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많이 바뀌고 미세먼지까지 겹쳐지다 보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것도 옛말이지만 그래도 5월은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보고선 휴가까지 내고 5월의 짧은 자전거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목표는 서해안이고 아산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아산을 지나 태안 쪽으로는 비교적 자주 다닌 듯하니 그 아래쪽을 목표로 해본다. 아산에서 시작해서 대천해수욕장까지 약 90km 정도 된다.
지니님과 함께 잠실철교를 건너 동서울 터미널로 간다. 집에서는 수서역 고속철도가 더 가깝고 빠르지만 자전거를 편하게 실을 수 있는 시외버스가 마음이 편하다. 2~3박 정도 할 생각이라 여행 짐을 챙겼더니 오랜만에 자전거 안장 가방을 달았다.
아산 가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집 근처 정류장에서도 서지만 중간에 자전거 싣기는 애매하고 짐칸에 다른 짐이라도 있으면 골치 아프니 터미널에 오는 게 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전거 한 대를 화물칸 안쪽에 깊숙이 싣고 다른 한 대를 실으려고 하니 그 사이에 웬 아주머니가 자전거 실으려고 만들어둔 공간에 자기 캐리어를 놓으려 한다. 아~아주머니~~ 옆 칸요!!
2시간이 조금 안 걸려서 아산터미널에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배부터 든든히 채워야겠다. 아산 온양온천역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는데 충분히 맛있었다.
아침식사도 해결했으니 이제 출발이다. 아산 쪽의 1호선 전철길 아래에는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일단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사실 대천 쪽으로 빠르게 가려면 송악저수지와 광덕산을 지나가면 되는데 편하게 가려고 일부러 조금 돌아간다.
온양온천역을 지나서부터는 자전거길이 더욱 좋아진다. 이 길은 꽤 오랜만에 달리는 것 같다.
아산 시내가 끝나면서 자전거길이 끝나는 것 같은 횡단보도가 나오는데 철길 오른쪽으로 다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이제 1호선 전철길과는 멀어질 때가 되었다.
여기부터 송악저수지 쪽으로 질러가지 않고 일부러 돌아가는 이유인 아산 폐철길 자전거도로가 시작된다. 이용하지 않게 된 철길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태양전지판으로 지붕을 만든 멋진 자전거길이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이지만 지붕이 있으니 더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여기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주말에도 항상 한산하다. 이 자전거길에서 이어지는 좋은 자전거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막혀있기까지 해서 그런 것 같다.
옛 신창역 근처 일부 구간만 조금 엉망이고 전체적으로는 아주 훌륭하다. 중간중간 찻길을 건너는 구간에서 차량 통행을 주의해야 한다.
분명히 화창한 날인데 주변 풍경이 뿌옇다. 사실 오늘은 올해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날이다. 말도 안 되게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자전거를 탈지를 망설였지만 이미 예약해둔 숙소를 취소하긴 아까우니 예정대로 달리기로 했다.
이 폐철도 자전거길은 623번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가서 끊긴다. 애매하게 끊기고 이후 연결되는 길이 안 좋으니 623번 지방도에서 빠져나간다.
아산 폐철도 자전거길 다음은 예산의 무한천 자전거길로 갈 거다. 도고온천이 있는 도고면을 지나서 예산 방향으로 달린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21번 국도와 만나기 전에 건널목 삼거리 근처에서 잠깐 폐철길 자전거길이 또 이어지는데 그리 길지 않다. 아까의 아산 폐철도 자전거길과 제대로 연결되면 좀 더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문제는 예산이겠지... 21번 국도와 만났다. 중앙분리대가 있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끄러운 길이지만 다행히 갓길이 넉넉하다. 21번 국도는 예산읍을 둘러 지나간다.
예산읍에 들어가기 전에 신례원역 근처에서 샛길로 빠지면 무한천 자전거길로 갈 수 있다.
자전거길을 좌안으로 갈까, 우안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경로상 편한 우안으로 갔더니 제방길은 포장 상태가 안 좋다.
무한천 자전거길로 내려갔더니 길이 온통 갈라져 있다. 그런데, 갈라진 틈으로 자란 잡초들이 틈새를 메워서 달리기 좋다.
그런데, 이 자전거길은 수문만 만나면 자꾸 제방길로 올라간다. 그래도 차가 거의 안 다니는 길이니 편하게 달린다.
예산읍이 건너편에 보인다. 거의 10년 만에 온 것 같다. 예산읍내가 끝나는 곳에서 무한천 자전거길도 끝나고 둑길로 올라가야 한다.
제방길로 달린다. 이 무한천 물줄기는 예당저수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대로 예당저수지로 가면 된다.
제방길은 작은 도로와 합쳐진다. 그대로 계속 예당 저수지 방향으로 간다.
커다란 고가도로가 보인다. 당진-영덕 고속도로다.
도로 끝에 이상한 뾰족 구조물들이 보인다. 예당저수지의 수문이다.
예당저수지는 꽤 큰 저수지라 그런지 예당관광지라는 관광단지도 있다. 여기서 다음 경유지인 광시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예당호 출렁다리라는 게 보인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없던 것인데 그 사이에 생겼나 보다.
저수지길을 달리려다가 출렁다리 입구가 보인다. 다음에 언제 다시 여길 올지 기약이 없으니 온 김에 들어가 보았다. 출렁다리를 생각보다 크게 지어놨다. 앞의 용 조형물은 예당저수지에 얽힌 용의 승천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이다.
출렁다리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입구 근처에 두고 중앙탑까지만 걸어갔다 돌아오기로 한다.
중앙 탑은 그리 높아 보이진 않지만 코로나로 사람이 모이는 걸 막기 위해 통제한다고 한다. 다리를 통행하는 것은 괜찮고?
예당관광지에서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넘어가야 한다. 예전에는 2단 미니벨로인 브롬톤으로 낑낑대며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여기가 관광의 중심지인지 사람도 차도 많고 캠핑장 같은 것도 있다.
교촌리 입구인 교촌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큰길을 달려서 홍성을 지나 서산방조제로 갈 수 있다. 오늘은 여기서 광시를 지나 보령으로 간다.
예당저수지를 보면서 달린다. 오늘은 풍경에 변화를 많이 줘서 경치를 구경하면서 달리기 좋은 코스다.
달리다 보면 의좋은 형제 마을이라는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우애 깊은 형제의 이야기가 이곳 대흥면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오늘은 미세먼지도 심한데 하루 종일 강한 맞바람에 정신이 없고 체력 소모도 크다.
마을 입구에 소떼 조형물이 있다. 이런 조형물은 강원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조형물이 있다는 것은 소고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거다.
여기 광시면은 작은 정육점 몇 집이 질 좋은 한우 암소고기를 파는 것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한우타운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간단히 점심을 먹어야겠다.
길가에 정육점과 식당이 빽빽한데 우리는 고기를 구워 먹으러 온 것이 아니니 육회비빔밥을 하는 데로 가기로 한다.
삼거리에서 육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았다. 얼른 들어가서 육회비빔밥을 두 그릇 주문한다. 한우 암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육회도 맛있고 밑반찬도 좋다. 한 끼 든든하게 잘 먹었다.
이제 광시한우타운을 떠난다. 이제 다음 경유지는 보령이다.
일단은 지금까지 와 마찬가지로 무한천을 따라 계속 619번 지방도를 달리면 된다.
맞바람이 정말 심하다. 중간에 좀처럼 쉬지 않는 지니님도 맞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을 쉰다. 미세먼지에 맞바람이라니.... 지도를 보니 상해 쪽에서 오는 오염된 공기다.
이제 36번 도로로 달려야 한다. 또 중앙분리대 있는 큰 국도다. 다행인 것은 국도를 잠깐 달리다가 보령 입구에서 자전거길로 내려가면 된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대천해수욕장으로의 이정표가 생겼다. 사실 여기 산정리에서 36번 도로와 합쳐지기 전에 청천저수지 방향으로 우회로가 있는데 맞바람에 지쳐버리니 조금이라도 단축해서 가고 싶다.
36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드디어 청양을 지나 보령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 맞바람에 지쳐 중간에 쉰다. 버스정류장에서 바람을 피하면서 보니 보령머드축제 마스코트가 있다. 다 와가긴 하나보다.
시끄러운 차들과 함께 달리기 싫어 청라면 쪽으로 조금 우회했다. 지니님이 V사인을 한다. 역시 차들이 없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다시 36번 도로와 합쳐지지만 청천저수지만 지나면 자전거길로 빠질 수 있다.
창천저수지를 지나서 조금 달리다가 드디어 샛길로 빠진다.
대천천 제방길을 달리다가 자전거도로로 내려가면 이제 고생 끝이다.
보도교가 된 철교가 보인다. 여기도 기찻길이 있던 곳인가 보다. 철교 밑에서 마지막으로 쉬어간다.
점점 개천이 뻘로 변해간다. 이제 바다인가보다.
대형 마트 앞에서 자전거길은 끝나지만 대천천 자전거길이 끝나도 바닷가로 해변 자전거길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 아까 36번 국도가 보령시를 관통해서 대천 해수욕장으로 바로 가는 길이지만 우리는 서해안 바다를 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기로 가야 한다.
보령-대천해수욕장 구간의 서해안 자전거길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다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전거길에 떡하니 퍼져 있는 불법 주차 차량들만 아니었다면 정말 즐거운 곳이다.
자전거길은 대천항에서 끝난다. 오늘 차들하고 함께 달리는 도로가 많았는데 이 동네는 전체적으로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듯하다. 다양한 짓을 하는 이상한 운전자들을 계속 마주쳤다.
대천항에서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드디어 대천해수욕장이다.
드디어 대천해수욕장이다. 나는 여긴 처음 와본다. 넓은 머드광장을 지나 오늘 예약해둔 숙소에 체크인한다.
숙소에서 샤워를 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나온다. 대천 해수욕장이라 하면 머드 축제로 유명하다. 여기저기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다.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머드축제를 포기했나 보다. 2022년도 머드 축제 안내판이 눈에 띈다.
아까 버스정류장에서 봤던 녀석들이다. 재미있게 생겼다.
분명히 맑은 날인데도 미세먼지가 심하다 보니 일몰도 엉망이다. 차가운 중국 공기에 하루 종일 햇빛까지 차단되니 날이 쌀쌀하다. 오늘은 정말 미세먼지와 바람으로 힘들었다.
대천해수욕장의 머드 축제 관련 조형물들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바다와 머드축제의 특징을 잘 살린 것 같다.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간다.
여기 대천해수욕장에는 조개구이집들이 참 많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조개구이를 먹기는 싫다. 지니님이 생선구이 백반집을 찾아놓아서 생선구이를 먹으러 간다. 고등어가 실하게 나오고 뼈가 많아 짜증 나는 전어와 이 동네에서 먹는 생선이라는 못 생긴 박대가 나왔다. 박대는 얼마 전에 연예인이 먹어서 유명해졌다는데 이런 먹거리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은 이미 유명해져서 서울에서 다 먹을 수 있다. 이 박대는 비린내가 없어서 먹기 좋다는데살이 너무 없어서... 유명하지만 맛없는 생선인 전어만큼도 먹을 것이 없다. 여행에서 음식으로 모험을 하기 싫다면 서울에서도 파는 걸 먹으면 된다.
3000원을 추가하면 공기밥 대신 돌솥밥이 나오는데 비싼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공기밥이 천 원이니 이 돌솥밥 한 그릇이 4천 원이나 하는 셈인데 고슬한 밥이 생선구이와 잘 어울린다.
어쨌든, 생선구이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원래 서해안 자전거 여행을 하려 했는데 아산에서 출발해서 내륙으로 달리게 된 것은 이번 코스가 즐길거리가 많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아산의 폐철길 자전거길은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 지나갈 때 한 번쯤 즐기기 좋은 곳이다. 예당저수지에서 광시한우타운으로 이어지는 길도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중국산 맞바람이 모든 것을 망쳐놓은 하루다. 미세먼지만 아니었어도... 역시, 여행자는 중국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