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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12. 2022

2021년 추석 자전거 여행 2 영주-안동

5박 6일 경북 자전거 여행 2일 차

2021년 9월 19일 영주에서 안동까지


어제 태백부터 영주까지 달렸다. 오늘의 목표는 80km 정도를 달려서 안동으로 간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자전거 여행의 숙소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로 다니는 여행이야 숙소가 어디든 상관없지만 자전거 여행에서 숙소를 정할 때는 근처에 저녁을 먹을 곳도 있어야 하고 구경할 것도 있어야 좋다. 처음에는 경북도청 근처에 숙소를 잡을까 했는데 그냥 숙소도 식당도 많은 안동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56



코로나 때문인지 숙소에서 원래 주던 조식 서비스를 대신해서 각 방마다 사람 수만큼 김밥, 바나나와 컵라면을 제공해줬다. 이 정도만 먹어도 오전을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완전히 준비해서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영주에서 5번 국도를 따라 35km 정도 큰길을 달리면 오늘의 목적지인 안동으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큰길을 차들과 함께 달리는 건 원하지 않는다. 예전에 한 번 5번 국도를 따라 안동까지 힘겹게 달린 적이 있다. 게다가 중간에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으니 한적한 길로 빠진다.  


숙소 앞 도로를 그대로 직진하면 영주의 젖줄인 서천의 자전거길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낡긴 하지만 달리는데 지장은 없는 좋은 자전거 도로다. 


시내를 벗어나면 자전거길은 얼마 안 가서 끊기지만 그대로 제방 위의 도로를 달리면 된다.


서천을 계속 따라가고 싶지만 문수면 읍내 근처에서 제방길이 잠시 끊기기 때문에 고개 하나 넘어서 다시 서천과 만나야 한다.


문수면 읍내를 통과해서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문수역을 지나간다.


언덕을 쭉 내려가면 다시 서천과 만난다. 도로로 달리지만 차량 통행이 적으니 좋다. 


이렇게 서천을 죽 따라가다 보면 무섬마을 표지판이 나타난다. 무섬마을도 서천 가에 있으니 그대로 서천만 따라가면 된다.


무섬마을 초입에서 물잠자리가 우리를 안내해주듯이 날아간다.


수도교가 나타나면 근처에 자전거 세우는 곳이 있다. 여기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 입구다. 자전거를 간단히 묶어두고 마을 구경을 하기로 한다. 근처에 상인들이나 주차 단속 아저씨가 있으니 도난 걱정도 별로 없다. 


무섬마을은 민속촌처럼 관광지로 꾸민 곳이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처럼 마을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초가집과 기와집이 어우러진 마을이 소박하게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가 좋은 가을이라 그런지 환한 햇빛에 풍경이 살아난다. 여행 기분의 80%는 날씨가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날씨 참 좋다. 


이 마을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둔 무섬자료전시관도 있다.


전시관의 자료를 읽어보면 무섬마을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물에 둘러싸인 섬 같은 마을이라 물섬마을, 수도리인 것이다. 그냥 시골의 조용한 마을이니 사건 사고가 가득한 곳은 아니다.


마을 모형도 아래쪽에 외나무다리가 보인다. 마을에서 남쪽으로 나가려면 물을 건너야 했기에 간단한 다리를 놓아서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였다.


한참 꽃이 피는 시기라 그런지 마을에도 꽃과 나비가 가득하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걸어본다. 아직 안 가본 곳이 있다. 아까 마을 모형도에서 봤던 외나무다리다. 


이제 강가로 내려가 외나무다리로 가본다.


한 사람이 건너기에 딱 맞는 폭의 외나무다리가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놓여 있다. 다리의 폭은 좁은 듯 하지만 넉넉하다. 그래도 물 위에서 좁은 곳을 걸어가니 스릴이 좀 느껴진다. 


길을 건너다가 중간에 맞은편 사람과 마주치면 이렇게 교행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니님이 이제 가자고 한다. 다리가 알맞게 높으니 무서운가 보다.  이 다리를 자주 오가던 마을 사람들 중에도 얼큰하게 약주하고 비틀비틀 건너오다가 여러 명 빠졌을 것 같다. 물이 잔잔할 때는 빠져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정도로 물이 깊지 않다.


너무 느긋하게 마을 구경을 한 것 같다. 이제 수도교를 건너 낙동강 쪽으로 가서 안동에 들어가기 전에 하회마을을 들러야겠다.


예전에는 무섬마을과 외나무다리로 연결되었던 탄산리를 지나간다.  


낙동강 쪽으로 가야 하니 일단 서천을 따라가야 한다. 탄산리에서 조제리로 좌회전해서 한적한 시골길을 계속 달린다.


그나마 큰 도로인 928번 도로와 만났다. 여기서 계속 서천을 따라 자전거길이 시작되는데 가로질러 갈 생각으로 928번 도로를 따라 중앙고속도로 옆을 달리기로 한다. 


고속도로는 산을 가로질러 단거리로 만들다 보니 고속도로 옆 샛길을 따라가면 은근히 오르막길이 많다. 


슬슬 쉬어야 할 때쯤, 예천 톨게이트 근처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다. 딱 좋은 타이밍에 나타났으니 잠시 쉬어간다. 


충분히 쉬면서 요기도 해주고 출발한다. 그런데...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가다 보니 출발하자마자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쳐버렸다. 


조금 돌아가는 셈이 되지만 서천 옆 도로를 계속 달리기로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까 자전거길로 가서 언덕길을 피할 것을... 지나쳐서 잠시 멈춘 곳에 어느 정도 유명한 순두부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초행길에는 세세하게 다 알 수가 없으니 이렇게 놓치는 부분이 어쩔 수 없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 돌아가긴 하는데 아주 곧게 뻗은 시원한 길이 펼쳐진다. 원래 가려던 길은 오르막길이니 오히려 잘된 셈인 것 같다. 


직산 2리의 삼거리에서 길이 다시 나뉜다. 여기서 안동 방향으로 좌회전한 다음에 안교 사거리까지 달리면 된다. 작은 고개 정상에 안동시 경계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부터 안동이다. 


괴정리 쪽은 큰 국도와 교차하는 곳이다 보니 길이 조금 복잡한 것 같지만 34번 국도를 피해서 어렵지 않게 샛길로 갈 수 있다. 


이제 안교 사거리다. 여기서 농로로 가면 거리를 조금 줄일 수 있는데 조금 돌아가게 되긴 하지만 그냥 이정표를 따라서 하회마을 쪽으로 달린다. 


풍천면에서 낙동강을 벗어나 하회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길을 만난다. 나는 십수 년 만에 오는 것이고 지니님은 이 길이 처음이다. 지니님은 예전에 나와 함께 태백에서 낙동강 상류를 따라 내려와서 낙동강 자전거길 안동댐 인증을 했다. 한강도 그렇지만 낙동강이 총 510km가 넘는데 자전거길은 고작 320km니 자전거길만 다녀서는 제대로 강을 완주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멀리서 와서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주 상풍교에서 안동댐까지의 구간은 국토종주하면서 들르기엔 귀찮고 안 들르고 새재길로 가자니 다시 오기 귀찮은 계륵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장을 찍는 것이 목표가 되어 그저 달리기만 하다 보니 이 낙동강 안동댐 구간을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들 한다. 우리는 도장을 찍으러 온 것이 아니다. 오늘 자전거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안동 하회마을로 간다. 


하회마을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곳이 아니다. 여기 하회장터에서 매표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객 만의 특전이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기 자전거로 하회마을을 들어갈 수 있다. 


셔틀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길이다. 여기서 외부 차량은 한번 더 통제되지만 자전거는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많으니 여기서부터는 내려서 걷기로 한다. 


마침 마을 입구의 안내지도 앞에서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을 한참 하고 있다. 아까 무섬마을도 그렇듯이 강이 도는 마을이라 하여 하회마을이라 한다. 


해설이 끝나고, 저 뒤쪽이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다시 마을길을 되돌아 나가서 하회별신굿을 보러 간다. 정보 없이 오다 보니 늦게 와서 뒤에 서서 보았다. 하회마을에 오면 무조건 이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먼저 보아야 한다. 


별신굿 탈놀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마을 구경을 한다. 어딜 찍어도 그림 같은 곳이다.  


마을 골목으로 들어가니 600년 된 소원나무도 있다. 무슨 소원들이 이리 많은지 소원 쪽지가 어마어마하게 매달려 있다. 


문이 열린 곳은 들어가되 너무 소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 이곳은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슬그머니 들어갔더니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을 앞에는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강가에는 소나무들도 굽이굽이 뻗어 있다. 관리가 잘 된 오래된 소나무숲이 참 이쁘다. 


멋진 기암절벽인 부용대도 보인다. 저기 정상에서 하회마을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지니님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초가집 마루에 호박들이 잔뜩 놓여 있다. 


마을 앞 논에는 한참 벼가 익어가고 있으니 정말 가을이다. 아쉽지만 슬슬 떠나야 한다. 하회탈놀이도 완전히 보진 못하고 아주 자세하게 둘러보지는 못한 것 같아서 조만간 자전거를 놔두고 놀러 오기로 하였다.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하회마을을 빠져나간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안동 시내로 가야 한다. 


다시 낙동강 자전거길 공도 구간과 만난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므로 자전거길을 이용하기도 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은 공도를 달리면서 아주 조금 거리를 단축한다. 


단호리의 마애솔숲공원을 지나고 검암리에서 낙동강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가면...


낙동강 자전거길의 끝에서 지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배고개가 나온다. 


그리 높거나 엄청 힘든 고개는 아니지만 긴 거리를 달려서 안동을 종착지로 오는 지친 자전거 여행객에게 마지막 시련을 주는 곳이다. 국토종주길을 달리는 사람들은 오르막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에 이 고개가 더욱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배고개 정상에서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쉬면서 써놓은 낙서가 잔뜩 있다. 


이제 내리막길을 쭉 내려간다. 어디로 갈지 망설일 필요 없이 그대로 낙동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도보교인 안동교를 건너면 이제 안동시내다. 오늘도 무사히 잘 달렸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에 자전거를 두고 슬슬 걸어서 안동시내를 구경한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다. 지니님도 나도 안동찜닭은 그리 안 좋아하는데 음식점들이 죄다 안동찜닭이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오랜만에 안동찜닭을 먹는다. 오랜만에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긴 하지만 역시 입맛에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추석 자전거 여행의 2일 차를 달렸다. 오늘은 영주에서 안동까지 무섬마을과 하회마을을 둘러보면서 한적한 길을 달리니 반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반 정도는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 구경을 한 셈이다. 하회마을은 잠깐 들러서 대충 보고 가기에는 아까운 곳이라 다음번에 다시 와서 제대로 구경하기로 한다.  

처음 계획은 회룡포와 삼강주막까지 들르는 것이었지만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다 보니 이번에는 들르지 않기로 했다. 이 두 곳은 다음번에 다시 가보기로 한다. 

이제 안동이다. 내일은 여기서 남쪽으로 90km를 달려서 영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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