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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n 11. 2021

MTB로 평창 육백마지기 한 바퀴

2021년 산악라이딩 시작

2021년 5월 22일


우리나라는 보통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 입산 통제를 한다. 그래서, 우리도 산악 라이딩은 5월 15일 이후에 시작한다. 2021년 첫 산악 라이딩을 어디에서 시작해볼까 하다가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에 가기로 하였다. 무리하지 않도록 도로로 올라가서 임도 비포장길로 내려오는 코스다.  거리는 30km 정도라 올해 첫 산악라이딩으로 몸풀기 알맞은 거리다.

육백마지기 산악 라이딩은 산 아래 마을인 미탄면 읍내에서 시작한다. 늘 다니던 대로 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출발하려 했더니 미탄면 사무소와 그 주변 건물들은 완전히 잠겨있어 아래 마을 중심의 버스 정류장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발 준비한다. 올 3월에 전체 정비를 맡겨놓은 자전거라 둘 다 아주 깨끗하다.


육백마지기까지 가는 길 찾기는 아주 쉽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로 가야 하니 청옥산길로 가면 된다. 마을 중앙 사거리에서 한 블럭 더 가면 청옥산길이 시작된다.


청옥산길로 들어서자마자 공사 중인 비포장길이 나타났다. 그래도 MTB라 문제없다.


일단 청옥산길을 쭉 따라가면 된다.


마을에서 나가면 바로 육백마지기로 가는 이정표들을 볼 수 있다. 길은 사실상 외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정표가 많으면 찾아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사실 외지인이 이 마을에 들어올 일은 육백마지기 밖에 없다.


동네 이름을 딴 창리천을 따라 슬슬 달리다 보면 개천이 끝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헤어핀 구간부터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청옥산 회동리 깨비마을을 지나가야 한다. 도깨비들이 고약한 심보를 가진 부자를 골려서 망하게 했다는 전설이 있어 깨비마을이라고 한다.


헤어핀 코너 구간에 주말 차량 정체 극심이라는 것부터 여러 플래카드들이 걸려있다. 적당한 때에 왔는지 지금은 다니는 차가 그리 많지 않다.


회동리 마을로 들어가니 마을의 마스코트 도깨비들이 보인다. 이 언덕의 이름도 수리재라 쓰여있다. 마을이라지만 산비탈 마을이라 전혀 평탄하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이다.


산속 오르막길 같지만 아직 마을 안이다.


회동2리 마을회관 앞을 지난다.


마을회관에 지도가 있다. 얼핏 보니 육백마지기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을길이 경사도 심하고 커브길이 많으니 반사경도 곳곳에 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니님이 브이 싸인을 보낸다. 지니님 뒤로 내 모습도 조그맣게 보인다.


길은 외길이나 마찬가지인데 육백마지기 이정표가 자주 등장한다.


다시 헤어핀 코스로 접어들면 회동리 마을을 벗어난다. 거의 쉴 틈 없이 계속 오르막길이다. 육백마지기에 도착할 때까지 오르막은 안 끝날 것이다. 힘들긴 하지만 사실 난 도로로 쉽게 올라가서 임도나 등산로로 신나게 내려갈 수 있는 이런 코스를 좋아한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인제 자작나무 숲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파란 녹음의 시기에 하얀 줄기가 대비되니 이쁘다.


이미 해발 800m쯤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800m쯤부터 고랭지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육백마지기의 풍력발전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풍력발전기들은 모두 해발 1,000m 이상의 산 능선을 따라 설치되어 있으니 한참 더 가야 한다.


꼬불꼬불한 언덕길은 아무리 올라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청옥산 풍력발전단지는 15기의 발전기가 넓은 간격으로 줄지어 있기 때문에 발전기 하나가 보인다고 다 온 게 아니다.


더운 날씨에 지니님보다 내가 먼저 퍼질 것 같다. 중간에 멈춰서 물을 마셨더니 지니님 혼자 저 멀리 가버린다. 풍력발전기들이 여럿 보이니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다.


9호 발전기 앞에 삼거리가 있다. 차들이 다니는 방향이 육백마지기 쪽이고 통행이 없는 쪽은 임도 입구다. 임도 입구는 차들이 오지 않으니 여기서 점심으로 싸온 김밥을 먹기로 한다.


이제 육백마지기까지 1km 정도 남았나 보다. 청옥산 등산로 안내판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비포장이라지만 일반 승용차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라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숲이 끝나니 시야가 확 트이기 시작한다. 길을 따라 양쪽으로 초원 지대가 펼쳐진다. 발전기들이 언덕 위쪽에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오르막길이 안 끝났다.


차들이 옆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피해 간다. 그 전에는 이렇게까지 차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작년 여름쯤에 육백마지기가 관광지로 개방되면서 엄청 유명해졌다고 한다. 8호 발전기가 보이는 헤어핀이 마지막 꼬불길이다.


발전기들을 따라 쭉 올라가면 드디어 해발 1200m의 육백마지기에 도착한다. 청옥산 정상 근처에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고원 평지가 있어 이를 육백마지기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매점은 없고 식당 겸 카페가 하나 있다. 넓고 평평한 고원 평지는 여전히 비닐하우스와 농지로 이용되고 있다.


갈림길에서도 발전기들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된다. 오른쪽의 네모 반듯한 건물은 발전단지의 센터 건물이다.


육백마지기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데이지 꽃밭에 도착했다. 지금은 개화 시기가 아니라서 온통 푸릇푸릇한데 7월이 되어 데이지 꽃이 피면 이 언덕 꽃밭이 온통 하얘진다고 한다. 차들이 많이 다니면 우린 더 힘들고 귀찮을 뿐이니 개화 시기 전에 잘 온 것 같다.


아직 끝이 아니다. 육백마지기에 왔으니 청옥산 정상까지 가진 않더라도 1호 발전기까지는 다녀와야겠다.


늘어선 발전기를 배경으로 달리는 기분이 꽤 괜찮다.


1호 발전기 앞에 도착했다. 여기 풍력발전기들은 높이가 80m 가까이 된다고 하니 실제로 가까이 가면 엄청나게 커서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


이제 데이지 꽃밭으로 돌아가서 구경을 좀 해야겠다.


여긴 관광객이 많으니 마스크를 하고 슬슬 내려가 본다. 계단이 아닌 비탈길도 있지만 사람들 많은 곳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건 민폐다. 자전거는 계단 입구에 세워둔다.


데이지 꽃 개화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꽃밭 자체는 별 것 없다. 포토존이라 그런지 사진 찍기 좋은 구조물들이 있다.


지니님이 교회 모양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다.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 무지개 의자도 있다. 우리와 같이 계단을 내려왔던 아이도 함께 찍었다.


여기서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주차장 쪽에 화장실이 잘 되어 있으니 잠시 들러서 재정비를 하고 출발한다.


내려갈 때는 임도로 내려가기로 했다. 다시 9호기가 있던 삼거리로 돌아가야 한다.


9호기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은근히 차가 다니니 주의해야 한다.

 

삼거리 입구에서 바로 임도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올라왔던 길보다 좁고 가파른 포장길이 평안리 쪽으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임도 입구를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오르막을 올라가는 건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내려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벌써 풍력발전기들이 언덕 위로 보인다.


꾸불꾸불한 좁은 길을 내려가다 보면 널찍한 임도 입구가 나타난다. 넓다고 해도 고속으로 내려가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니님도 지나쳐서 내려갈 뻔하다가 도움닫기를 못하고 내려서 끌고 올라간다.


이제 청옥산 임도의 시작이다. 임도는 약 10km로 그리 길지 않아 올해 첫 산악 라이딩 몸풀기에 알맞은 정도다.


뒤로 돌아보면 산 위로 풍력발전기들이 여전히 눈에 보인다.


북쪽으로 능선을 넘어가면 우리나라 최대의 임도인 가리왕산이 있다. 가리왕산 임도는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 꽉 막힌 임도가 많은데 여기는 임도 풍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지루하지 않아 좋다. 가리왕산 임도도 가본 지 오래되었는데 평창 올림픽 때문에 원시림 일부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탁 트인 임도를 달리니 이번에는 울창한 숲 속 초지가 나온다.


중간에 이정표와 평상이 있어 잠시 쉬려다가 벌레들 때문에 목만 축이고 바로 출발한다. 5월에 여기 육백마지기에 온 것도 6, 7월부터는 날벌레가 많다는 이유도 있다. 이정표를 보니 등산로로 가로질러 내려가도 미탄면 읍내까지 7.7km니 임도로 돌아가면 아직 꽤 남은 듯하다.


이제 풍력발전단지는 저 멀리 보인다. 벌써 꽤 내려왔구나.


임도길은 은근히 오르락내리락한다. 계속되는 낙타등 같은 코스 때문에 임도 자전거 타기가 운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5월이라 그런지 숲이 아주 싱그럽다. 초록 숲 속을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산악자전거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이 평안리 임도는 끝이 이상하게 막히면서 끝난다. 마지막 막다른 곳 직전에 민가로 내려가는 길이 하나 있어 미리 잘 보고 내려가야 한다.  


민가로 내려가면 계속 길이 이어지다가 포장길이 나온다. 이제 읍내까지 슬슬 달리면 된다.


읍내에 도착했다. 읍내가 매우 작으니 주차한 곳까지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다.


출발할 때 깨끗하던 자전거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산악자전거는 어쩔 수 없다. 대신 그만큼 진흙 범벅이 되어도 쉽게 고장나지 않는다.


강릉 안반데기, 태백 매봉산 풍력단지, 태기산 풍력단지, 정선 운탄고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고원 지대인 육백마지기에 다녀왔다. 해발 1200m의 고원의 모습은 10여 km에 달하는 오르막길의 수고로움을 제대로 보상해주는 멋진 풍경이었다. 평안리 임도 역시 풍경이 멋진 좋은 임도다. 2021년 산악 라이딩의 시작을 정말 멋지게 끊었다.

올해에는 로드 자전거 여행도 많이 할 예정이지만 산악자전거 코스 소개도 좀 더 해볼까 한다. 지니님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은 되도록 피할 생각이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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