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듯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진다. 이번에도 그리 길지 않은 코스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강원도가 전체적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여름에 비교적 시원한 편이지만 그중에서 해발고도가 낮은 영월, 원주, 횡성은 그리 시원한 편은 아니다. 강원도에서 여름 기온이 낮은 곳은 대부분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이며 스키장이 있다. 오늘은 그런 곳 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인 둔내를 찾아가기로 한다.
둔내에서 출발해서 한 바퀴 돌면 좋겠지만 둔내 동쪽에 청옥산과 태기산이 있어 조금 부담스럽다. 그래서 횡성에서 출발해서 둔내에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다. 70km 정도인데다가 큰 오르막길은 하나라고 할 수 있어 그리 부담없는 코스다.
횡성 종합 운동장에서 출발한다. 야외 화장실도 있고 주차장도 있고 자전거길에서 가까우니 출발 장소로 딱이다.
일단 횡성 읍내를 동쪽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3.1 운동 기념비가 있는 3.1공원을 지나간다. 3.1공원은 횡성군청의 뒷동산이다.공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횡성도 3.1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한다.
횡성 읍내 중심에는 로터리가 7개나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로터리인 횡성오거리에서 둔내 방향으로 간다.횡성 읍내에 처음 오면 계속되는 로터리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교차로 신호가 없으니 편할 수도 있지만 횡단보도에 보행자도 은근히 다니니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6번 국도에 올라왔다. 차들이 많지는 않은데 도로가 뻥 뚫려 있으니 고속으로 질주한다.
도로에 농기계까지 지나간다.
오토바이들도 엄청 지나간다. 시끄러우니 머릿속까지 울린다.
계속 6번 국도만 따라 가면 둔내로 바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우천면 쪽으로 빠져서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6번 국도를 계속 따라 가면 1차선의 국도 같지 않은 좁은 길로 바뀐다.
우천면으로 442번 도로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오토바이들도 이쪽으로 같이 달린다. 어우 시끄러워...
우천파출소에서 사잇길로 빠지면 대미원천이라는 개천을 따라 한적한 길로 달릴 수 있다. 길이 깔끔하니 달리기에 나쁘지 않다.
대미원천의 좌안 쪽 길은 끝에서 막히기 때문에 적당할 때 건너가야 한다.
길을 건너도 계속 포장길이 이어진다.
굴다리 밑으로 지나가게 되면 좁은 길을 벗어나 윗길로 올라가야 한다.이 좁은 마을길은 결국 마을 끝에서 끊기기 때문에 여기서 나가야 한다.
조금 달리면 바로 왼쪽으로 유턴하듯이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제 이 봉화로를 따라가면 된다. 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멀리 높은 고가도로가 보인다. 횡성휴게소로 올라가는 영동고속도로다.
우리도 횡성휴게소까지 올라가야 한다. 저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높이까지 함께 올라가면서 해발 560m까지 꾸준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영동고속도로와 점점 가까워진다. 가까워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함께 달리게 된다.
해발 560m 언덕 정상에 도착한다.
이제 내리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간다.
횡성 휴게소까지 1km 남았다고 한다. 영동고속도로 표지판이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언덕 중간에 안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안흥은 찐빵으로 유명한 곳인데 오늘은 안흥면 읍내로 가지는 않는다.
이제 진짜 언덕 종상이다 해발 560m 정도 되니 시원하다.
바로 옆으로 횡성 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에는 보통 차들은 출입을 못하면서 보행자가 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보행자 통로 말고도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차량을 세워두는 주차장이나 공터도 있는데 횡성휴게소는 직원 차량 출입구가 본 건물에서 좀 멀다. 보행자 통로로 잠시 휴게소에 들러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어간다.
휴게소의 편의점은 얼음컵도 안 팔면서 냉장고까지 고장이라 음료수가 미지근하다. 목만 축이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둔내 읍내까지는 거의 내리막이다.
예전에 버스로 이동한 후 횡성 휴게소에서 내려 주천강을 달려 영월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덕천분교 앞 삼거리에서 주천강 방향으로 간 후에 강을 따라 영월까지 달렸다.
둔내에서 411번 도로를 따라 가면 주천강길을 따라갈 수 있다. 우리는 둔내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둔방교차로에서 청태산 방향으로 가면 둔내면사무소 근처로 바로 갈 수 있다.
둔내KTX 역 앞에서 둔내 읍내로 들어간다.
강원도에서 가장 무난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막국수다. 둔내면사무소 앞의 막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비빔막국수를 한 그릇 먹으니 시원하다. 막국수, 감자떡, 찐빵 모두 쌀이 귀한 강원도에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강원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조그만 둔내 읍내를 슬슬 구경하면서 걸어간다. 겨울에 스키장에 가려고 들르긴 했는데 이렇게 여름에 둘러보긴 처음이다.
다시 6번 국도를 따라 둔내를 벗어난다.
멀리 태기산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여기 둔내도 해발 400m 정도라 시원하다. 6번 국도지만 차량 통행이 적고 갓길이 엄청 넓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가 좋다. 전동휠체어가 보급되면서 노인들이 많은 시골에 전동휠체어가 다니기 좋은 도로가 점점 생기는데 여기도 그런 곳인가 보다.
자동차를 횡성에 세워두었으니 다시 횡성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왔던 길을 돌아가긴 싫다. 주막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갑천면을 경유해서 횡성으로 가는 420번 도로를 따라간다.
점심 먹고 오후에도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오늘 최대 해발 높이가 600m가 조금 넘긴 하지만 이미 둔내가 해발 400m 정도이기 때문에 그리 높이 올라가진 않는다.
넘은재라는 고개 꼭대기에 도착했다. 버스 종점 표지판이 있다.
이제 당분간 내리막이다. 쭉쭉 내려간다. 해발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는데 날은 맑아지고 기온도 그만큼 올라가서 더워진다.
강원도 내륙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요즘 강원도 여기저기에 공사를 벌여 도로에 임시 포장인 곳이 너무 많다. 자전거로는 이런 임시포장이 너무 불편하다.
건두재라는 작은 고개를 한 번 더 넘으면 갑천면이다.
횡성으로 편하게 가려면 갑천면사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쉴만한 곳은 갑천면 읍내에 있다. 읍내 편의점에서 잠시 쉬다 가기로 한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충분히 쉰 후에 다시 돌아 나와서 삼거리 쪽으로 간다. 횡성호 쪽으로 19번 도로를 따라 횡성으로 가도 되지만 더운 햇빛 아래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길로 낙타 등 같은 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삼거현을 넘어가면 이제 오늘의 힘든 구간은 모두 끝나는 셈이다.
삼거저수지를 지나서 은근한 내리막을 계속 내려간다. 이 길은 2~3년에 한 번은 지나는 것 같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한 만큼 축사가 많고 심한 냄새가 나는 곳도 많다. 땅이 넓은 외국의 방목식 사육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좁은 나라라 어쩔 수 없이 소를 축사에 가둬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관대교를 건너서부터는 섬강 자전거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이 로터리를 공근면 쪽으로 우회전하면 섬강을 건너기 전에 섬강 자전거길 입구가 있는데 그냥 지나쳐서 횡성 쪽으로 직진했다.
로터리에서 조금 더 달리면 자전거길 입구 표시가 있으니 이쪽으로 들어가도 된다.
오랜만의 섬강 자전거길이다. 이제 자전거길을 쭉 따라가면 차를 주차해둔 횡성 운동장까지 바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피할 수도 없는 진흙탕 구덩이가 생겨있다.
나는 조심조심 서행으로 건넜는데 지니님은 자전거에서 내려 살살 끌고 걸어온다. 진흙탕에서 지체하고 있는데 뒤에 오던 자동차가 친절하게 기다려 주었다. 그 사이에 내가 달려가서 지니님 자전거를 받아서 얼른 건너왔다.
진흙탕에 자전거가 엉망이 되었다.
이제 편하게 달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읍내 입구에서 공사로 자전거길이 끊겼다. 다행히 여기서 횡성운동장까지는 겨우 500m 남짓이다.
횡성 운동장에 금방 도착했다. 오늘도 적당히 잘 탄 것 같다.
둔내부터는 고지대라는 것을 한껏 느낀 하루였다. 장마가 끝나고 슬슬 무더워지는데 예전만큼 덥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한낮에 자전거를 타기엔 만만찮은 기온과 습도다. 해발 100m 대의 횡성에서 600m의 횡성 휴게소로 올라가니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자전거 타기 좋은 시원한 날씨가 된다.
둔내에는 스키장이 있어 예전에 왔었지만 자전거를 타러 온 적은 처음이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태기산과 청태산이 버티고 있고 횡성 쪽으로는 고도차가 있어 자전거 타기에는 애매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차량 통행도 많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코스였다. 광주 원주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좋아져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