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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12. 2020

홍천 알파카 월드

보기만 해도 재밌는 알파카와 함께

2020년 9월 20일


춘천 느랏재와 가락재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웬 버스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무언가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진 버스라 관심이 가서 자세히 보니 알파카 월드라고 한다. 국내에도 알파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보구나. 사실 알파카는 쉽게 보기 힘든 동물이다. 알파카는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제로는 지난 알프스 자전거 여행에서 5일 동안 비에 시달리며 자전거를 타던 때에 어느 농장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나를 보고 이상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우스꽝스러운 녀석들 덕분에 우울하던 기분이 풀렸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알파카들이 마침 춘천 근처에 있으니 화창한 가을 날씨가 좋은 오늘 찾아간다.


춘천에서 셔틀버스 있지만 우리는 자차로 갔다. 춘천에서 멀지는 않지만 느랏재 가락재를 넘으면 홍천 알파카 월드... 가 아닌 알파카 밸리라는 카페가 나타난다. 여기서 좀 더 홍천 쪽으로 내려가면 풍천1리 들어가는 길에 알파카 월드 이정표가 있다. 참고로 느랏재와 가락재 사이의 상천리는 모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시골 중의 시골인 품걸리 들어가는 길인 만큼 이곳은 전체적으로 산속 깊숙한 곳이다. 풍천1리로 들어가다 보면 주차요원이 주차할 곳을 안내해준다. 여기 주차장에 주차하고 근처 정류장에서 알파카 월드로 올라가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셔틀버스는 급경사길을 달려 올라간다. 한달음에 높은 곳에 올라가는 느낌이다.


언덕 바로 위까지만 올라가면 되니 금방 내린다.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를 데리고 걸어올라오긴 힘든 정도의 경사다.


알파카월드 입구에는 뻔하지만 티켓 부스와 기념품 가게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유아 휴게실도 있다.


티켓부스에서 입장권을 구입한다. 성인 1인당 15,000원... 티켓을 구입할 때까지만 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겨우 알파카 조금 보고 가는데 15,000원? 알파카 산책과 동물먹이 주는 것은 별도다.


입장권을 가지고 옆의 정문으로 입장한다.


근처에 알파카 월드 지도가 있다. 티켓 부스 옆에도 안내책자가 있는데 전체 지도에 번호가 붙어있다. 가능하면 이 번호대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둘러보기 가장 좋은 순서대로 구성을 해놓은 것이라 번호만 따라 가면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탬프 투어도 있어 모든 곳을 방문하면서 스탬프를 찍어오면 기념품도 있다고 한다.


걸어 들어가면 알파카 놀이터가 있다. 몇 마리가 안에 있고 사람도 들어가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여기는 알파카 월드의 알파카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위한 튜토리얼 같은 곳이다. 들어가니 알파카들이 눈 앞에 있다. 지니님도 처음 보는 알파카가 무서운지 가까이 가질 않고 알파카가 다가와도 움찔하면서 피한다.


직원이 와서 먹이를 준다. 초식동물에게 먹이는 펠렛 같은 것인데 근처 자판기에 천 원을 넣으면 살 수 있다. 일반적인 대형 초식동물들은 경계심이 많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데 알파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많이 없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오로지 먹이에만 관심이 있으니 사료 펠렛이 있어야 가까이에 온다.


알파카 놀이터에서 나와서 다음 순서인 알파카 방목장으로 올라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알파카 체험은 여기서 끝나고 이제 멀리서 구경만 하는 줄 알았다.


알파카 방목장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울타리 너머에 알파카들이 많다. 여기에도 사료 자판기가 있고 알파카들에게 사료를 줄 수 있다. 파카의 입에는 생긴 뻐드렁니가 삐죽 솟아 있는데 사료를 주면 이빨을 사용하지 않고 입술로 훑듯이 먹어 물릴 염려는 없다. 다만 침 묻은 입술로 손바닥을 훑으니 손바닥이  범벅이 된다.


여기 알파카들은 사람에 익숙해져 있으면서 공격성도 적기 때문에 살짝 만지는 정도는 허락해준다. 다만, 기분 나쁘게 하면 얼굴에 침을 뱉는다고 한다.


좀 더 올라가니 방목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냥 울타리 밖에서  구경하는 게 아니구나.


어린 알파카들은 특히나 귀여운데 겁도 많다. 람에 익숙하지 않은지 다가가도 도망간다.


손에 사료를 들고 있으면 이렇게 몰려온다. 이쯤 되면 알파카가 낯설어서 다가가기 무서워했던 사람도 어느새 익숙해진다.


방목장 들어가는 문에서 방문객들을 유도하는 멍석 길을 알파카들이 점령했다. 고급 털옷 원료인 알파카 털에 흙먼지가 잔뜩 끼어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녀석들 몸이 간지러우면 흙 위에서 이리저리 구른다. 몽실한 꼬리가 귀엽지만 엉덩이와 꼬리 쪽은 건드리면 안 된다. 이런 초식동물은 자기 시야가 닿지 않는 쪽에서 자극이 오면 뒷발로 차는 본능이 있다.


근처에 양 축사도 있다. 양떼 목장에서는 얘들이 주인공이지만 알파카 월드에서는 완전히 찬밥 신세다.  마리 안 되니 구색만 맞춰놓은 느낌이다.


방목장에서 좀 더 올라가면 알파카 링 산책을 하는 곳이 있다. 요금을 내고 알파카를 데리고 산책하는 곳이라는데 그냥 방목한 자유로운 애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근처에 염소도 있다. 이렇게 사람 근처에 있는 염소들도 만져도 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만지면 염소 특유의 냄새가 10번 손을 씻어도 안 지워진다. 소 몸, 염소젖, 염소고기, 염소 치즈에서 나던 냄새를 내 손에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중간중간 작은 우리에는 앵무나 기니피그, 고슴도치 같은 것들이 있데 잘 안 보여서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 못 받는다. 이 처에 푸드코트와 화장실이 있어 사람들로 붐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번호대로 가지 않고 사슴 목장 쪽으로 와버렸다. 먼저 샤이어 말이 보인다. 영국 품종의 짐말로 말치고는 덩치가 아담한 편이다. 리가 자주 붙는 쪽 에 하트 모양을 그려놨는데 정말 박진감 있게 근육이 움직인다.


샤이어 방목장을 지나면 사슴 목장이다. 알파카 말고 다른 동물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이 녀석들도 알파카와 같은 사료를 주면 된다. 끼 사슴이 특히나 귀여운데 어른 사슴이 먼저 사료를 먹으려 달려드니 주눅들어 근처도 못 온다.


여기부터는 계단도 많으니 사람이 적다. 단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거의 안 올 것이다.


우리에게 밤비로 익숙한 꽃사슴들도 여기저기에 있다. 알파카 방목장처럼 들어갈 수는 없다.


역시 아기 사슴이 귀엽만 무리에 찰싹 붙어서 사람에게 다가오질 않는다.


가축 중에서 가장 못 생긴 칠면조들도 있고...


산책로가 있어서 슬슬 걸어간다. 별빛광장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산책로 중간에 산양 우리가 있다. 뿔이 아주 멋있게 생긴 녀석이 두 마리다.  녀석들도 염소 종류라 잘못 만지면 손에 냄새가 찌든다.


별빛 광장은 숲 속의 작은 공터다. 여기서 무슨 드라마도 촬영했다고 하는데 모르는 드라마다. 소나무 두 그루가 있고 소나무에 얽힌 전설도 있는 곳이다.


아까 순서대로 가지 않아서 토끼 나라와 색칠나라를 건너뛰었으니 토끼 나라 쪽으로 가본다. 여기에도 길가에 염소 가족이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무서워하던 지니님도 이젠 아무 동물이나 만진다.


타조도 있는데 조금 멀리 가 있어서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민한 녀석이라 가까이서 볼 수 없게 한 것 같다.


이제 토끼나라다. 토끼나라는 온실처럼 되어 있다.


알파카와 달리 토끼는 앞니로 먹이 주는 손을 깨물 수 있어서 이렇게 스푼에 먹이를 담아서 줘야 한다. 푼에도 깨문 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손으로 주면 내 손이 이 스푼처럼 될 것 같다.


토끼 말고도 금계라는 새도 섞여 있다. 색이 화려하다.


토끼들도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지만 참 편안한가 보다. 다리 쭉 펴고 퍼져 있다.


위쪽에는 작고 귀여운 토끼들이 있는데 좀처럼 내려오질 않는다.


색칠나라는 말 그대로 아이들과 알파카 엽서에 색칠하면서 노는 곳이다.


알파카가 그려진 의자에 앉아서 색연필로 알파카 엽서에 색칠을 해서 벽면에 달아둘 수 있다.



조금 아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 조랑말들도 있다. 이를 주거나 가까이 가지 말라고 붙어있는데 이 녀석들도 자극하지만 않으면 순하다.


산양 종류도 여럿 있어서 생각보다 꽤나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아기 사슴 방목장에 갈 차례다. 방목장 울타리를 보니 산양들도 보인다.


오 아기 사슴, 너 참 깜찍하구나.


잠겨 있지 않은 곳은 들어갈 수 있다. 사슴 방목장도 들어갈 수 있다. 어가면 안 되는 곳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으나 들어가도 되는 곳은 동물이 도망치지 못하게 닫혀만 있다.


그런데 들어가면... 사슴들이 사료가 담긴 종이컵만 보면 따라다닌다. 일본에는 공원에서 전병만 먹으러 다니는 사슴들이 있다더니 여긴 사료 펠렛을 쫓아다닌다.


이 녀석들 식탐이 대단하다. 지니님이 사료를 조금 주었더니 더 달란다.


알파카가 방목장 안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산책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그만큼 안전한 동물이란 뜻이다.


이제 거의 다 본 것 같다. 가는 길에는 올빼미, 부엉이, 독수리 우리가 있다.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잉꼬와 앵무도 있다. 앵무 녀석이 잉꼬 우리에서 놀다가 제 집으로 돌아간다.


기 사슴 한 마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만져도 가만히 있다. 귀여운 사슴이 마음껏 만져도 허락해준다니 신기하다. 히려 이 녀석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여기도 토끼우리가 하나 있는데 아까 멀리서만 봐야 했던 새끼 토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다음은 독수리 나라다.


거대한 독수리들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생긴 게 샹각보다 멋있거나 하진 않지만 발톱이나 부리가 무시무시하다.


아까 귀여워해줬던 사슴이 배웅 나왔다. 기쯤 오면 대부분의 이용객들의 사료가 털려 있으니 이 녀석에게 줄 사료가 없다.


코스의 마지막은 새들의 정원이다.


어마어마한 새들이 새 모이를 쫓아다닌다. 새 모이도 안쪽의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 새 모이를 손에 놓아두면 새들이 잔뜩 달라붙는다. 지니님이 새는 별로 안 좋아하니 적당히 구경한다.


이렇게 맨 처음의 알파카 놀이터로 돌아온다. 충분히 즐긴 것 같다.


돌아다니면서 스탬프를 다 찍었으니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스탬프는 알파카 스티커로 교환해준다.


알파카 월드는 홍천의 깊은 산속에 있기 때문에 공기가 맑고 시야가 산으로 가득하다.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은 이 정도 풍경도 신기한가 보다.


이렇게 알파카월드에서 하루 잘 놀았다. 숲이 좋은 곳이니 맑은 가을날에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사료값 1000원... 얼마 안 하는 것 같지만 몇 번 주다 보면 어마어마하다.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 옆에는 사료 자판기에서 사료를 사서 줄 수 있다. 하지만, 덩치 큰 초식 동물들은 어마어마하게 먹어댄다. 동물들이 달라는대로 사료를 주다가는 지갑이 순식간에 거덜 날 것이다. 사료를 안 주면 돈이 안 나가지 않느냐? 사료가 없으면 동물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냉혹한 대자연의 자본주의를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사서 마구 퍼주지 말고 계획적으로 주려고 해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먹성 앞에서 사료가 남아나질 않는다. 하지만, 큼직한 동물이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날 따라다니는 그 자체가 참 재밌다.


입장료 15,000원... 처음에는 겨우 알파카 구경하는데 뭐가 그리 비싸?라는 생각이었는데 꽤나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알파카뿐만이 아닌 다양한 동물들을 멀리서 구경하는 게 아니라 실제 눈 앞에서 보고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곳으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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