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Sep 07. 2020

둔내에서 평창 자전거 한 바퀴

2020년 8월 29일


지난주에 횡성에서 둔내를 달려보니 해발 500m 이상인 둔내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겨울에 당일치기 스키장 왕복도 했던 곳인 만큼 접근성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둔내에서 시원하게 자전거를 한 바퀴 간단히 타고자 이번에는 둔내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달다. 둔내의 북쪽은 6번 국도가 태기산으로 이어지고 동쪽은 청태산으로 이어진다. 태기산은 나중에 MTB로 다녀올 생각이니 오늘은 로드바이크로 둔내의 동쪽을 70km 정도 달려본다.

GPX 파일 다운로드 및 코스 정보는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m/4



출발은 둔내면사무소에서 시작한다. 화장실 쓰기도 좋고 이런저런 편의시설 있다.


읍내를 동쪽으로 벗어나면 언덕 위에 KTX 둔내역이 보인다.


처음에는 청태산을 넘어야 하니 동쪽의 로터리에서 청태산로 방향으로 간다.


로터리에서 나오자마자 약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표지가 곳곳에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강원도 내륙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는 이런 풍경이 좋다.


길가에는 여름 코스모스가 피어난다.


강원도는 요즘 도로 공사를 하는 곳이 너무 많다. 평창 올림픽 직전에는 대규모로 도로 공사하는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도로 가의 딱 자전거가 가는 위치에만 공사해놓고 임시포장을 덮어서 자전거 타기에 너무 불편한 곳이 많다. 그나마 오늘은 공사 구간이 대부분 반대편이라 다행이다.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옆길로 올라간다.


영동고속도로를 넘어서 조금 더 올라가니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당연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임시 휴장 중이다.  덕분인지 통행하는 차들이 더욱 적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을 배경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정말 숲이 우거지고 숲 향기가 뿜뿜한 곳이다. 나중에 쉬고 싶을 때 한 번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깊은 숲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얼른 나무 밑에 피신하니 비가 퍼붓는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벌써 퍼붓는다. 비구름이 시커먼 것이 심상치 않다.


잠시 기다리니 비가 멈췄다. 다시 출발하는데 또 쏟아지진 않겠지?


이 청태산로 꼭대기에는 영동1터널이 있다.


국립숲체원을 지날 때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시, 나무 밑으로 피신... 이번엔 꽤 오래 내린다.


비가 그쳐도 영 불안하다. 여기서 중단하고 되돌아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 고집으로 강행한다.


영동1터널을 통과한다. 우회 옛길이 없는 터널인데 위치상 차량 통행이 적으니 부담 없이 넘어간다.


이제 횡성에서 평창으로 넘어왔다. 이쪽은 비가 적게 온 듯하고 부분적으로 비가 안 온 곳도 있다.


여전히 영동고속도로 옆을 따라 달린다.  깊은 숲에서 마시는 맑은 공기와 고속도로 매연이 섞여도 서울 공기보단 낫겠지.


영동고속도로 면온IC 부근이다. 여기서 이정표를 따라서 평창 쪽으로 가면 된다. 일단은 장평 방향으로 가되 평창강의 상류 방향인 장평으로 가면 안 된다.


장평 쪽으로는 어마어마한 먹구름이 가득하다. 다행히 우리는 저쪽으로 가지 않는다.


이제 평창강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평창강으로 흘러드는 서문동천을 따라가면 된다.


KTX 철길과 영동고속도로의 아래를 지나 계속 개천을 따라 유포리로 간다.


여기는 비는 안 오는데 이미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구간이 있다. 내리막길이라 속도가 붙어서 이대로 달리면 등이 몽땅 젖을 것 같다.


유포리에서 낮은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이제 당분간 내리막길이다. 포리아(euphoria; 행복감)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유포리, 여기서부터 내리막이니 당분간 행복할 것이다.


평창강과 만나면 이제 평창 방향으로 달린다. 내리막길인데 깊은 산속으로 금당 계곡까지 끼고도는 곳이라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이제 쭉 내리막길을 즐기자. 속도를 내서 마음껏 달리는 것도 괜찮지만 뻥 뚫린 계곡과 맑은 공기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달리기 좋은 곳이다.


이제 평창군 대화면이다. 대화면 읍내는 장평 쪽으로 다른 방향에 있어 방림면까지 가야 쉴만한 곳이 있다.


계속 달리다 보니 동네 입구에 장승들이 늘어서 있다. 예전부터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던 장승은 낡고 기운이 쇠하면 교체하곤 했는데 여기는 이전 장승들도 그대로 세워 놓았다.


봉황 마을이라는 동네 입구를 지난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마을 입구의 우뚝 솟은 바위에서 자라난 소나무가 멋스럽다.


굽이굽이 평창강을 따라 달린다.


슬슬 식당들이 보인다. 여기는 안미라는 곳으로 31번 국도를 사이로 상안미리와 하안미리로 나뉜다. 여기서부터 방림면 읍내까지 식사할만한 식당이 여럿 있으니 이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31번 국도를 만나면 평창 방림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안미리는 예전에 가리왕산 임도를 타러 온 적이 있다. 가리왕산은 도로에 끊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우리나라 최장 임도 구간 중 하나로 원점 회귀하려면 산속을 하루 종일 달려야 하는 지긋지긋한 곳이다.


31번 국도는 평창 방림 방향으로 길이 새로 깨끗하게 깔려있다.


방림 농공단지 앞에서 31번 국도는 오르막길이 되고 우리는 평창강을 따라서 방림면 읍내 방향으로 간다.


강원도에서 점심으로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막국수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여기서 막국수를 한 그릇 먹고 간다. 봉평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밀국수 느낌의 막국수를 기대했는데 왠지 냉면에 가까운 느낌의 막국수가 나왔다. 막국수라는 게 동네마다 집집마다 다른 음식이긴 하지만 좀 실망이다.


방림삼거리에서 42번 국도를 따라간다. 계속 가면 안흥면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는 중간에 둔내 가는 길로 빠져야 한다.


방림면 읍내를 그대로 지나친다. 편의점도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림면사무소에서 계속 뇌운계곡 쪽으로 평창강을 따라 영월까지 가는 코스도 아주 좋은 자전거 여행 코스다.

https://brunch.co.kr/@skumac/35

영월로 가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차를 주차해둔 둔내로 원점 회귀해야 한다.


멋다리삼거리에서 420번 지방도를 따라 성우리조트 쪽으로 가야 하는데 깜빡하고 지나쳤다. 나중에 계촌에서 샛길로 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싶다.


유포리에서 방림면 입구까지 내리막길이었는데 방림면 읍내부터 다시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자잘한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대신 두 개의 커다란 고개를 넘는 코스다.


길 옆 과수원에서는 한참 사과가 익어간다.


계촌은 이 산골짜기 치고는 꽤 큰 마을이라 보급할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린 아직 쉴 때가 아니다.


오르막길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니 그리 덥지 않게 달릴 수 있다.


불이 난 듯한 엄청난 연기가 깔린 곳이 있다. 근처에 가보니 계곡에서 고기 구워 먹느라고 피운 연기다.


언덕이 생각보다 길다. 아무리 달려도 정상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평창 보타닉 가든이라는 곳이 보인다. 개인이 꾸민 정원 같은 으로 카페나 식물원이 있고 한다.


이제 정상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쉬어갈까 했는데 마땅한 나무 그늘도 없는 데다가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지니님은 계속 달린다.


정상에 가까워진다. 성우리조트... 이제는 웰리힐리로 이름을 바꾼 스키장의 가장 높은 곳인 술이봉 근처다.


해발 850m 성목재를 이렇게 넘어간다.


이제 여기서부터 횡성군 둔내면이다.


비는 그쳤는데 이미 도로가 젖어 있으니 내리막길을 조심해서 내려간다. 뒷바퀴에 튀어 오른 물줄기로 등이 축축해진다. 오늘은 처음과 끝을 비가 장식하는구나.


둔내 읍내로 돌아왔다. 오늘은 비를 좀 맞긴 했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잘 탄 것 같다.


둔내면사무소에 돌아왔다. 출발할 때 봐 둔 청소용 에어건으로 비에 엉망이 된 자전거를 대충 청소해준다.


청태산과 성목재인 큰 오르막길 두 개를 넘는 무난한 코스다. 강원도 내륙의 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우니 당일치기로 와볼 만한 곳이다. 전체적으로 차량 통행도 적어서 좋다. 대신 교통이 불편하여 위급 상황 발생 시에 대처가 힘들어 비가 많이 내리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이제 둔내 근처를 자전거로 다니는 건 6번 국도 옛길의 태기산이 남았다. 태기산은 풍력단지 쪽에 비포장길이 있으니 나중에 MTB로 다녀와야겠다.


올해는 해외로 장거리 여행을 못 나가게 되니 장거리 여행에 맞춘 힘든 장거리 여행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하루 주행 거리나 오르막길 난이도는 줄어들어 그만큼 초보자들도 다닐 수 있을 만한 곳으로 다니고 있다. 사람으로 바글바글한 도심 속 자전거길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다니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취미활동이 아닐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둔둔 둔내 횡성 자전거 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