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Oct 26. 2020

강릉 안반데기 걸어서 한 바퀴

울릉도 여행 0일 차

2020년 9월 28일


울릉도 가는 배가 결항되면 무얼 하지?


존과 지니는 매년 추석 연휴에 해외 자전거 여행을 다닌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끊어놨던 항공권도 진작에 취소하여 지니님이 멘붕 했다. 작년에도 일 때문에 못 갔던 지니님... 올해도 못 가게 되었다. 석 연휴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지 고민하다가 울릉도에 가기로 한다. 그런데... 9월 26일에 배를 타고 입도하려 했지만 풍랑주의보로 배가 결항되면서 밀려버렸다. 분에 4일간 진행하려던 스쿠버 다이빙도 취소하고... 스쿠버 장비는 아예 집에 두고 출발한다.


서울 쪽에서 울릉도를 갈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강릉 안목항에서 가는 울릉도행 배편이다. 오늘은 배가 뜰까 하고 일찌감치 강릉 안목항에 가서 비싼 아침밥까지 먹으면서 기다렸는데 또 결항이다. 그래서, 1일 차가 아닌 울릉도 여행 0일 차다.


안목항 바로 앞이 강릉 커피거리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고 바닷바람이 심한데 아침 일찍 문을 연 카페가 있길래 들어왔다. 따듯한 커피를 주문해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바다에 파도가 몰아치는 게 배가 안 뜰만 하다.


우리 이제 뭐하지?

일단 내일 다시 여기로 와야 하니 가까운 경포대에 숙소를 예약했다. 돌아갔다가 다시 강릉으로 오려면 기름값에 시간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추석 전이지만 월요일 저녁 숙박이니 숙박비는 꽤 저렴하다.


그리고, 강릉에서는 딱히 할 것이 없으니 산 위쪽의 안반데기에 올라왔다. 강릉에서 닭목령으로 올라오면 금방이다.


안반데기의 중심이자 도로가 지나가는 피덕령 화장실 앞에 주차하고 슬슬 올라간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이기 때문에 큰 트럭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아주 유명한 차박지 중에 하나인 걸로 아는데 차량은 통제, 주정차 금지에 야영 및 취사행위 금지라고 붙어있다.


멍에전망대 석축이 붕괴되어 출입이 안된다고 한다. SNS에 멍에전망대에서 최근에 찍은 사진들이 넘치던데...


저 위에 멍에전망대가 보인다. 출입금지라는데 사람들 실루엣이 자꾸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또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다. 일반 관광객 차량은 여기까지 들어와도 되나 보다. 멍에전망대와 풍력발전기가 멋지다.


멍에전망대 쪽 갈림길로 걸어가 본다.


출입금지 안내판과 함께 철조망까지 쳐놨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철조망이 휘어지고 땅이 다져져 길이 생겨있다. 우리는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니 여기서 되돌아간다.


풍력발전기와 고랭지 채소밭... 풍력발전기가 있으면 평범하게 이쁘던 곳이 보기 힘든 풍경이 된다.


높은 풍력발전기 쪽으로 SUV들이 종종 올라간다. 차박의 성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벌써 자리 깐 차도 보인다.


차만 지나가면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데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저 앞부터 속도를 줄여서 살살 지나간다. 보행자에 대한 운전기사님의 배려가 고맙다.


안반데기의 북쪽 끝인 고루포기산까지 가려면 언덕을 내려갔다 올라가서 꽤 걸어야 하기에 여기서 되돌아서 옥녀봉 쪽으로 가기로 한다.


동글동글 싱싱한 양배추다. 맛있어 보인다.


비행기가 풍력발전기 위를 지난다. 내년에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 자전거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제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봐선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안반데기의 남쪽을 걷기로 한다.


지니님이 슬슬 지쳐 보인다. 여기서 돌아갔어야 했을까...


급경사길을 올라서 일출전망대에 도착했다. 저 동쪽으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일출 전망대니까 새벽에 오면 해가 뜨는 게 보이겠지...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이제 옥녀봉 바로 아래에서 내리막길로 되돌아간다. 벌써 7km 정도 걸은 것 같다.


안반데기에는 매점 하나밖에 없다. 점심을 먹어야 하니 강릉으로 되돌아왔다. 강릉중앙시장의 파스타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한 그릇씩 먹는다. 파스타만 먹으면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 진다.


내일 아침 배를 타려면 8시까지 안목항에 가야 한다. 추석 연휴 시작이라 이미 내일 배표는 매진되었고 취소표를 기다려 타야 하는 상황인데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강릉으로 오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까 아침에 예약해둔 경포대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시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온다.


경포호 오랜만이다. 안반데기를 잔뜩 걸었지만 이 풍경을 또 걷지 않을 수가 없다.


라카이와 스카이베이 호텔 근처까지 갔다가 마땅히 저녁 먹을 곳이 없어서 해변길을 따라 강문해변까지 간다.


경포해변의 끝에 멋진 다리가 있다. 강문 솟대다리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릴 때는 여길 지나갈 일이 없으니 처음 보는 것 같다. 색이 서서히 변하는 게 멋지다.


안목해변에 카페거리가 있지만 그곳이 아니라도 강릉은 여기저기에 카페가 정말 많다. 그런데, 카페거리의 필수 요건인 맛집은 얼마 없는 것이 강릉의 언밸런스함이다.


강문해변 뒤쪽 골목에 육회 비빔밥과 육회 물회를 파는 식당이 있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기대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이제 내일 다시 안목항 여객 터미널로 가서 울릉도행 배를 타야 한다. 배표가 매진이라 승선 마감 때 남는 표를 구해야 하지만, 이미 제목을 울릉도 여행기라고 했으니 표 구해서 입도하는 데 성공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울릉도 여행의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홍천 알파카 월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