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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18. 2020

호명산 자전거 운동

장마가 남긴 흔적들을 따라서.

2020년 8월 16일


역대급으로 긴 장마가 거의 끝난 것 같다. 원래 좀 더 먼 곳으로 1박 2일 자전거 여행을 가려했는데 코로나에 장마까지 겹쳐서 부득이하게 취소했다. 운동을 전혀 못하고 있어 찌뿌둥한데 마침 날이 개었으니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오늘은 가평에서 청평 쪽으로 북한강길을 따라 50km 정도의 거리를 한 바퀴 돌고 오려고 했는데... 장마를 우습게 보았나 보다. 상천역에서 청평 가는 사이에 자전거길이 끊겨서 예정에 없던 호명산을 넘어 32km 거리를 달렸다.


가평역에서 시작하려고 했더니 역 앞의 작은 주차장은 완전히 만차 상태라 근처 조금 떨어진 공영 무료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화장실이 없긴 하지만 북한강 자전거길 바로 근처라 나쁘진 않다.


주차장에서 가평읍내 쪽으로 출발하자마자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들어간다.


달전천이라는 이 개천도 장마로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달전천만 초토화된 것은 아니었다. 자전거길도 파손되어 이렇게 공사 중이다.


자전거길 흔적을 따라 적당히 걸어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더니 다시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 자전거길도 곧 끊긴다. 리가 무너져버린 것일까... 새 다리가 놓이고 있다.


끊긴 자전거길에서 걸어 나와서 46번 도로 갓길로 천천히 걸어서 반대편의 자전거길을 찾아간다.


한 블럭 정도 가니 자전거길이 다시 있긴 한데 영 엉망이다.


여기부터는 자전거길이 멀쩡해 보여서 다시 달린다. 자전거 타는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상천역으로 넘어가는 상천터널 근처부터 자전거길에 물이 흐른다.


음... 예전에 전곡에서 버려진 터널을 비가 그친 후에 지나간 적이 있는데 딱 그 꼴이다. 터널 앞이 완전히 물바다다.


폭포수가 웅장하게 쏟아진다. 이 정도면 상천터널이라기보다는 상천계곡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지니님은 조심조심 걸어서 물길을 넘어온다.


상천 터널 안도 바닥이 진흙밭인데 조명까지 유난히 어둡다.


이 북한강길을 몇 번은 지나다녔지만 풍경이 오늘같이 독특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 습한 것이 마치 동남아 어느 동네에 간 것 같다.


도로 곳곳에 장마로 망가진 흔적들이 있다. 여기저기 물까지 넘쳐서 흐른다.


이 오래된 다리도 덩굴 식물에 파묻혔다. 안 그래도 오래되어 보이던 다리가 더 오래된 것 같이 보인다.


상천역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 커플이 자전거길이 완전히 무너져 없다고 얘기해준다. 그 커플은 복잡한 46번 도로로 가고 우리는 혼잡한 길이 싫으니 호명산을 넘어가기로 한다.


상천역 옆으로 호명호수로 올라가면 원래 달리려던 거리보다는 짧아지지만 해발 380m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길이 안 좋아서 힘들어하는 지니님은 타야 할 거리가 짧아지니 좋아하는데...  습한 날씨에 르막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호명산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상천저수지가 나온다. 장마로 물이 가득 차있다.


도로 곳곳에 무너져 내린 돌멩이들이 굴러다닌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안 좋아 보인다.


길은 외길이라 헷릴 일이 없다. 올라가다 보면 계속 음식점이나 펜션들이 나온다.


호명산에는 양수발전소와 호명호수가 있다. 호명호수 쪽은 자전거 출입 금지라 예전에 걸어서 돌아본 적이 있는데 호수 안쪽에는 다인승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자전거 출입 금지인 이유는 셔틀버스 운행에 방해된다는 것도 있겠지만 결국 셔틀버스비와 자전거 대여료 수입 때문일 것이다.


해발 380m라는 높이는 생각보다 높다. 호명호수 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아주 완만한 구간과 오르막길 구간이 번갈아 나온다.


습한 날씨라 땀이 쏟아지는데 해까지 나면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나무 그늘과 구름이 뜨거운 햇살을 어느 정도 가려준다.


호명산 정상에 다 와간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 그런지 마침 정상 기념비 쪽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다. 우리는 단 둘이서 돌아다니니 큰 문제가 없는데 올해 자전거 붐이 일어서 함께 모여 잔뜩 돌아다니는 자전거 동호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아직 안 나오고 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걱정된다.


정상을 지났으니 이제 내리막이다. 비 온 후의 도로는 언제 어디가 엉망일지 모르니 조심해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옆으로 카페들이 계속 나타난다.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다.


차들이 모여있고 무언가 잔해들이 잔뜩 쌓인 곳이 나타났다. TV 뉴스를 안 보니 모르고 있었는데 한 주 전에 여기서 산사태로 펜션이 무너져 인명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좀 더 내려가니 산이 무너진 곳이 또 나타난다. 수해가 심각하다고 뉴스 기사로만 보았는데 실제로 보니 절실히 느껴진다.


청평 양수발전소 입구를 지난다. 호명산 정상의 호명호수는 양수 발전용 인공 저수지다. 건설하면서 사람이 여럿 죽었다고 한다. 양수발전소는 전력이 남는 밤에 물을 정상까지 끌어올려서 전기가 필요한 낮에 고도차를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린다.


가평으로 가는 75번 도로와 만나면 호명산 언덕길이 끝난다.


여기서 가평 쪽으로 조금 달리면 금대리로 갈 수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금대리로  가서 강변길을 달리기로 한다.


곧 나타나는 카페에 공룡 로봇이 움직인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도로로 넘친 곳이 계속 나타난다. 매너 없는 차가 고속으로 지나가서 물벼락을 살짝 맞기도 하고 자전거 바퀴에서 튄 물이 등을 적신다.


북한강물은 불어날 대로 불어나 있고 잔뜩 흙탕물인데 물놀이  보트들이 열심히 돌아다닌다.


이제 가평 쪽으로 장승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장승고개는 고개를 보면 경사가 범상치 않아서 힘들어 보이지만 정상의 집 옆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뒷길로 가는 언덕이다. 조금 속 것 같지만 힘든 것보단 낫다.


장승고개에서 쭉 내려가서 가평역 삼거리에서 가평역으로 돌아간다.


배가 고프니 점심을 빨리 먹어야겠다. 자전거를 차에 빠르게 싣는다. 가평에 오면 종종 들르는 가평 읍내의 닭갈비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오랜만에 왔더니 맛이 살짝 바뀐 것 같아 아쉽다.


장마 직후의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인지 고작 30여 km를 달렸는데도 지친다. 여기저기 수해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니 참담함도 느껴진다.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여기저기 망가지던 북한강 자전거길은 이번에는 크게 망가졌다. 우리가 달린 청평-가평 구간도 심각하지만 다른 곳도 만만찮으니 복구 전까지는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날씨와 도로 문제로 존과 지니도 당분간은 자전거 타러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운동 위주로 자전거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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