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인데 날씨가 벌써 덥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데 자전거를 타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아예 시원한 곳을 찾아가서 자전거를 타면 된다.
산맥이라는 것은 하늘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아 보여도 대기의 흐름에 꽤 큰 영향을 준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트랜스버스 산맥이 찬 공기를 막아주어 로스엔젤레스가 항상 기후가 온화한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태백산맥으로 인하여 동서 간의 날씨 차이가 생긴다. 기상청 예보를 보니 서울은 30도에 육박하는데 동해안의 속초, 양양은 한낮에도 24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양양에서 자전거를 타보자.
오늘 코스는 양양 하조대에서 출발하여 양양군을 전체적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지니님이 대포항에 가보자고 해서 대포항에도 다녀오기로 한다. 전체 70km 정도에 큰 오르막길이 없는 무난한 코스다.
하조대 해수욕장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우리는 근처의 현북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고속도로가 막히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아침 식사는 자전거 준비를 마치고 하조대에서 먹고 출발한다. 영양밥에 생선구이라니 아침부터 너무 잘 먹는 게 아닌가 싶다.
하조대에서 출발하면 일단 광정천이라는 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기온이 22도 정도라 쌀쌀하다고 할 정도로 시원하다.
7번 국도를 굴다리로 넘어가면 광정천 옆으로 작은 길이 이어진다.
길은 다리를 건너서 자연스럽게 418번 도로와 합쳐지고 여기서부터 계속 418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된다. 오늘도 길 찾기가 어려운 코스가 아니다.
현북면은 송이버섯으로 유명한가 보다. 여기는 송이버섯 마을이다. 현북중학교와 현북고등학교가 있는 상광정리를 벗어나면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여기에도 38선 표지석이 있다. 올해는 38선을 무지하게 지나다니는 것 같다.
일단은 계속 418번 도로로 어성전리까지 가면 된다. 여기는 다른 갈림길도 없다.
명지리에서 어성전리로 넘어가는 경계에 언덕이 하나 있다. 해발 190m 정도의 얕은 언덕인데 그래도 오늘 최대의 오르막길이다.
꼭대기에는 마을 경계라 명지리와 어성전리 표지석이 있다. 너무 작은 언덕이라 공식적인 이름도 없나 보다.
내리막길로 어성전삼거리까지 쭉 내려가면 된다.
어성전삼거리에 매점이 하나 있다. 자전거를 탄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당분간 쉴만한 매점이 나오지 않으니 여기서 한 번 쉬어간다.
매점의 마루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양양고교 사이클팀이 지나간다. 여기 양양 동네 사람들 자전거 타는 코스인가 보다.
사실 오늘 원래 예정한 코스는 여기서 59번 도로로 부연동 계곡을 지나 전후치를 넘어가려 했는데...
한참 전에 MTB로 다녀오면서 포장길이라는 기억만 남아있었던 길을 가보니 포장은 포장인데 로드로 가기엔 경사가 심함 빨래판 시멘트길이다. 이 구간은 두 자릿수 국도 중에 유일하게 비포장길이 있는 59번 국도에서도 유명하던 부연동길이다. 부연동길이 시멘트로 1차로 길로 포장된 이후에 MTB로 다녀갔는데 그때는 MTB라 그냥 시멘트 포장길로만 느껴졌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중단하고 코스를 변경한다.
다시 어성전으로 되돌아 나와서 뻥 뚫린 59번 도로를 달린다. 양양의 대표 하천인 남대천을 따라서 쭉쭉 내려간다.
59번 국도는 어성전리부터 부연동길구간의 시멘트길이 끝나고 새로 깔린 깨끗한 길인 데다가 양양 읍내까지 아주 약한 내리막길이라 아주 시원하게 질주할 수 있다. 59번 국도는 경남 광양에서 강원 양양까지 이어지는 긴 국도인데 부연동길이 포장되고 나서도 아직 경상도 쪽에 비포장 구간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 59번 도로는 진부에서 6번 국도와 합쳐졌다가 진고개 아래에서 다시 갈라져 나오는 도로인데 조만간 진고개도 다녀올 예정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운 길을 빠르게 포기하고 쉬운 길로 바꾸니 지니님도 신이 나나보다. 우리 말고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동네 사람들 한 바퀴 도는 코스 맞나 보다.
오늘 날씨는 최고다. 오늘도 서울 쪽은 최고 기온 30도에 육박하는 이상기온인데 여기 양양은 낮에도 24도 정도라 시원하다. 혹자는 여기가 이상기온이라 하는데 6월 초에 30도인 수도권이 이상한 것이다.
남대천을 여러 번 건너게 된다. 내현교라는 다리는 이렇게 굽어있다. 남대천이 굽이도는 삼바리에서는 다리도 굽이돈다.
저 멀리 아파트들이 보인다. 양양 읍내에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남대천도 물줄기가 더욱 넓어졌다.
동해 쪽은 두 줄기의 도로가 남북으로 이어진다. 7번 국도는 시도의 해안 쪽으로 이어지고 저렇게 고가도로로 크게 보이는 도로는 삼척에서 속초로 이어지는 동해고속도로다.
59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것도 여기서 끝이다. 남단 교차로에서 양양교를 건너면 양양 읍내다. 참고로, 59번 국도는 다음 사거리인 송현사거리에서 끝났다.
양양 군청 사거리에 편의점이 많다. 여기서 잠시 쉬어간다. 코스가 쉬워서인지 아직 배는 안 고프다. 아까 어성전 사거리의 매점 이후로 보급하며 쉬는 거리로 적당하다.
양양 읍내에서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양양의 북쪽을 돌고 올 차례다. 너무 서쪽으로 가면 한계령 밖에 없다. 그전에 꺾어서 양양과 속초의 경계인 쌍천 쪽으로 갈 거다.
양양읍 서쪽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우회전해서 작은 개천인 거마천을 따라 올라간다. 조용하고 구석진 곳이라 차량 통행이 적은데 길은 그럭저럭 잘 되어있다.
지장사라는 절을 지나면 오늘의 두 번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그래 봐야 해발 100m 정도라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간다.
내리막길로 갈림길 고민하지 않고 쭉 내려가면 공군 공항 옆을 지나면 강현면 사무소 근처의 공항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7번 국도와 동해안 자전거도로를 만난다.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는 구간은 아니지만 7번 국도를 달릴 수는 없으니 길을 건너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일단은 설악항 지나 대포항으로 간다.
대포항에 도착했다. 지니님이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나는 온 김에 요기나 해야겠다.
적당히 눈에 띄는 튀김집에 들어갔다. 대충 들어갔는데 나름 유명한 집인 듯하다.
오징어순대와 새우튀김을 시켰다. 보통 오징어 튀김을 계란옷을 입혀 부친 것을 주로 먹는데 여기는 계란옷을 안 입혀준다. 조금 실망하면서 맛을 보니 웬걸... 계란옷을 입혀 부친 것보다 맛난 찹쌀 오징어순대다. 새우튀김도 생긴 것에 비해서는 참 맛있고 서비스로 고구마튀김도 몇 개 같이 나와 좋다.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게 잘 먹었다.
지니님이 볼일이 있어서 대포항까지 올라왔는데 별 일 없으니 다시 양양 하조대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때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기름진 튀김을 잔뜩 먹고 달리니 입안도 느끼한 것이 시원한 것으로 입 안을 좀 씻어내야겠다. 낙산 해수욕장의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를 사서 해변 벤치에 앉아서 쉰다. 전후치로 가지 않아서인지 오늘은 꽤나 여유가 있다.
동해안 구간에서 탁 트인 시야가 좋은 동호해변을 지나면 곧 하조대 해변이다.
하조대 해변으로 들어가니 해수욕장에 놀러 온 사람들로 벌써부터 북새통이다. 자전거길까지 빼곡하게 주차해놓은 차들로 자전거가 다닐 수가 없다. 무질서한 주차, 곳곳의 쓰레기, 난폭한 운전자들... 항상 한결같고 앞으로도 변할 곳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차를 주차해둔 현북면 사무소에 도착했다. 해변에서는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행락객들이 주차하러 들이대지는 않는다.
돌아오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차들이 많다. 아까 하조대를 꽉꽉 메우던 무개념 차들이 서울로 돌아가는지 고속도로도 이상한 차들로 엉망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와서 지니님과 치맥을 한다.
오늘은 양양군을 이리저리 한 바퀴 돌았다. 원래 예정은 59번 국도 부연동길을 따라 전후치를 넘어 하조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MTB로 그냥 다니던 길이 로드로는 가기 힘든 콘크리트 길이었으니 계획을 변경했다. 다음번에 부연동길을 다시 올 때는 MTB로 와야겠다.
더울 때 달리기 좋은 시원한 코스로 소개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날씨에 달려있다. 시베리아 기단과 태백산맥의 선물과도 같은 시원한 날씨가 예보되는 날에 찾아가자.
어성전에서부터 양양읍 입구까지의 59번 국도는 포장이 잘 되어있는 약한 내리막이니 달리기 아주 좋은 길이다. 로드로는 가기 힘든 부연동길 구간과는 거의 극과 극인 셈이다. 큰 오르막길이 없는 데다가 어성전 삼거리의 매점, 양양 읍내, 낙산해변 등 쉴만한 곳도 적재적소에 있어 초보자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