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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19. 2022

2021년 추석 자전거 여행 3. 안동-영천

5박 6일 경북 자전거 여행 3일 차

2021년 9월 20일 안동에서 영천까지


안동까지는 한산한 길을 통해서 잘 달렸다. 오늘은 안동에서 영천으로 약 90km를 달릴 것이다. 기본적으로 35번 국도를 따라가지만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구간은 피하고 35번 국도와 함께 가는 샛길을 따라간다. 내비게이션이 발달하면서 운전자들은 헤매지 않고 넓고 빠른 도로를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큰 도로가 대부분의 교통량을 흡수하고 그 옆의 작은 도로들은 근거리를 이동하는 마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적한 도로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 차들과 부대끼지 않는 한적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 

코스 요약 및 GPX 다운로드는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57




숙소에서 잘 자고 일어났다. 오늘 숙소는 조식을 준다. 조촐하게 빵, 요거트, 시리얼을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즐겁다. 


슬슬 준비하고 숙소에서 나와서 출발하려 하는데 숙소 사장님이 나와서 파워젤을 몇 개 주신다. 사장님도 자전거를 타는데 우릴 보니 반갑다고 한다. 이런 친절 너무 고맙다. 


이제 슬슬 출발한다. 오늘은 나도 처음 가는 길로 90km를 달려야 하니 갈 길이 멀다. 


어제 들어왔던 길로 나가서 다시 낙동강변으로 가야 한다. 시내와 낙동강 사이에 철길이 있으니 도로가 이상하게 꼬인다. 


안동체육관과 탈춤공원을 가로질러 시내를 빠져나간다. 


일단은 안동대학교 방향으로 낙동강변을 따라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자전거길이 끝나도 둑방길이 어떻게든 이어져서 좋아했더니 결국 울퉁불퉁한 보도블럭길로 바뀌었다. 여기서부터는 도로로 달린다. 


안동대학교 정문 앞에 동인문이라는 커다란 기와 대문이 있다. 안동의 관문을 서울의 사대문처럼 인의예지를 붙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문을 지나자마자 우회전해서 35번 국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뚝방길을 달리는 건 애매해서 35번 국도를 지나 충효로로 일단 달린다. 도로 이름보다는 도로 번호에 익숙한데 단순히 충효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에 파악해두었다. 


오늘 목적지인 영천까지 80km 남았다고 한다. 


임하면을 지나면 35번 도로로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굴다리를 넘어가야 한다. 


국도만 피하면 다시 한참을 차 없는 길로 달릴 수 있다. 


오대교차로를 지나면 35번 국도에서 대부분의 차들은 동안동IC로 빠진다. 


영천으로 가는 방향에 우회길 없이 35번 국도를 달려야 하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고속도로로 빠진 35번 국도도 왕복 2차선의 작은 도로로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차량 통행도 적다.


마을이 없고 차도 없으니 길 옆의 작은 개천도 멋지게 바뀐다. 


동네 이름들이 재미있다. 송사리를 지나서 마사리재를 관통하는 마사터널을 넘어야 한다. 근처에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마사리재에 있는 저수지라고 마사지다. 오늘 최대의 업힐처럼 보이는 마사리재 언덕은 다행히 한적한 마사터널로 지나간다. 


슬슬 점심 먹어야 할 시간인데 지니님이 계속 달린다. 아무래도 식당이 별로 없는 곳인데... 마침 순두부를 파는 식당이 나타났다. 무언가 좀 엉성해 보이는 식당인데 손님은 은근히 있다. 지니님은 맷돌순두부를 주문하고 나는 고디국이 뭐지? 조금 망설여지지만 설마 내가 못 먹을게 나오겠어? 하고 주문해버린다. 고디국은 경상북도식 다슬기 해장국인데 강원도식 다슬기 해장국과는 다른 맛이다. 이 집이 고디국을 잘하는지 들어오는 손님들도 거의 고디국을 주문한다. 참 맛있게 잘 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출발하려니 식당 아저씨들이 짚불에 구운 잣을 나눠준다. 탄 부분이 많아 먹기가 쉽지 않지만 담백하니 맛있다. 


다시 출발이다. 아직 영천까지 40 km 정도 남았다. 


어지간해선 터널을 통과하고 싶지 않은 데 가는 길에 노귀재 터널이 있다. 마차 터널처럼 짧은 터널이 아닌, 약 1km 정도의 꽤 긴 터널이다. 옛길이 있으니 우회한다. 노귀재 휴게소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노귀재를 넘어가야 하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노귀재 휴게소가 있다. 터널이 10년 전에 완공되면서 이제 차량 통행이 뜸해지니 휴게소도 닫아버렸다. 


여기서 오르막길도 끝나고 청송에서 영천으로 넘어가게 된다. 


노귀재를 넘어 다시 35번 국도로 달려야 한다. 


저수지 옆을 달리다 보면 보현산댐이 나타난다. 앞에 보이는 이상한 구조물은 전망대라고 한다.                


보현산댐 전망대를 지나간다. 보현산댐은 수력발전도 되는 다목적댐으로 지어졌는데 저수량이 부족해서 제 역할을 거의 못 한다고 한다. 


노귀재 터널을 지나서 35번 국도와 908번 지방도가 합쳐지니 도로에 차들이 많아진다. 계속 차들과 함께 달리다 보니 지니님이 힘들어한다. 이럴 경우를 위해서 미리 봐 둔 대로 화남면에서 마을길로 빠진다. 


화남면 읍내를 지나면 다리를 건너자마자 매운탕집 옆으로 빠져서 강을 따라서 샛길을 달릴 수 있다. 노면이 조금 거칠지만 차 없는 한적한 길이 좋다. 


이 천변길 끝에서 오래된 다리를 건너면 계속 천변길을 달릴 수 있다. 


그리고 마을길을 계속 달려야 하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어렵지 않게 길이 이어진다. 헷갈리지 않도록 핸드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달렸다. 


깨끗하게 이어지던 길은 상주 영천 고속도로 아래에서 잠깐 비포장이 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농로길이다. 


다시 다리를 건너 작은 농로들을 적당히 이어서 영천 시내 근처에 도착한다. 


영천 중학교 쪽으로 언덕을 넘어가면 예약해둔 숙소까지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는데 오르막길을 오르기 싫어서 조금 우회해서 시내로 진입한다. 그래도 도시인지 차들이 많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1층이 개별 주차칸이고 주차칸마다 좁은 계단으로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드라이브인 숙소다. 이런 시스템은 생소하긴 한데... 숙소에 전화해서 어찌 이용하는지 물어본다. 전용 주차공간에 자전거를 두고 체크인해서 씻는다. 슬슬 저녁 먹으러 가야겠다. 유럽에서는 성당 앞에 가면 식당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동네 큰 시장 앞에 가면 식당이 있다. 강변공원 쪽으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 영천 시장 방향으로 걸어간다. 


서울 양재역사거리가 예전에 말죽거리였는데 여기도 말죽거리가 있다. 


오늘 저녁은 복국이다. 시원한 국물로 오늘 달리는데 소비한 영양을 보충한다. 


든든히 먹고 돌아오는 길에 금호강변의 조양각 조명이 화려하다. 



안동에서 영천까지 90km 정도 달리는 무난한 코스였다. 영천 자체는 대도시인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차량통행이 없지는 않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다면 사람들도 차들도 몰릴 테니 붐비는 건 어쩔 수 없다. 반대로 특별한 볼거리는 없으면 자연을 느끼면서 달리기에는 좋은 곳이 된다. 큰길을 피해서 시원하게 달렸다. 


며칠씩 자전거를 타고 달리려면 안 좋은 날씨도 감내해야 한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는데 마침 경주까지 40km 정도만 달리면 되는 짧은 코스다. 일찍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잘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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