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내에서 태기산 정상의 풍력발전기들을 보면서 조만간 저기 태기산도 다녀와야지 라고 생각한 김에 이번에 다녀왔다. 여러 코스가 있지만 지니님이 적당히 가볍게 타자고 하여 주변의 임도까지 다니지는 않고 딱 30km만 달리기로 하였다. 오르막길의 대부분은 6번 국도 옛길 포장도로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비포장길을 위주로 내려오는 쉬운 코스다. 처음에는 둔내에서 출발하려다가 좀 더 편하게 다녀오기 위해 휘닉스파크에서 출발한다.
휘닉스파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스키장이 열지 않는 지금은 매우 한산하다. 덕분에 주차나 화장실 이용이 편하다.
폐장한 휘닉스 파크에는 이용객도 거의 없고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다. 루지를 타러 온 사람들만 조금 있는데 루지 체험장 쪽으로 다 가버리니 여기는 조용하다.
출발 준비하면서 보니 지니님의 자전거 앞바퀴에 펑크가 나있었다. 일반 펑크가 아닌 공기주입구 쪽의 찢김으로 인한 펑크라 튜브가 회생 불가능이다. 얼른 튜브를 교체하고 출발한다. 오늘 코스는 아주 쉽다 일단 휘닉스파크에서 출발해서 6번 국도 쪽으로 가면 된다.
이 근처는 몇 년 전에 스키장에 온 이후로 꽤 오랜만인 느낌이다.
오늘 목표인 태기산 정상이 계속 눈에 보이니 방향 잡기도 어렵지 않다.
태기 교차로에서 둔내 방향으로 6번 국도를 달린다. 한 자릿수 국도지만 횡성 읍내를 지나서부터는 한적하고 조용한 길이라 자전거로 달리기에 나쁘지 않다.
슬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일단 6번 국도로 올라가다가 무이 교차로에서 다시 옛길로 올라가면 된다. 오늘 코스는 거리도 짧은데 길 찾기도 쉽다.
무이교차로 이정표가 나타났다. 직진하면 태기산터널로 가는 길인데 자전거는 대부분 태기산 풍력발전소 방향인 양구두미재로 다닌다.
이제부터는양구두미재까지 3.4km 오르막길이다.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차량 통행이 적어 로드바이크들도 많이들 다니는 길이다.
길가에 새끼 뱀이 방황하고 있다. 수풀로 옮겨주지 않으면 곧 죽을 텐데 사나워서 건드릴 수가 없다.
지니님이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간다.
태기산 등산로 입구 표시가 있다. 등산객들이 등산로로 태기산 정상에 바로 갈 때 이용하는 길이다.
슬슬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태기산 졸음쉼터를 지나면 잠깐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올라가야 한다.그래도 일단 양구두미재에 거의 다 왔다.
이제 해발 980m의 양구두미재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면 꽤 높은 곳이다. 로드바이크라면 여기서 고생 끝인데 MTB는 이제 시작이다.
지니님은 쉬지도 않고 바로 태기산길로 진입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기산 정상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했는데 차에다 캠핑장비를 싣고 그렇게들 태기산에 올라가서 자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임도길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버렸다. 아직 자전거 통행까지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언제 막힐지 모르겠다.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비포장길과 포장길이 섞여 있고 경사도 은근히 있는데 지니님이 잘 올라간다.
이번 장마에 물골이 깊게 파인 곳이 있지만 올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망가진 포장길과 비포장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경사가 급한 편인데도 지니님은 오늘따라 유난히 잘 올라간다.
풍력발전 6호기에서 거의 정상에 올라온 듯한 느낌이 난다. 작은 풍력발전기들도 보인다.
작은 풍력발전기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길 끝이 내리막이다. 정상이 코 앞인 줄 알았는데 다시 내려갔다가 정상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
내리막길로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왜 길을 이렇게 만들었지...
국가생태탐방로 표시가 나오면 잠시 후에 다시 오르막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완전히 비포장길이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정도의 비포장이라 차들이 많이 올라다니던 길인데 차량이 통제되었으니 MTB가 다니기엔 아주 좋은 길이 되었다.
풍력단지 맨 위에는 소 모형이 있는 두 갈래길이 있고 북쪽 갈래길에 9기의 풍력발전기들이 있는데 그쪽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다. 총 20기의 발전기 중에 거의 절반을 못 가는 셈이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제 조금만 올라가면 태기산 정상이다.
드디어 태기산 정상에 도착했다. 좀 더 가면 진짜 정상인데 군부대가 있어 출입금지고 조금 아래인 여기 전망대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해발 1260m 태기산 정상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요기부터 하기로 했다. 근처에 데크길로 들어가면 숲 속에 쉴만한 공간이 있다.
사슴과 호랑이 상이 있는데 근처에 등산객들 한 무리가 시끌시끌하다. 아줌마 목소리가 온 산을 울린다. 목소리 큰 사람들은 자기가 말하는 것 자체가 민폐인 것을 잘 모른다.
등산객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데크에서 가지고 온 점심을 풀었다. 김밥과 음료수 뿐인 간단한 점심이지만 맛있는 김밥집에서 사 온 거라 참 맛있다.
양치식물이 많은 곳이다. 소나무 숲 그늘에 고사리들이 빼곡하게 자라니 볼만한 숲이다. 여기 데크가 야영하는 사람들한테 인기 있는 장소라 그런지 데크 주변 숲 여기저기에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무분별한 야영객들 때문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지경이라면 곧 야영도 본격적으로 단속할 듯하다.
점심도 먹었으니 전망대에서 잠시 풍경을 감상한다. 멀리 횡성 읍내와 어답산도 보인다. 생각보다 경치가 썩 좋지는 않다.
이제 올라왔던 길로 양구두미재까지 돌아가야 한다.
비포장길이지만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아서 그런지 지니님이 잘 내려간다.
아까 잠깐 내려갔다 올라왔던 구간을 또 내려갔다 올라간다. 가파르게 느껴졌는데 막상 다시 올라가려니 생각보다 완만하다.
양구두미재로 돌아왔다. 양구두미재에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태기산에 가는 사람들이 주차하고 출발하는 곳이라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노점도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았는데 모두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다.
양구두미재 정상에는 경찰전적비도 있다. 해방 후에 남파된 태기산, 치악산 일대의 무장공비들과 교전하다 숨진 경찰들을 기리는 비석이라 한다.
여기서 휘닉스파크까지 올라왔던 포장도로로 그냥 돌아가면 재미없다. MTB로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가능하면 더 재미있는 길을 내려가야 한다. 여기에서 둔내 쪽으로 내려가면 청태산으로 가는 임도가 있기는 한데 오늘은 가볍게 편하게 달리고 싶다.
양구두미재 정상 바로 아래에 면온IC로 가는 샛길이 있다.
시멘트 포장길과 비포장길이 적절히 섞여있는 길인데 길이 조금 거칠고 물결이 파여 있어 로드바이크로 가기엔 안 좋은 길이지만 산악자전거로는 아주 쉬운 길이다.
길 옆으로 배추밭도 있다. 조용한 산골 소로를 느긋하게 내려간다.
잔디밭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잔디를 양생해서 판매하는 잔디밭인 듯하다.
이 소로의 끝은 면온IC 직전의 진조리로 나오게 된다.
면온IC에서 차를 세워둔 휘닉스파크까지는 약한 오르막길인데 지니님이 지쳐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이렇게 30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산악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왔다. 겨우 30km 밖에 안 되지만 지니님은 마지막에 완전히 지쳤다. 오르막길에서 충분히 중간 휴식을 취하지 않은 데다가 내리막길에서도 은근히 체력을 쓰게 되니 긴 오르막길과 긴 내리막길을 끝내고 나서 완전히 방전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꼭대기의 풍력발전기가 있는 풍경으로 유명한 곳 중에 하나인 태기산을 다녀왔다. 올해 꼭 가고자 했던 위시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태기산을 이렇게 다녀왔다.다음에도 강원도 쪽의 가벼운 임도를 골라 다녀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