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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26. 2022

2021년 추석 자전거 여행 4 영천에서 경주

5박 6일 경북 자전거 여행 4일 차

2022년 9월 21일 영천에서 경주까지 38km


오늘은 영천에서 출발해서 경주까지 달린다. 영천에서 경주는 바로 옆 동네라 40km가 안된다. 경주는 구경할 것이 많으니 일찌감치 도착해서 동네 구경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마침 오전에 비 소식까지 있다. 며칠 씩 자전거를 타다 보면 비는 피하기 힘든 방해 요소다. 아예 버스로 점프할까 생각하다가 아직 비가 내리진 않으니 일단 출발하고 달리다가 비가 쏟아지면 비를 피하면서 쉬기로 한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58



오늘 숙소는 조식 제공이 없다. 짐을 챙겨서 바로 체크아웃한다.


아무리 달리는 거리가 짧아도 배를 채워야 달릴 수 있으니 근처 서문육거리 쪽의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한다. 편의점 음식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가끔 먹는 것은 나쁘지 않다.


복잡한 도시에서는 5거리 자주 보는데 여기 영천은 도심이 크지도 않은데 육거리가 있다. 영천 터미널 방향으로 육거리를 지나 쭉 진행한다.


영천과 경주를 잇는 큰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4번 국도다. 당연히 오늘도 4번 국도 옆의 우회길로 달린다. 4번 국도 근처로 가려면 철길을 건너야 한다. 지하도로로 가려다는데 마침 인도 쪽에 자전거길이 있다.


도동네거리에서 직진하면 4번 국도로 들어가게 되니 좌회전해서 샛길로 가야 한다. 약대와 베보자기로 한약을 짜는 조형물이 있다. 바로 옆에 큰 한약재 시장이 있으니 이런 것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압축기로 한약을 알뜰하게 짜지만 한약 하면 떠오를만한 것이 약 짜는 것인가 보다.


대부분의 차들은 4번 국도로 빠지길은 한산하다. 딱 한 가지 문제는 이 길이 금방 4번 국도와 합쳐진다는 것이다.


4번 국도와 합쳐지는 직전에 바로 사잇길이 있다. 길이 이어지긴 하는데 그대로 일직선인 것은 아니라서 미리 경로를 체크해놔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단은 도로 오른쪽 길로 가되 송포1리 정미소 근처에서 개천으로 길이 끊겨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반정2리에서 4번 국도로 잠깐 올라가야 한다.


4번 국도...라고 하지만 아주 조금만 달리면 바로 나들목에서 임포리 쪽으로 빠진다.


임포리 쪽으로 가면 다시 한적한 길을 달릴 수 있다. 아... 슬슬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를 그대로 맞다가 신발이 다 젖으면 끝장이다. 근처 북안면 버스 정류장으로 대피한다. 오늘은 달리는 거리도 길지 않으니 느긋하게 비가 지나가는 걸 기다리기로 한다.


30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땅은 젖어있지만 비가 그쳤으니 다시 달려야겠다.


북안천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면 4번 국도 근처로 다시 갈 수 있다.


산꼭대기에 불상이 보인다. 영천 만불사라는 큰 절이 있다.


만불사 입구에서 4번 국도와 만나지만 샛길은 계속 이어진다. 이 샛길로 건천까지 달리면 된다.


작은 호수를 지나간다. 작은 호수... 아기못이라고도 하고 애기지라고 한다.


서면사무소가 있는 아화리에 도착했다. 계속 직진만 하면 건천읍이 나온다.



다시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진다.


제일 가까운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피신한다. 시골 버스 정류장들은 지붕과 바람막이가 있어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할 때 급하게 피하기 좋은 대피처가 된다. 근처를 보니 몇 안 되는 가게에 '장시'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장씨 집성촌이나 했더니 이 동네 발음으로 장승을 장시라 하고 여기는 장승마을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장승은 없다.  


비가 그치니 물안개가 산을 타고 피어오른다. 저 산은... 나름 유명한 산이다. 오봉산이라고 하는 산 이름보다 품고 있는 계곡이 여근곡이라 하여 더 유명하다.


비가 조금 그쳤으니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몸은 젖어도 되지만 신발만큼은 건조했으면 한다.


건천읍을 지나간다. 비가 안 왔으면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쉬어갔을텐데 비 올 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쉬다 보니 여기는 그냥 지나간다.


건천 읍내를 벗어나면 금척리의 금척 고분이다.


철길에 건물이 붙어있다. 역 같은 것인가 했는데 모량 신호장이라고 한다. 원래는 모량역이었는데 구 역사는 쓰이지 않고 새로 신호장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호장은 단선 철도에서 기차들이 교행이나 추월하기 위해 대기하는 곳을 말한다.


모량역 이야기를 했으니 여긴 모량이다. 일부러 지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기 모량이 기억해둬야 할 지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직선에 가까운 길을 따라왔는데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4번 국도와 합쳐져 버린다. 샛길로 돌아가기 위해서 모량 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4번 국도를 가로질러 사료 공장을 이정표 삼아서 달리면 큰길을 피하고 한적한 길로 달릴 수 있다.


이 샛길은 4번 국도에서 갈려져 나온 큰길과 만나는데 길을 건너서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큰길은 바로 경주 시내로 들어가는 주도로다.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 외외마을이라고 한다. 기와를 구웠던 곳이라 와와인데 부르기 쉽게 외외가 되었다고 한다.


길의 끝은 또 4번 국도와 만나는데 왼쪽으로 마을 들어가는 길이 또 있다. 얼른 들어가서 철길까지 지나가면 차들 안 다니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마을길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거의 일직선으로 통과하면 형산강 뚝방길이 이어진다.


이제 경주 시내가 잘 보이니 거의 다 온 느낌이다.


경주 시내에 들어오니 깜빡한 것이 있다. 비 올 때마다 쉬다 보니 간식도 안 먹었는데 점심식사가 늦어버렸다. 체크인하기 전에 점심부터 먹으러 간다.


경주 시내는 여전하다. 골목을 가득 메운 차들과 바글바글한 관광객들은 전주와 함께 전국 투 톱이라 할 수 있다.


점심으로 밀면과 고기를 먹는다. 비도 오고 하니 따듯한 것을 먹으려 했는데 하필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아 근처의 밀면집으로 왔다.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는 집이다.  


배도 채웠으니 오랜만에 온 경주 시내 구경을 한다.


한옥의 겉모습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가게들이 많다.


경주하면 첨성대다. 이제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니 사진이 이쁘게 나온다. 오랜만의 첨성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계림부터는 보행자가 적으니 슬슬 자전거를 탄다.  계림과 경주 향교를 지나 예약해둔 숙소로 간다.  


경주 시내에는 규모가 작은 게스트 하우스나 숙소들이 많다. 규모가 작다 보니 자전거를 두기가 쉽지 않은데 사장님이 카운터 근처의 빈 공간을 만들어서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게 배려해주신다.  무사히 체크인하고 정비를 한 후에 다시 구경하러 나온다. 어딜 가도 무덤이다. 시간이 그리 여유 있지는 않으니 유료입장인 대릉원은 들어가지 않는다.


대릉원 옆 골목길에는 음식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개성 있게 만드려고 노력하는지 가게들 보는 재미도 있다.


해가 저물고 있으니 가야 할 곳이 있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이 유명하다니 가보기로 한다. 예전에 국사를 배울 때는 안압지라고 기억하는데 신라시대의 기록이 발견되면서 신라의 태자가 살던 별궁인 동궁과 그 앞 호수의 기록을 찾아 원래 명칭대로 되돌린 것이다.


마침 해설사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해설사 선생님에게 쫓아가서 설명을 들으면 한층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조명을 켜니 사진에서 보던 멋진 모습이 실제로 나타난다.


첨성대 근처를 지나 음식점들이 많은 곳으로 왔다. 이제 저녁 식사를 겸해서 맥주를 한 잔 해야겠다.


분위기 좋아 보이는 피자집에서 맥주와 피자로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40km 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오전에 자주 쏟아지는 비 덕분에 일정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경주를 지나가는데 자전거만 타기는 아깝다. 며칠을 써도 다 보기 힘든 곳이 경주인데 잠만 자고 간다면 여행의 의미가 없다. 물론 반나절 본 걸로 부족하니 다음번에 자전거 없이 다시 올 생각이다.


비가 온 것 치고는 여러 가지로 잘 풀린 하루였다. 내일부터는 동해안 쪽으로 빠질 예정이다. 예전에는 문무대왕릉 쪽으로 내려가서 호미곶을 지나 포항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형산강을 따라서 포항으로 바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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