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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pr 18.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0

인버카길에서 투아타페레까지 89km

2023년 1월 1일


주행 경로 및 거리: 인버카길- 투아타페레(Tuatapere) 89km

총 주행 거리 : 756 km




2023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뉴질랜드의 새해는 따듯하다. 새해 첫날부터 따듯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느낌은 조금 색 다르고 또 행복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투아타페레라는 곳이다. 1번 국도도 6번 국도도 아닌 작은 도로를 달릴 테니 조금은 한적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점심을 잘 해결해야 할 텐데...  


어제저녁에 사둔 식료품들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한다.


투아타페레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6번 국도를 따라서 퀸즈타운 방향으로 가다가 인버카길을 벗어나자마자 리버턴/아파리마로 가는 99번 도로로 좌회전한다.


인버카길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1번 국도와 퀸즈타운으로 가는 6번 국도를 벗어나니 세상 조용하고 편하다.


뉴질랜드의 시골 길들은 이렇게 비포장길이 많기 때문에 도로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다니려면 로드보다는 MTB나 그래블 자전거 같은 비포장용 자전거들이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우리는 로드바이크니 포장도로를 잘 골라 다녀야 한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벌써 40km 정도 달려 리버턴/아파리마가 보인다. 예전에 마오리족이 이곳을 아파리마라고 불러서 공식적으로 리버턴/아파리마라고 한다.


마을에 들어왔는데 새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다. 문을 연 슈퍼마켓이 있는 것만 확인하고 달린다.


미리 봐둔 식당에 도착했는데... 만석이라 자리가 없다고 한다. 1월 1일이라 그런지 작은 동네라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여기밖에 없다. 이 이후로는 더 시골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더욱 식당이라 할만한 것이 없는데...  


여기서 점심을 무조건 해결하고 가야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다. 문 열린 슈퍼마켓으로 가서 점심으로 먹을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골라서 나온다. 마침 길 건너 박물관 정원에 벤치가 딱 하나 있다.


빵과 바나나 그리고 이온음료... 이 정도면 투아타페레까지 달릴 수 있겠지.


리버턴/아파리마는 이름처럼 아파리마 강과 또 다른 강인 포우라키노 강이 만나 바다로 나가기 직전에 호수를 이루는 곳이다. 이 호수의 경치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으니 나름 나쁘지 않다. 이 마을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에 하나라는데 역사가 200년도 안 된다.


마을 가운데의 다리를 다시 건너서 투아타페레 이정표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다리를 이용하는 차들이 많은 것 같으니 인도 쪽으로 피해서 건너간다.


점심 식사가 썩 맘에 안 들었지만 유난히 푸른 호수를 둘러서 달리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리버턴/아파리마를 벗어나면 다시 초지가 펼쳐진다. 저 앞에 바다도 보인다. 뉴질랜드 남섬 코스는 의외로 바다를 볼 일이 많지 않기에 푸른 바다보이면 기대가 된다.


역시나... 바다에 그리 바짝 붙어서 달리진 못한다. 한참을 달리다가 오레푸키(Orepuki)라는 마을에 들어가서 잠시 화장실도 들르면서 쉬어간다. 여기도 마을 입구에 문 연 카페가 하나 있는데... 사람도 많아 보이는 데다가 이미 점심을 애매하게 먹어버려서 들르진 않는다.


전망대가 있는 쉼터라고 되어 있는 곳들이 간간이 나타나는데 다 장시간 운전하다가 잠시 멈춰 쉬라는 곳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 많다.


또 달리다 보면 길 옆으로 양과 소만 잔뜩 나타난다.



후반에는 조금 넋을 놓고 달렸다. 드디어 투아타페레에 도착했다.


바로 눈길을 끄는 것은 길 옆에 피어있는 변기솔 같이 기묘하게 생긴 꽃들이다. 니포피아라고 하는 아프리카 원산 식물이라고 한다.


투아타페레는 소시지가 유명하다고 한다.


투아타페레는 아까 지나온 오레푸키보다는 조금 큰 마을이다. 캠프장 겸 숙소 겸 식당이 하나 있고 작은 식당 하나와 슈퍼마켓이 마을의 거의 전부다. 지니님이 알아보고 예약한 B&B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은근히 식당이나 슈퍼마켓하고 거리가 있는 곳이다.


친절한 호스트 아저씨 덕분에 편하게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식당에 도착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 중이다. 정신이 없다. 그래도 밥 먹을 데는 여기 뿐이다. 그늘에 앉고 싶은데 축제로 사람이 바글거리는 식당에서 지붕도 없는 야외석을 간신히 차지했다.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면서 자전거를 탔다면... 당연히 맥주를 마셔야 해갈이 된다. 이 DB draught는 Export와 더불어 우리가 자주 마시는 맥주다. 내 발음이 안 좋은지 식당에서 이 맥주를 얻어내려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시골 구석의 식당에서 대단한 것을 바라진 않고 햄버거랑 치킨 샐러드 그리고 유명하다는 소지를 하나 주문했는데... 햄버거가 생각한 것보다 대단한 것이 나왔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정신없는 식당에서 직원들이 손님 주문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빠르게 대응해 줘서 그런지 별 문제 없이 식사를 받았다. 


느긋하게 먹고 슬슬 돌아온다. 숙소 근처의 이웃집은 뒷마당에 소가 있다. 송아지들은 호기심과 겁이 공존하는 녀석들이다. 우리에게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겁도 많아서 잘 다가오질 않는다.


드디어 1번 국도를 벗어났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뉴질랜드의 시골 구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 마을인 마나포우리(Manapouri)에 예약할 수 있는 숙소가 없다. 오르막길을 넘어 마나포우리를 지나 테아나우(Te anau)까지 100km를 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테 아나우라고 숙소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단을 내린다. 테 아나우 루트를 포기하고 여기서 바로 모스번(Mossburn)으로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전에, 여기 투아타페레에서 하루 더 쉬어간다.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안 타고 하루를 온전히 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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