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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28. 2021

서해안 자전거 여행 대천-변산

대천해수욕장, 군산, 새만금 방조제, 변산해수욕장

2021년 5월 9


어제 아산 버스터미널부터 시작해서 90여 km를 달려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지독한 미세먼지 속에서 하루 종일 맞바람에 시달렸기에 100km를 넘게 달려야 하는 오늘은 힘들지 않을까 아침부터 걱정된다. 오늘은 대천해수욕장에서 출발해서 서천, 군산을 지나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 변산해수욕장까지 계속 바다를 따라가는 본격적인 서해안 코스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50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와는 다르게 날이 맑고 바람도 잔잔하다. 다행이다. 아침은 어젯밤에 편의점에서 사다 놓은 것들로 간단히 먹고 출발한다.


모처럼 대천해수욕장에 왔으니 화창한 날의 풍경을 보고 싶다. 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해변을 한 바퀴 돌아 나가기로 한다.


맑은 아침의 푸른 바닷가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바람도 잔잔하다. 아침이라 그런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이제 대천을 떠나야할 때다. 머드 박물관 앞에서 바닷가를 벗어난다.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니 됫박산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607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607번 지방도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나있다. 관리가 잘 안된 것 같지만 달릴만하다.


자전거길로 달리다 보면 자전거길이 끊기면서 잠깐 길을 건너야 한다. 여기서부터 남포 방조제가 시작된다.


방조제에 막혀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옆으로 남포방조제 조류지가 이어진다.


방조제 이름이 대부분 그렇듯이 여기 동네 이름이 남포면이라 남포방조제다.


길 아래에는 말들이 밥을 먹고 있다. 우리가 나름 한적한 동네를 많이 다니지만 말을 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남포방조제 중간에 죽도라는 섬이 있는데 관광지화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들어가 보진 않는다. 오늘 하루 종일 서해바다를 볼 건데 일부러 멈출 필요는 없다. 남포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가면 자전거도로도 끝난다. 여기서 607번 도로를 벗어나 용두 해수욕장 방향으로 간다.  


용두 해수욕장이라 마스코트 캐릭터도 용인 듯하다. 용두해수욕장을 지나서 계속 해안 도로를 달린다.


오늘은 달리는 길 대부분이 해안도로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높은 곳이 없다. 낮은 언덕길을 넘는데 아까 지나쳤던 죽도가 보인다.


용두해수욕장은 지나쳤지만 무창포해수욕장부터 독산해수욕장까지는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다.


날이 맑고 화창한데 아직 바닷가에 사람이 많지 않은 시기다.


무창포 앞바다에는 석대도라는 섬이 있다. 이렇게 바다에 섬이 좀 있어줘야 풍경이 살아난다.


독산해수욕장이 끝나면 바닷가에 군시설이 있기 때문에 도로가 내륙으로 둘러가게 된다.


길을 그대로 따라 가면 너무 빙 둘러가면서 오르막길까지 있어서 중간에 농로로 빠져 가로지르기로 했다.  


중간에 비포장이 있을 줄이야. 비포장 직전에 다리를 건넜으면 비포장이 적었을 텐데... 비포장에서는 얌전히 걸어간다. 이렇게 걸어도 단축되는 길이다. 잠시 쉴 겸해서 천천히 걸어간다. 나랑 맨날 이렇게 다녔더니 지니님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다시 도로와 만났다. 군시설을 빙 둘러가듯이 도로를 따라 다시 바닷가로 나간다.


바다와 만나는 곳에 소황사구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사구는 태안의 신두리 사구인데 거기도 사실 볼 것이 별로 없어 여기도 기대하지 않는다. 특히 이 시기에는....  


그래도 온 김에 들러보기로 한다.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걸어 들어간다.


사구라는 것은 바닷바람에 의해서 모래가 자연적으로 쌓이는 곳을 말하는데 이 시기의 사구는 한참 자라는 식물들로 뒤덮일 때라서 모래보다 식물이 더 많다. 사구의 저쪽 끝은 아까 지나갔던 독대리 쪽이다.


기껏 올라왔으니 도로로 내려가지 않고 바다를 보면서 부사방조제 위를 달려보기로 한다. 어제의 심한 바람에 사구의 부드러운 모래들이 날려서 방조제 위에 쌓여있다. 여기가 더 사구 같다.


모래가 없어진 곳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아래쪽 도로는 방조제에 막혀 갇힌 느낌인데 방조제 위는 멀리까지 시야가 뻥 뚫린다.


길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달릴만하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부사 방조제는 부메랑 모양으로 적당히 꺾여있다.


여기서부터는 서천이다. 저 멀리 커다란 공장 같은 시설이 보이는데... 서천발전소다.


부사방조제 수문 직전에 통제구역이 있어 방조제 윗길이 막혀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부터는 도로로 내려가야 한다. 


중간에 막혀버려서 좀 귀찮게 끌고 내려오긴 했지만 이렇게 부사방조제를 즐겼다. 여기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지 시끄러운 오토바이들도 많이 보인다. 오토바이는 여기저기 조용하고 한적한 곳마다 꼬박꼬박 나타나서 시끄러운 굉음과 과속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스런 취미다.


춘장대 해수욕장에는 들렀다 갈 생각이다. 대천 해수욕장 이후로 해수욕장들이 좀 작고 시설이 낙후되어 보였는데 여기는 무언가 열심히 꾸며놓았다.


춘장대 해수욕장 중앙 광장에는 커다란 풍차가 둘이나 서있다. 다른 해수욕장보다 볼거리가 꽤 있어 보인다. 그만큼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해변이 정말 넓다. 날이 맑은 덕분에 강렬한 푸른빛의 하늘과 바다가 누런 모래사장과 대비된다.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해변을 따라가면 홍원항까지 갈 수는 있는데 막힌 길이다. 여기서 다시 607번 도로를 타고 빠져나간다.


그렇다고 계속 607번 도로로 가면 21번 국도와 합쳐져서 내륙으로 달리게 되니 다시 해안도로로 빠져나가야 한다. 작은 마을 삼거리에서 선도리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해안 자전거길은 한쪽이 바다에 막혀있는 만큼 길 찾기가 어렵진 않지만 방심하면 길을 잘못 들 수 있으니 경로를 어느 정도 숙지해야 한다.  


여기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야 한다. 지니님이 내 신호를 못 듣고 그대로 직진해버려서 바로 돌자마자 있던 강아지와 잠시 놀다 간다. 


차량통행이 갑자기 확 줄어들고 조용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지방도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 풍경을 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차량 통행을 피하는 의미도 크다.


한적한 해변길을 달린다. 저기 보이는 섬들은 쌍도라 하여 이 앞 마을인 선도리에서 썰물 때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우리는 어촌체험까지 하러 온 것은 아니니 들르지 않고 그대로 달린다.



여기는 갯벌 체험이 주 관광 산업인지 길 이름도 갯벌체험로라고 되어 있다. 그대로 바닷가 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계속 달리다 보면 617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얌전하게 617번 도로로 서천까지 가야 하는데 바닷가로 가보겠다고 길을 잘못 들어서 송석 2리라는 막다른 동네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 나온다.


617번 도로로 서천 종합 운동장을 지나 계속 달리기만 하면 서천의 중심인 장항 읍내로 갈 수 있다. 서천이란 곳에는 처음 와보는데 중고교 사회 시간에 자주 들었던 지명인 장항은 익숙하다. 


마침 도로 옆으로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자전거 타기 좋아 보이는 길이지만 중간중간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은근히 불법 주차한 차들에게 방해를 많이 받는 듯하다.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긴 했으니 장항에 들어가자마자 간식을 먹기로 했다. 근처에 토스트를 파는 카페에 들어가서 가게에서 파는 세 종류의 토스트를 모두 시켰는데 꽤 먹음직스러운 토스트가 나왔다. 만족한다. 여기까지 짧은 휴식을 두 번 정도 가졌지만 제대로 쉬질 않았다. 토스트를 먹으면서 제대로 쉬기로 한다.


출발하려는데 도로 양 옆으로 마을 여기저기에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보인다.


잠시 멈춰서 구경해본다. 이렇게 사진 찍으라고 해놓은 강아지 그림도 있고 고양이 삼형제 그림도 있고, 무언가 참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다. 확실히 벽화들은 평범한 마을을 아기자기하게 바꿔주는 좋은 방법이다.


이제 장항읍에서 군산으로 넘어가야 한다.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은 동백대교 보행로를 넘어가는 방법이다.


동백대교 아래에 가면 이렇게 보행로가 있다. 길이 좁고 사람과 마주칠 수 있으니 슬슬 끌고 올라간다. 


옆에 도로도 2차선이긴 하지만 큰 다리에서는 보행로로 가는 편이 안전하다.


다리 건너에 군산의 공장지대가 보인다. 군산은 1, 2년에 한 번은 오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친숙한 동네라 반갑다.


동백대교 중간에서부터는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게 된다.


동백대교에서 군산 시내가 아닌 공단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보행로는 안전 때문인지 공단방향의 출구가 없다. 길을 따라 시내방향으로 조금 내려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공단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부터 새만금 방조제 입구인 비응항까지 지루한 공단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내가 지금까지 새만금 방조제 자전거길을 가지 않았던 이유가 이 지루한 공단길을 이미 한 번 다녀갔고 방조제길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온 공단길은 여전히 지루하다.



계속 달리다 보면 이 공단 도로가 21번 국도와 가장 가까워지는 변전소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한 후에 새만금 컨벤션 센터에서 우회전하면 새만금 방조제의 입구인 비응항으로 갈 수 있다.  


비응항에 도착했으니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지인이 이곳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즐겨 먹었다는 해물짬뽕집을 추천받아서 우리도 먹어본다.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보내주니 양이 너무 줄었다고 하지만 먹을만하다. 다행히 지니님 입맛에도 잘 맞나 보다.


대망의 새만금 방조제 자전거길 입구다. 그리고 당당하게 차 한 대가 입구를 막고 있다. 번호판 가리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잘못한 놈들이 더 당당한 나라니 귀찮아도 가려야 한다. 어디를 가도 자전거도로가 주차하기 편한 주차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참 많다.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가면 부안군이다. 방조제 이름은  보통 동네 이름을 따서 짓는데 군산 방조제도, 부안 방조제도 아니고 이 근처 지역인 김제, 만경의 금만평야에서 이름을 따와서 새만금으로 고쳐지었다고 한다. 이름 참 어렵게 지었다.


드디어 총 33.9km의 새만금 방조제를 달려야 하는 자전거길이다.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비응항에서 변산 해수욕장까지의 36km가 오늘 자전거 여행의 후반부를 몽땅 차지한다. 바다에 보이는 육지 같은 것은 섬이 쭉 이어지는 고군산군도다. 곳곳에 넘어가지 말라는 푯말과 낚시 금지 푯말이 붙어있지만 우리나라 낚시꾼들이 그런 걸 들을 리가 없다. 여기저기 바닷가에 낚싯대를 널어놓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비응항에서 12km를 달리면 새만금 방조제의 첫 섬인 아미도에 도착한다. 아미도를 그대로 통과해서 경사로로 올라가면 방조제 길이 계속 이어진다.


다음은 고군산군도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신시도다.


신시도 입구에서 자전거길이 이상하게 끊긴다. 여기서 길을 따라가기도 애매하니 풀밭을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신시도에는 새만금 휴게소가 있는데 오르막길로 올라가고 싶지 않다. 그대로 달려서 신시도를 빠져나간다. 오늘은 변산해수욕장까지 가야 하니 고군산군도에 들를 여유가 없다. 고군산군도는 나중에 다시 한번 찾아올 것 같다.


신시도에서 부안 쪽으로 가는 길에 배수갑문이 있다.


갑문 쪽 통행로 양쪽 출입구가 모두 좁으니 통행에 조심해야 한다. 딱딱하고 각진 구조물을 설치해서 일부러 길을 좁고 위험하게 막는데 돈을 쓰다니 왜 이렇게 했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


중간에 공사를 하는지 통행로를 막아놨다. 어쩔 수 없으니 도로 갓길로 달린다. 통행로와 차도 사이에 단차가 높은 편이라 중간에 내려가고 올라가기가 귀찮으니 길을 잘 골라야 한다. 사실 공사 구간은 그리 길지 않은데 미리 입구부터 막아서 실제 공사 구간에 비해 너무 길게 차단한 느낌이다.


공사구간이 애매하게 길고 끝내는 갓길까지 침범해서 차들과 함께 달리게 된다. 종종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의 굉음이 너무 시끄럽다. 오토바이나 차로 굉음을 내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런 소음이 좋아하는 듯하니 어디 가둬놓고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게 해줘야 한다.  


중간중간 쉴만한 구조물들이 있는데 자체에 화장실이 없으니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중간에 김제시 관할 구역으로 들어왔었나 보다. 새만금 방조제는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지만 그 사이의 만경강 동진강 하류에 김제시가 있어 군산, 김제, 부안이 행정관할구역 분배를 두고 엄청 싸운다고 한다.


변산반도가 점점 가까워진다. 역시 방조제길은 지겨운데 세계 최대의 방조제라니 정말 지겨움의 끝판왕이다.


일단 처음 만나는 로터리는 새만금 홍보관 출입을 위해 만든 로터리니 그대로 직진하고 그 다음 새만금 교차로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변산, 격포 방향으로 간다. 이정표가 잔뜩 있으니 길을 헷깔릴 염려는 없다. 


지겨웠다. 새만금 방조제. 고군산군도에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니 언젠가 또 한 번은 오겠구나...


이제 변산해수욕장까지 쭉 달리면 된다. 슬슬 해가 저물고 있다.


변산반도에서 유명한 곳은 격포 쪽이지만 오늘은 이미 충분히 100km를 달렸으니 변산해수욕장에서 멈춘다.


고군산군도가 보이는 변산해수욕장에 숙소를 잡았다. 이곳은 새로 개발 중인 것인지 빈 땅이 많고 숙소도 새로 지은 깨끗한 숙소다.


숙소에서 씻고 짐을 정리한 후에 저녁 먹으러 마을에 식당이 얼마 없다. 식당이 밀집한 상가에 가서 회덮밥을 한 그릇씩 먹는다. 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근처에서 나는 야채를 듬뿍 넣으니 맛있다.


식당 옆 편의점도 9시까지만 한다고 한다. 저녁 먹고 얼른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와 안주를 사서 간단히 한 잔 하고 쉰다. 내일 날씨가 애매한데 일단 자고 아침에 생각하기로 한다.



2021년 5월 10일


어제저녁 먹을 때 식당 아주머니께 아침식사를 물어보니 마을 입구에 한식뷔페가 아침부터 오픈한다고 한다. 가보았더니 가격 대비 나쁘지 않게 나온다. 지니님과 한껏 배부르게 챙겨 먹는다.


그런데... 식당 갈 때도 느꼈지만 오늘 너무 춥고 흐리다. 오후부터는 비 소식도 있는데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원래 모레까지 서해안을 쭉 따라 내려가서 영광까지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계획 변경이다. 서울로 돌아가기로 한다. 나는 근처 부안까지 가자고 했는데 지니님은 전주에서 갈아타게 되더라도 격포에서 버스를 타자고 한다. 지니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여기서 격포까지는 고작 11km 정도이다. 날도 추우니 일단 껴입을 수 있는 것은 다 껴입기로 한다. 변산해수욕장을 빠져나와서 출발한다.


30번 국도로 잠깐 합류해서 고개를 넘은 다음에 운산교차로에서 바로 고사포 해변으로 빠지면 차 없는 한적한 길을 달릴 수 있다. 30번 국도로 바로 격포로 가도 되지만 우리의 원래 목적이 해안 쪽으로 차 없는 한적한 길을 달리는 것이니 격포까지 해안도로로 달리기로 한다.


고사포 해수욕장은 모래사장 바로 뒤에 숲이 있어 바다가 잘 안 보인다. 그대로 통과해서 길을 따라 달리니 변산반도 국립공원 표지판이 나타난다.


원래 경치가 좋다는 말은 다른 말로 고도가 주변보다 높다는 것이다. 경치 좋은 해안 도로를 달릴 때는 낙타등 같은 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여기도 낙타등인가보다.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지만 자전거도로 표시가 우리를 반기는 걸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섬도 있고 흐린 날인데도 풍경이 좋다. 다음번에 맑은 날에 다시 와야겠다.



언덕을 두 개 정도 넘었더니 해안 절벽이 보인다. 저기가 격포인가 보다.


격포에 도착했으니 채석강은 보고 가야겠다. 관광지는 다 비슷하다. 그냥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큰 주차장이 나타나면 뭔가 있는 거다.


주차장을 통과해서 바닷가로 가면 채석강이 있을 것 같다.


채석강 입구에 자전거를 잠시 두고 들어간다. 자물쇠를 안 가져왔더니 자전거가 안 보일 정도로 멀리 갈 수는 없다.


바위 지대에서 클릿 신발은 조심해야 한다.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하여 채석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나는 이런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결국 중국 채석강의 짝퉁이라는 것이니... 좀 더 고유한 이름을 붙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나폴리니 한국의 알프스니 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원조와 비슷한데 원조만큼 못 미친다는 뜻이 내포된 것 같이 느껴져서 그렇다.


채석강은 이 부근의 층층이 쌓인 해안 절벽과 바다를 전부 합친 것이라고 한다.  


적당히 구경하였으니 이제 돌아 나와서 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버스터미널은 두 블럭 정도만 가면 된다.   


드디어 도착했다 매우 작은 터미널이다. 여기서는 차편이 얼마 없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려면 부안이나 전주 터미널로 가서 서울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첫차가 오후 12시 20분에 있는데 점심 먹기도 애매하고 안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일단 버스표를 끊고 조금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원래 영광을 지나 무안까지 가려고 했던 서해안 자전거 여행을 여기서 멈추게 된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주에 내려서 서울 가는 버스 표를 끊고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울로 올라간다. 다음 날도 전라도 쪽은 비가 많이 왔다고 하니 여기서 과감히 포기한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 날씨가 좋아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으니 가을에 비가 안 올 때를 다시 맞춰서 부안부터 이어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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