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홍천의 가리산 임도를 다녀오기로 한다. 깊은 숲속이지만 품걸리와 야시대리 쪽에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임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임도에 차량 통행이 종종 있다. 홍천 화천면에서 시작하려다가 풍천리 쪽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가기로 했다. 야시대리 임도도 가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가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자차로 오는 사람이라면 홍천 야시대리 쪽에서 출발해서 야시대리 임도까지 타는 것을 추천한다.
풍천리에 적당히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가락재로를 잠깐 달리다가 장재울길로 빠진다.
장재울길로 들어가면 곧 임도로 들어가게 된다. 임도 들어가기 전에 공방입구에 자전거 공예품이 보인다.
공방을 지나면 바로 비포장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종종 갈림길이 있긴 하지만 어렵지 않은 길이다.다만, 5km 동안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것 뿐...
중간에 민가가 있어서 그런지 차들이 종종 다닌다. 민가를 지나면 이제 작업차들만 다니는 길이다.
깊은 숲속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임도길이 펼쳐진다. 홍천은 잣으로 유명한데 여기가 바로 그 잣 산지라 잣나무가 많다. 잣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5월에는 오면 안될 곳이구나.
언제까지 오르막길인지 지겨워질 무렵 앞에 삼거리가 나온다. 야시대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서 품걸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여기가 1차 꼭대기니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시골 구석의 한가한 임도들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자전거 타기 힘든 곳이 종종 있는데 이곳 임도들은 실제 차량 통행이 꽤 있는 곳이라 길이 깨끗하다.
내리막 중간에 무슨무슨 선원 간판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직진하면 품걸리 방향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지난 번에 다녀온 길이니 이번에는 야시대리 쪽으로 오른쪽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내리막길의 끝에는 깨끗한 포장도로가 나온다. 44번 국도에서야시대리를 지나 품걸리까지 이어지는 야시대로다. 거친 임도를 달리다가 잘 포장된 길을 만나니 몸이 편하다.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다보면 다리를 건너 품걸2리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수불사 표지석을 따라서 임도로 들어간다. 가리산 임도의 시작이다.
등산 표지판도 있고 등산코스 안내도와 입산통제 표지판까지 있으니 눈에 잘 띈다. 입산 통제는 11월부터 4월 초까지다.
중간의 공터에서 잠시 쉬면서 김밥을 먹기로 한다. 출발할 때 큼지막한 왕김밥 두 줄을 챙겨왔다. 슬슬 점심먹을 때니 김밥으로 열량을 보급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입구에 표지석이 있던 수불사가 나온다. 작은 절이다. 그대로 계속 직진해서 계속 임도를 올라간다.
등산 표지판에는 등산로 아님이라 되어 있다. 등산객들은 가리산 등산코스로 가고 우리는 본격적인가리산 임도의 시작이다.
가리산 임도는 가리산의 남서쪽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해가 잘 들어 가을에 오기좋다. 계속 올라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 완만해지면서 약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가리산 남쪽 봉우리의 가리산 강우관측레이더가 보인다. 사방 100km 범위 내의 눈비를 바로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한다. 임도에서 눈에 띄는 곳이지만 가리산 정상은 저 레이더에서 무쇠말재 지나 북쪽에 따로 있다.
강우관측레이더가 잘 보인다. 이제 슬슬 내려가는 타이밍인가...
최고점이 해발 700m 정도로 그리 높진 않지만 구름과 햇빛 아래에서 확 트인 임도를 달리니 하늘에 다가가는 기분이다.
임도에서 까만 개를 한 마리 만났다. 녀석은 겁이 많은지 멀찍이서도망간다. 코너를 돌 때마다 저 멀리서 뒷모습만 간간히 보인다.나름 열심히 쫓아갔는데 끝끝내 엉덩이만 보여주고 사라졌다. 지나가면서 사람은 못 보았는데 동네 개가 혼자 놀러 온 것일까...
중간에 갈림길이 있다. 야시대리 쪽으로 바로 연결되는 중간길을 새로 만든 듯하다. 우리는 원래 가려던 길로 계속 달린다.
중간에 철정리로 빠지는 작은 갈림길이 있는데 우리에게 쫓기던 까만 개는 그쪽으로 간 듯하다. 우측길로 내려가면 야시대리로 빠져나온다.
조금만 내려가면 야시대로로 나오게 된다. 지니님이 지친 듯한데 차 세워둔 곳까지 도로로 빙 둘러서 가는 것보다 아까 넘어온 임도로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른 듯하다.
아까 야시대로로 빠져나왔던 임도길로 다시 올라간다. 작은 언덕이겠거니 했는데 상승고도가 가리산 임도만큼 올라가는 길이라 쉽지 않다.
해발 700m의 언덕 정상에 올라오니 이제 고생 끝이라는 생각만 든다.
풍천리로 넘어와서 처음 출발했던 가락재로로 돌아왔다. 크게 세 번의 언덕을 넘어다녀서 그런지 오늘 꽤나 힘들었다.
아직 가을의 시작이라 선선하고 청명한 날씨 속에 깊은 숲속을 한 바퀴 돌아왔다. 사실 풍천리에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은 지난 번에도 다녀갔던 길이다.
이 근처... 상천리, 품걸리, 물로리, 야시대리 쪽은 하루이틀에 다 타기 힘들 정도로 임도와 시골길이 얽혀 있어 다양한 코스를 즐기기에 좋다.
홍천 가리산은 정선 가리왕산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엄연히 전혀 다른 산이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임도다. 정선 가리왕산은 지겨울 정도로 코스가 길고 볼 것 없는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곳인데 여기 홍천 가리산은 아기자기하면서 풍경이 좋은 곳이다. 산악 임도 라이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와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