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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12.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9

뉴질랜드 1번 국도의 끝, 블러프 라이딩

2022년 12월 31일


이동 경로 및 거리: 인버카길(Invercagill)-블러프(Bluff)-인버카길, 60km

총 이동 거리 : 667km


22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인버카길에 머물면서 뉴질랜드 최남단 마을인 블러프에 다녀오기로 한다. 아주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오르막길이 없는 거의 평지인 길이다.


블러프는 뉴질랜드 최남단의 마을로 우리나라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남극 가기 직전인 가장 남극에서 가까운 마을이다. 남아메리카의 더 남쪽에도 마을이 있지만 우리나라를 기준으로는 가장 남쪽인 것이다.


원래는 근처 인버카길 공항에 렌터카를 빌려서 카트린스와 블러프를 다녀오려고 했지만 연휴 기간에 시골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건 무리였나 보다. 공항 쪽의 렌터카 업체들에 갔다가 허탕만 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블러프까지 다녀오면 60km... 가볍게 달리기 좋은 거리다. 무거운 짐가방은 모두 숙소에 두고 가볍게 나온다. 마침 날씨도 아주 좋다.


인버카길의 중심가는 1번 국도와 6번 국도가 만나는 도시의 서쪽이다. 여기서 1번 도로의 끝을 향해 출발한다.


조금만 달려도 금방 도시를 벗어나 허허벌판이 펼쳐진다.


왕복 60km, 편도로 30km이다. 블러프까지 2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셰어 더 로드 표지판이 반갑다.


길 옆으로 갓길이 약간 있기도 하고 비포장이긴 하지만 MTB나 사람이 다니는 길도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도로용 자전거가 달릴만한 구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 차들과 함께 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나마 뉴질랜드의 끝자락이라 차량 통행이 적고 특히나 위협적인 큰 트럭들은 거의 안 다닌다.  


저 멀리 블러프가 보인다. 공장시설은 블러프가 아니라 블러프 건너편의 티와이 포인트에 있는 뉴질랜드 유일의 알루미늄 제련소다. 알루미늄은 전력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산업이라 우리나라에도 알루미늄 제련소가 없다고 하는데 공장이 드문 뉴질랜드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열심히 달려서 블러프에 도착했다. 블러프 입구의 글씨에는 관광객들이 매달려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람이 없었으면 우리도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귀찮으니 그냥 넘어간다.


블러프는 작은 마을이지만 뉴질랜드 1번 국도의 끝이자 남쪽 최남단 마을이기에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곳곳에 멋진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마을을 그대로 통과하면 기울어진 십자가가 있는 스털링 포인트(Stirling point)에서 1번 국도는 끝난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마침 스털링 포인트에 식당이 있다. 인터넷에서 평이 썩 좋지 않은 식당이지만 근처에 다른 식당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들어갔더니 점심시간이라 붐빈다. 잠시 기다렸더니 직원이 창가는 아니지만 시야가 확 트이는 자리로 안내해 준다.


나는 바비큐 폭립과 감자튀김을, 지니님은 크림 파스타를 주문하고 샐러드도 하나 주문했다. 굴이 유명한 곳이라고 했는데 주문이 안 되었다. 기대를 너무 안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는 식사였다. 뉴질랜드에서 이 정도면 호화로운 식사다.



식사를 마치고 스털링 포인트를 둘러본다. 랜드마크는 역시 이정표다. 시드니, 런던, 뉴욕, 쿠마가야 등등이 쓰여 있는데 인버카길의 자매 도시들이라고 한다. 자매결연이 끝나면 표지판도 바뀐다.


나름 의미 있는 곳에 왔으니 인증샷을 남겨본다. 뉴질랜드 최남단 육지의 끝은 인버카길에서 캐트린스 가는 길 중간의 슬로프 포인트지만 그쪽은 마을이라기엔 집이 몇 채 없다. 블러프는 뉴질랜드 최남단 마을이자 1번 국도의 끝이라 의미가 있는 곳이다. 우리에겐 특별한 의미라 할 수는 없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에겐 좀 더 의미가 있는 곳이겠지...



전망대의 강화 유리 하나가 박살이 나 있다. 뒤쪽으로 숲을 따라 트래킹 할 수 있는 길이 나있는데 우리는 트래킹까지는 하지 않는다.


우리의 여행으로 고생하는 자전거도 한 번씩 찍어준다.


다시 출발한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면 되니 어렵지 않다. 건너편의 티와이 포인트가 보인다.


길 옆으로 사슴 목장을 볼 수 있다. 야생 사슴이 많아지자 뉴질랜드 정부에서 사슴 사냥을 허가해서 사슴 고기가 많이 판매되니 아예 목장이 생겼다고 한다.


하얀 백마 한 마리가 우리를 바라본다.



인버카길에 도착해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침 한식을 하는 식당이 있어서 갔더니... 가격에 비해 맛은 그리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냥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한다.


12월 31일... 2022년의 마지막 날, 우리나라에서 남쪽으로 가장 아래쪽인 블러프에 다녀왔다. 왕복 60km의 길지 않은 코스지만 날씨가 좋았던 덕분인지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잠이 들려고 하는데 폭죽 터지는 소리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 12시가 지나서 2023년 1월 1일이 되었다. 시간과 년월일을 정해놓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구상의 생물 중에 사람뿐일 것이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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