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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8. 2022

공주-아산 자전거 여행  

고속버스 환승센터를 이용한 자전거 여행

2021년 9월 11일 공주-아산


지니님과 자전거를 타고 짬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짬뽕집이 공주에 있다. 아산에서 공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를 예전부터 생각해두긴 했는데 어떤 식으로 가든 100km가 넘는다. 한 동안 자전거를 안 탔으니 주행 거리를 좀 줄이고 싶다. 그렇다고 공주에서 출발해서 바로 아산으로 가는 것은 또 너무 짧은 듯하다. 마침 중간 즈음에 고속버스 환승이 가능한 정안알밤 휴게소가 있으니 여기서 출발하기로 한다. 그러면 전체 거리가 80km 정도니 적당하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54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버스 전용차선을 빠르게 달려 정안알밤 휴게소에 내렸다.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해서 출발 준비를 한다. 휴게소 건물 끝 쪽에 외부인 출입 금지 표지가 있는 곳이 휴게소를 빠져나가는 통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과 물자 수송을 위한 뒷길이 존재한다. 오늘 자전거 여행은 이 휴게소 뒷길에서 시작한다.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지만 휴게소의 중요 설비나 관리시설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 그냥 단순한 통로다. 통로를 지나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우리 같이 이런 데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좀처럼 드물기 때문인지 일하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이제 출발이다. 정안 알밤 휴게소라는 이름답게 길 옆에 커다란 밤송이들이 열려있다.


반대편의 천변길로 가려면 굴다리로 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


고속도로 옆으로 23번 국도가 있는데 이 역시 중앙분리대가 있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길이다. 가능하면 이런 차 많은 길로 자전거 타는 건 피하고 싶다. 도로 바로 옆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샛길이 있으니 차들과 함께 달리지 않아도 된다.


샛길로 가다가 미리 봐 둔 지점에서 국도를 빠져나간다. 지니님은 내가 위험한 길로는 어지간해선 가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니 불안감 없이 달린다.


샛길은 깔끔하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석송리 석송초등학교쯤에서 정안천을 건너지 않으면 샛길이 끊긴다. 이런 부분은 코스를 미리 조사해서 아는 것이다. 여기서 정안천을 건너 북계리에서 정안천을 따라가면 된다.


정안천 길은 우리가 자주 다니는 스타일의 콘크리트 천변길이다. 강 건너 국도는 정신없지만 여기는 차 한 대 없이 한가하다.


이 한가함도 잠시... 다시 다리를 만나자마자 돌아나가야 한다. 이쪽 방향도 곧 길이 끊긴다.


23번 국도와 만나기 직전에 다시 샛길을 따라간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어린이집 옆으로 농로가 계속 이어진다.


잠깐이지만 이렇게 좋은 길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가을이라 길 옆에는 벼이삭이 노랗게 익어간다.  


계속 좋은 길을 달리다 보면 나도 방심하기 마련이다. 마을길은 점점 좁아지다가... 귀산리 근처에서 점점 노면이 질척해지더니 이상한 곳에서 끊겨버린다. 하필이면 원래 나가려 했던 길이 공사로 완전히 박살이 났다.


좀 힘들게 돌아 나와서 포장길을 다시 달린다.


큰길로 달리니 금방 공주시 입구다. 여기서 시내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공주 IC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후에 버스 종점을 지나 아파트 단지 쪽으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공주 시내를 그대로 관통할 수 있다.


시내를 지나가다 지니님이 넘어졌다. 클릿 페달에서 발이 안 빠진다고 해서 보니 클릿 볼트 하나가 없어졌다.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 때문에 장거리 여행할 때는 여분 클릿 볼트를 한두 개 씩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안 가져왔다. 나는 볼트 하나 없어도 큰 문제없으니 내 신발에서 하나 빼서 달아준다.


공주 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는데 금강길을 달리러 온 자전거인들이 여럿 보인다.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러 왔을 것이다. 사실 이 근처는 차량 통행이 적어 금강길 이상으로 좋은 공도 코스가 많지만 외지인들은 잘 모른다.


일단 오늘 지니님의 목표인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한다. 공주대교를 건너 짬뽕집을 향해 달린다.


나는 매운 짬뽕을 싫어하는데 점심 선택권은 대부분 지니님에게 있다.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짬뽕 먹으러 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난 매운 짬뽕을 못 먹으니 짬뽕 하나, 짜장면 하나, 그리고 탕수육을 주문한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공주보를 지나 아산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래 공주보로 가려면 옥룡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서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인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금강 자전거길 갈 때 다니던 송산리 고분군 앞을 지나간다.


공주소방서를 지나 직진하면 공주보가 나온다. 공주 시내가 작아도 자주 오는 곳은 아니다 보니 헤맬 수 있지만 크게 보면 그리 복잡한 곳은 아니다.


오랜만의 공주보다. 여기서 공주보 건너 금강 우안 구간은 길이 끊기기도 하고 공주터미널 방향으로는 연미산 고개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나 길 모르는 사람만 다니는데 우리도 공주보를 건너가야 한다. 이제 아산 방향으로 달린다.


32번 국도와 36번 국도가 합쳐지는 질마 교차로 아래를 지나 샛길을 따라 우성면사무소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길이 복잡한 것 같지만 미리 숙지하면 어렵지 않다. 반대로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큰길로 들어가 버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성면사무소를 지나면 다음번 마을인 호계리까지 32번 국도 옆의 우회길로 갈 수 있다.


신영 교차로에서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우회길이 이어지는데 우리는 이를 못 보고 호계리까지 조금 돌아서 간다.


날이 살짝 더우니 사곡 하나로마트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쉰다. 화장실까지 쓸 수 있는 하나로마트는 최고다.


이제 마곡사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이정표들도 온통 마곡사만 표시된다.


얕은 언덕이 하나 보인다. 정상에 사곡 중학교가 있는 고당 고개다.


공주는 알밤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가을에 와서 보면 아기 머리통보다 더 큰 밤송이가 여기저기 엄청 많다.


중학교 입구를 지나면 언덕이 끝난다.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큰길만 따라 쭉 달리면 마곡사 입구의 장승마을이 나온다. 마곡사는 백제 시기에 창건한 절로 백범 김구 선생이 은거하던 곳이라고 한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들르지 않고 광덕산으로 간다.


아무래도 광덕산을 넘어가야 하다 보니 언덕길이 조금씩 나타난다. 큰 언덕은 아닌 데다가 차량 통행도 얼마 없으니 천천히 올라간다.


오늘 오르는 오르막 중에 큰 오르막길은 없지만 그중에 높은 언덕이 문안달고개다.


문안달고개 정상에는 근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낙서가 양 옆으로 잔뜩 쓰여 있다. 아산 쪽 자전거인들이 좋아하는 코스인가 보다.


보통 코스를 수정하지 않고 공유하면 터널이 오르막길로 나오는데 지니님이 안 속는다.  곡두 고개는 터널로 지나갈 수 있다.


곡두 터널을 지나서 내려가면 이제 아산이다. 여기서부터는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광덕 휴게소에 들러서 잠시 쉬어간다. 우리가 달릴 때 시끄럽게 지나가던 오토바이 무리가 여기서도 시끄럽게 떠든다.


이제 집에 가야 할 때가 되었다. 가까운 전철역인 배방역으로 갈 것이다. 광덕 휴게소에서 출발하자마자 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 623번 도로로 가야 한다.


623번 도로는 예전에도 MTB를 탈 때 종종 오던 길이다. 여기 수철리의 넙치 고개 정상 근처에 광덕산 임도의 수철리쪽 입구가 있어서 나는 정식 입구인 강당골보다 여기를 주로 다녔다.


수철 저수지를 지나서부터는 마을길로 배방역까지 단축해서 가기로 했다.


어디서든 마을길로 우회전하면 길이 대충 연결된다. 차가 나오는 곳에서 우회전하자고 신호한다.  


한적한 마을길은 생각보다 포장상태가 좋았다.


마을길 끝의 커다란 교회 옆에서 다시 도로와 만났다. 오랜만에 오니 못 보던 교회가 있다. 이렇게 큰 교회가 있으면 근처에 큰 마을이 있다는 뜻인데...


그리고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들이 많다.


오랜만에 온 배방역은 내가 알던 한적한 시골이 아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을 보니 이제 1호선 전철역 구간은 발전이 안된 곳이 없나보다.


배방읍내를 쉽게 빠져나가서 배방역에서 전철로 돌아온다.


해가 저물기 전에 자전거 타기를 딱 마쳤다. 배차 간격이 큰 1호선 끄트마리인데도 마침 전철이 곧 온다고 한다.


오늘은 공주와 아산 사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서울에서 가기엔 상당히 부담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주까지 간다면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지만 그늘이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심심한 길이다. 물론 오늘 달린 구간도 무언가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산과 공주 사이의 한적한 공도를 이어서 달리는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근처에 아무 것도 없는 고속버스 휴게소를 출발지로 하는 여행은 자전거 여행 만이 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교통 체증이 심한 요즘의 고속도로를 버스 전용 차선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전거와 고속버스를 조합한 여행 방법을 이전에도 시도했던 적이 있다. 횡성 휴게소를 이용해서 주천강을 달렸던 것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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