적 가까우면서 한적하고 숲이 많은 곳을 찾아가기로 한다. 울과 춘천 근처의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녀왔으니 안 가본 구간 중에 오늘은 인제군 신남면에서 출발해서 비득재를 넘어 내린천과 소양호를 따라 돌아오는 80km의 코스를 달리기로 한다. 보기에는 큰 언덕 두 개만 넘으면 되지만 첫 번째 언덕인 비득재의 낙타등 코스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신남의 남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신남면 읍내를 벗어나면 자전거 동호인들이 속초 갈 때 많이 이용하는 44번 국도를 타야 한다.


아직은 오전인 데다가 서울 방향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교통량이 많고 큰 도로는 부담스럽다. 2km 정도만 달리면 다물교차로에서 한적한 길로 빠지니 조금만 참자.


다물교차로에서 446번 도로로 빠지면 이제 차가 거의 안 다니는 한적한 길이다.


이 비득재를 넘어가는 446번 도로는 중간에 군시설 밖에 없고  상남면 읍내로 가는 길 중에 가장 다니기 안 좋은 길이라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상남까지 25km를 가야 하니 반절은 오르막길이라 보면 된다.


도로 건너편의 이정표는 신나는데 오르막길을 낑낑 올라가는 지니님은 전혀 안 신난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오르막길은 계속되고 날씨는 생각보다 더운데 햇빛을 가려줄 나무 그늘이 거의 없다.


햇빛이 쨍하니 사진은 잘 나오는데 더우니까 배로 힘들다. 지니님 컨디션이 저조하다 보니 중간에 잠시 쉰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지니님은 계속 가겠다고 한다.


비득재는 크게 3개의 작은 언덕이 합쳐져 있다. 그 첫 번째 고개인 다무리 고개의 꼭대기에 도착한다. 해발 680m 정도 된다.


그다음은 고개다.  고개를 올라가기 전에 비밀의 정원이라는 곳이 있다. 아침 해 뜰 때 오면 낮게 깔리는 안개가 신비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낮을 향해 가는 시간이니 안개 같은 건 없다.  고개를 향해 달려간다.


갈고개는 다른 고개들에 비해서는 그냥 작은 둔덕 같은 곳이지만 굽은 길 없이 정상까지 그대로 직진하는 직선형 고개라 은근히 힘들게 느껴진다.


열심히 올라왔지만 비득재를 완전히 넘어가려면 아직 고개로 두 개 더 남았다.


시원한 것을 먹으면서 쉬고 싶은데 이 근처는 마을이나 민가가 전혀 없다. 군 훈련장 시설들만 잔뜩 있고 지나가는 차도 대부분 순찰하는 군용차들이다.


길 옆으로 고라니들이 종종 보이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니 다 도망가버린다. 상남면으로 가는 가장 힘든 길인 데다가 군시설만 가득하고 민가는 없으니 길 옆에 야생화들이 많다.


술구너미 고개는 이번 경로에서 가장 높은 곳이지만 이미 다무리 고개와 갈고개를 넘어 고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니 그럭저럭 올라간다. 지니님이 오늘 컨디션이 나쁘니 쉬엄쉬엄 올라가야지...


통신탑 같은 것이 보이면 고개 정상이다.


술구너미 고개를 넘으면 뭔가 마을 같은 것이 있는데... 민가는 아니고 군 훈련장 시설이라 모형 같은 것들만 있다. 슬슬 시원한 것을 마시면서 쉬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비득재를 올라간다.  비득재도 정직하게 저 멀리 정상 골짜기가 보인다. 이미 이 더운 날씨에 크고 작은 세 고개를 넘었으니 꽤나 지친다.


비득재 정상에 올라왔다. 이제 상남면까지 내리막이다.


상당히 높게 올라온 덕분에 내리막이 길다. 해발 고도 350m 정도를 시원하게 내려간다.  


마지막 상남면 들어가기 직전에 언덕이 하나 있다. 이름도 없는 작은 언덕데 생각보다 힘들다.


언덕 너머에는 꼬불꼬불한 헤어핀 길이 있다. 차들이나 자전거들이 잘 안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득재는 어느 방향에서 가든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다.


처음 목표는 상남면이라 했는데 사실 상남면 동네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상남리 북쪽 입구인 상남삼거리에서 현리 쪽으로 오미재 터널을 넘어간다.


오미재 터널을 넘어가면 내린천과 만난다. 내린천은 어디에서 만나도 참 아름다운 개천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타는 다른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작은 언덕 하나가 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이 언덕을 넘으면 가게가 있다고 한다. 슬슬 쉬어갈 때가 되었다.


행복한 상회라는 작은 매점이 있길래 잠시 쉬어간다. 신남면에서 출발해서 쉴 때가 한참 지났다. 곧 점심을 먹어야 하지만 더 지치기 전에 쉬어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음료수도 사서 가게 앞 마루에 앉아서 먹는다. 시골 매점치고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바로 근처 언덕 위에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내린천 휴게소가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내린천교 아래를 지나 내린천을 따라 달린다.


내린천 휴게소는 휴게소와 인제 톨게이트가 연이어 있는 방식이라 근처에 인제 톨게이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내린천을 따라 달린다. 밭을 가는 트랙터도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오늘 점심을 먹기로 한 기린면 현리가 나온다. 작년에 인제 양양을 크게 돈 이후로 다시 현리를 지나간다. 현리도 군부대를 끼고 발전한 동네인 듯하다. 동네 입구에 군부대가 있고 동네에도 젊은 사람은 대부분 군인들이다.


점심으로 중화요리를 먹으려 했더니 하필이면 오늘 딱 개인 사정으로 쉰단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곳 중에 칼국수 식당이 있어 들어간다.


냉면과 돈가스를 주문했다. 꽤 더운 날씨에 냉면을 시원하게 마시듯이 먹고 돈가스도 먹는다. 개인적으로 돈가스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은 맛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난번에 먹었던 간현돈가스보다 훨씬 맛있다.


양이 적지 않은데도 뭔가 옆 테이블에서 먹는 칼국수가 맛있어 보이길래 칼국수도 주문했다. 1인분이 푸짐하니 맛도 좋다. 둘이서 세 그릇을 먹었더니 배가 빵빵해졌다. 이 정도면 깨끗하면서 가성비 좋은 맛집이라 할 수 있다.


점심을 든든히 먹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마지막 언덕길인 외고개가 남아있지만 일단은 계속 내린천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된다.


인제군 기린면으로 넘어간다. 몇 년 전자전거 행사로 다녀온 자동차 경주 트랙인 인제 스피디움이 있는 곳이다.


내린천로를 전체적으로 정비하는지 공사가 거의 끝나서 새로 깔린 길도 있고 공사 구간도 있지만 달리기에 불편하진 않다.


피암 터널을 지나고 38선도 지난다.


내린천을 계속 따라가면 인제 읍내로 가게 된다. 이제 원대 삼거리에서 원대교를 건너 원대리 쪽으로 빠져서 오늘의 두 번째 큰 오르막인 외고개를 넘어야 한다. 인제군 원대리라 하면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숲 입구가 언덕 거의 꼭대기에 있는데 그 언덕이 외고개다.


원대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니 한 무리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보인다.  조금 쉬었다가 출발하나 본데 대부분의 자전거 동호인들은 우리보다 빠르니 점점 멀어져 안 보이게 된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대규모 축사가 아닌 작은 외양간에 송아지 두 마리가 어미소와 함께 있다. 미국의 광활한 들판에서 풀 뜯는 소들을 보다가 우리나라 소들을 보면 지저분하고 좁은 감옥에 갇혀있는 듯하다.


약한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 자작나무숲 표지판이 계속 있다. 아직 2km는 더 올라가야 하는구나...


가로수 사이로 언뜻 외고개 꼭대기가 보인다. 꽤 멀어 보이는데 그늘은 하나도 없고 햇빛은 쨍하니 덥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에는 휴게소가 있다. 음식도 팔고 이것저것 파는 매점이 있으니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날이 더울 때는 컨디션에 맞춰서 자주 쉬어주는 것이 좋다. 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한참 쉬어간다.


충분히 쉬어주니 컨디션이 다시 올라온다. 외고개를 넘어서 계곡물을 따라 '자작나무숲길'이라 이름 붙은 길을 쭉 내려간다. 이제 큰 고생은 다 끝났다.


자작나무숲길의 끝인 남전교에서 직진하면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하게 되는 곳이다. 남전교를 건너 남전 교차로에서 신남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남전교차로에서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좌회전하면 신남 방향이다.


중앙 분리대가 있고 우회길이 제대로 없는 44번 국도 소양호 구간이다. 다행히 갓길이 넓은 덕분에 큰 차들이 고속으로 달려도 덜 무섭다. 오른쪽으로는 소양호의 푸른 풍광이 볼만하다. 지니님은 소양호의 풍광이 맘에 들었는지 다음번에 MTB 코스로 소양호를 한 바퀴 돌자고 한다. 마침 적당한 코스를 알고 있으니 조만간 MTB로 다녀와야겠다.


유목교차로까지 왔으면 이제 정신없는 44번 국도와도 안녕이다. 신남 방향으로 빠져나가면 차량 통행이 확 줄어든다.


닭바위 이정표를 지나면 신남면으로 돌아오게 된다.


약 80km가 안 되는 코스지만 날이 더운데 컨디션까지 안 좋았던 지니님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하루였다. 크고 작은 4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비득재는 물론 그늘 없는 땡볕의 외고개도 땀을 쪽 빼는 오르막길이었다.


비득재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이유가 있는 곳이었다. 보급할 곳도 쉴 곳도 없는 땡볕 아래 4 연속 오르막길은 그리 추천할 곳이 못 된다. 다녀오고자 하는 사람은 이왕이면 비밀의 정원을 볼 수 있는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어떨까 한다.


44번 국도 신남에서 인제 사이의 소양호 구간은 차량 통행이 많아서 잘 안 가게 되는 곳이다. 우회길도 애매하고 우회하기도 힘든데 우리가 뽑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재미없는 코스 베스트 3 안에 드는 서울-속초 코스의 일부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기를 쓰고 달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번에는 차량통행이 많을 것을 감수하고 달려보았다. 좀 더 시간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면 44번 국도를 달리지 않고 38대교를 지나 양구 청3리 쪽으로 크게 돌아갔을 것이다. 어쨌든 내린천과 소양호를 빙 돌아서 하루 잘 달리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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