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MTB를 탄다. 서울에서 가까운 편인 경기도 양평은 예전부터 비교적 낮은 산에 임도가 잔뜩 발달되어 있어 수도권에서 MTB를 타러 오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번에는 양평의 많은 임도 코스 중에 비교적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나름 알려져 있는 신론 임도로 간다. 양평과 홍천의 경계 직전에 있는 신론 임도는 신론리에 있어서 이렇게 부르는데 정확히는 갈기산 자락의 갈기산 임도와 하나산의 하나산 임도가 신론리는 끼고도는 두 코스를 합친 것이다.
44번 국도가 지나가는 곳이라 근처에 휴게소가 많다. 삼성2리 마을 어귀의 공터에 주차하였는데 이 코스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근처의 차차차 휴게소에 주차하는 편이 낭비 없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후딱 준비하고 출발한다. 마을길로 가다가 44번 국도를 잠깐 따라가야 한다. 마을 입구인 삼성교차로에서 44번 국도로 들어가면 된다.
44번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오토바이 한 대가 경적을 울려대면서 1,2차선을 지그재그로 질주한다. 원래부터 44번 국도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유난히 미쳐 날뛰는 곳이다.
또한, 44번 국도는 양평에서 속초로 가는 대표적인 국도라 단체로 속초 가는 자전거 동호인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 부대가 뒤엉겨서 혼란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위험하면서 재미없는 양평-인제 구간을 가급적이면 피해 다닌다. 오늘은 임도 위주라 44번 국도는 채 1km도 달리지 않는다. 아까 얘기한 차차차 휴게소에서 출발하면 44번 국도는 거의 200m도 이용하지 않게 된다.
로드 자전거 한 부대가 느릿느릿 달리는 우리를 추월해 지나가지만 아마도 속초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왜 유행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양평-속초 코스는 나에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재미없는 자전거 코스 베스트 3 중 하나다. 우리는 MTB라 가야 할 길이 다르다. 차차차 휴게소 바로 건너편에 임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입구부터 바로 시작되는 비포장길을 올라가면 갈기산 등산 안내도와 바리케이드가 나온다.
이제 갈기산 임도가 시작되었다. 무난하고 어렵지 않은 임도다.
이 갈기산 임도는 갈기산의 남측에 있어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구간이 많은데 마침 오늘 날씨가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에 맑아진다니 시원한 오전에 여기를 달리는 걸로 결정했다.
시작부터 임도 주변에 뱀딸기가 많이 보인다. 원래 이 시기에는 산딸기도 많이 열려야 하는데 어째 뱀딸기만 보인다.
갈기산 능선으로 고압 송전선이 지나간다. 저런 송전선들이 있으면 이를 유지보수를 위한 임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임도는 갈기산 임도의 중간에서 갈라진다.
임도 중간에 콘크리트 포장길이 있다. 마침 개 한 마리가 주인과 함께 그 포장길에서 비포장길 방향으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
여기 삼거리에서 송전선 보수용 임도와 갈기산을 따라가는 임도가 갈라진다. 갈기산 쪽 임도는 비포장이기에 그냥 지나쳐서 포장이 잘 되어 있는 길을 따라가기 십상인 곳이다.
아까 먼저 가던 개를 만났다. 덩치가 좀 큰 녀석인데 주인아저씨보다 한참 앞서 가다가 아저씨를 추월해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당황해서 오도 가도 못한다. 조금 험상궂게 생긴 녀석이지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게 귀엽다.
구불구불한 임도길을 따라 달린다. 송전 라인이 보이는 것은 전부 갈기산 줄기일 것이다.
갈기산 임도는 두 번 크게 오르내리는 형태의 임도다. 한번 완만하게 올라갔다가 완만하게 내려가고 다시 한 번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길이 계속되다가 길게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갈기산 임도는 오늘 가는 세 구간의 임도 중에서는 노면이 가장 거친 곳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서 초보자에게도 적합한 곳이다.
길 여기저기에 파란 붓꽃이 피었다. 임도는 울창한 산속에서 키 작은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니 야생 꽃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갈기산 임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해발 고도 420m 정도인 지점이다. 스포츠음료를 얼려놓으면 녹으면서 슬러쉬같이 되는데 이게 더운 날에는 별미다.
이제 신론1리까지 내리막길을 쭉 내려간다.
신론1리 쪽의 출구 바리케이드에 도착했는데 근처에 개집이 몇 있어서 낯선 우리들을 보고 짖어댄다. 임도 입구 길이라서 국유지일 것 같은데 개들을 여기저기 묶어놓아서 사유지 같은 느낌이다.
하나산 임도로 가려면 일단 마을길을 따라 쭉 내려가야 한다. 길이 깨끗하게 잘 꾸며져 있다.
이정표 있는 삼거리에서 도원리로 가야 다음 코스인 하나산 임도 방향이다. 우리가 나온 방향이 홍천 가는 길로 표시되어 있다. 그 시골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홍천군 남면으로 연결되니 어쨌든 홍천 방향이 맞긴 하다.
도원리 마을회관 앞에서 우회전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도원리 도원계곡이다.물이 맑고 시원해 보인다.
계곡 상류 쪽에 큰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을 지나고 펜션도 몇 개 지나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있다. 여기가 하나산 임도 입구다.
하나산 임도 쪽은 갈기산 임도와 반대로 산 덩어리의 북측 사면에 있는 임도다. 북측 사면 임도는 전날 비가 오면 금방 마르지 않아서 물웅덩이가 오래 남아있게 되는데 그만큼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라 더운 날에도 시원한 편이다. 이제 오후라 슬슬 날이 개일 테니 조금이라도 그늘이 많은 방향으로 임도를 달린다.
조금 달리다 보니 숲 속에서 장승들을 만났다. 지하여장군은 다 망가져버렸다. 여기 장승들이 있는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민가가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올라가면 역시 임도 입구의 표시라 할 수 있는 바리케이드가 있다. 하나산 임도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나산 임도도 갈기산 임도와 마찬가지로 두 번의 큰 오르막이 있는 형태인데 갈기산 임도보다 오르막의 높이가 낮고 경사도도 완만하여 더욱 쉽게 달릴 수 있는 임도다.
노면 역시 갈기산 임도보다 훨씬 부드럽고 깨끗하다.
그래도 오래된 숲 속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묵은 이끼로 덮인 바위들도 곳곳에 보인다.
역시 오후가 되니 날이 맑아지면서 햇볕이 강해진다. 그래도 북측 임도라 햇빛이 강한 구간이 많지는 않다.
비탈길에 바위가 무너진 곳도 있다. 임도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내가 달리고 있는데 절벽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진 적은 없다. 두더지가 굴러 떨어진 적은 한 번 있다.
인터넷 지도를 보면 화채봉이라는 것 외에 이 산의 이름이 없는데 하나산이라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갈기산 임도와 합쳐서 신론 임도 혹은 신론리 임도라 불렀는데 이렇게 이정표가 만들어져 있으니 하나산 임도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그리 어렵지 않고 나무 그늘로 시원한 임도를 달린다.
우연하게도 사진을 찍다가 풀줄기에 벌레가 붙은 것도 함께 찍혔다.
하나산 쉼터라는 곳도 지나간다. 여기서 쉬어가도 될 것 같지만...
이제 한참 오후라 그런지 본격적으로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산그늘과 햇빛이 어우러지니 싱그러운 초록색이 살아난다.
나무가 무성한 곳이다 보니 시야가 많이 차단되는데 가끔 시야가 트일 때마다 아까 지나온 갈기산이 보인다.
햇빛에 현란하게 피어오르는 연두색은 정말 몽환적이다. 요즘 사진 찍는 사람들은 후보정이 필수라고 하지만 여행기 하나에 한꺼번에 수십 장 이상의 사진을 올리는 나는 사진에 거의 손을 대지 않으니 이는 햇빛이 만든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노면이 깨끗해서 달리기 좋았던 하나산 임도도 바리케이드를 지나서 끝났다.
임도 끝에서 도로로 나오니 커다란 캠핑장 중간이다. 인터넷 지도에서는 양평맑은숲캠프MTB도로라고 표시되는 곳이다. 양평군에서도 군내 임도가 MTB를 타기에 알맞은 것을 알고 있어 양평군에서 단월면 일대에 MTB 코스를 만들고 관련 대회도 진행하고 있어 유독 MTB 도로 표시가 여기저기 보인다.
캠핑장 길로 쭉 따라 나가면 다대1리로 가게 된다.
여기서 슬슬 점심을 먹고 오후에 임도 한 코스를 더 타기로 한다. 날씨도 너무 좋고 앞의 두 구간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으니 한 코스를 더 타야 할 것 같다. 다대 휴게소 맞은편에 식당이 있으니 먹고 가기로 한다. 개천 다리를 건너면 다대 휴게소 쪽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여기 말고도이 근처는 두부 요릿집들이 많다.
아무렇게나 잡은 허름해 보이는 식당이지만 먹을만하다. 지니님이 좋아하는 돌솥밥에 여러 반찬들로 배부르게 먹는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든든하게 먹고 다시 출발한다. 여차하면 두 코스만 타고 집에 갈 생각으로 이 마을에 주차를 한 것인데 한 코스를 더 달리기로 했으니 마을 안쪽으로 달린다.
개천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왼쪽에 임도 입구 바리케이드가 바로 보인다.
이번 임도는 클린턴 임도다. 쌩뚱맞게 무슨 임도 이름이 이런가 싶은데 예전에 근처에 클린턴 휴게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네 이름대로 삼성리 임도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여러 모로 하나산 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쉬운 임도라는 뜻이다.
북측 사면이라 시원한 임도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능선길을 따라 단월명성터널 위를 지나 비솔고개 아래로 이어지는 긴 코스를 탈 수 있는데 오늘은 클린턴 임도만 탈 것이니 동쪽으로 간다.
임도 삼거리부터는 한 동안 큰 오르막길 없이 평이한 길을 달린다.
클린턴 임도는 임도 삼거리까지 오르막길, 임도삼거리부터 완만한 코스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수십 미터 정도 짧은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늘의 마지막 오르막길이 끝나면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고개 정상의 바로 아래에 송전탑 유지보수용 임도로 갈라지는 길이 있지만 내려가는 방향으로 그대로 내려가면 된다.
클린턴 임도의 끝에서 차차차 휴게소 위쪽의 44번 국도로 내려가게 된다.
44번 국도에서 차들과 잠깐 달려야 하지만 내리막길이라서 힘은 들지 않는다.
아침에 출발했던 삼성리 입구 교차로에서 삼성리로 들어가면 끝이다.
신론리의 갈기산 하나산 임도는 깨끗한 노면과 적당한 경사도로 초보자들이 달리기 좋은 임도다. 다만, 자기 차량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오는 경우에는 보통 용문까지 전철을 타고 와서 도로로 왕복 40km 정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다. 임도 30km를 달리려고 도로를 40km나 타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임도 코스 출입부 근처는 44번 국도에서 오토바이나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게 산을 울리기 때문에 시끄럽지만 숲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내 조용해진다.
오늘은 순환형 임도 코스에서 날씨에 맞춰서 최대한 햇빛을 맞지 않게 달려보았다.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는 산의 북측 사면으로 나서 최대한 그늘이 지는 울창한 임도를 가장 더운 시간에 달리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서늘해지는 늦가을에는 남측 사면에 만들어놓은 임도를 타는 것이다. 이렇게 산그늘이 지는 임도는 날씨를 고려하면 더욱 즐거운 산악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