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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03.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1

쉬는 날 - 투아타페레 트래킹

2023년 1월 2일


오늘은 자전거를 하루 쉬는 날이다. 10일 동안 자전거를 탔으니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있겠다는 건 아니다. 뉴질랜드는 트래킹의 천국이다. 투아타페레 근처에도 여기저기에 트래킹 코스가 있고 우리도 가벼운 트래킹을 위해서 운동화를 일부러 가져왔다.


일단 아침을 먹는다. 이번 숙소는 B&B이다. Bed and Breakfast... 하루 자고 밥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아침 식사를 주지 않는 곳도 많지만 B&B라 하면 보통 조식이 포함된 작은 규모의 숙소다. 깔끔하게 차려진 맛있는 토스트와 플랫 화이트 커피가 나왔다. 주인 아저씨들이 덩치가 좀 있어서 그런지 식사량이 부족하지 않다.   


가볍게 트래킹을 한다면... 투아타페레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험프 릿지 트랙(Hump ridge track)이라는 2박 3일 정도 걸리는 유명하고 긴 트래킹 코스가 있지만 하루만 쉬는 데다가 렌터카도 없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마침 숙소에 근처 트래킹 코스를 적은 종이가 있다. 투아타페레 산책길(Tuatapere walkway)... 마을 바로 옆에 투아타페레 경관 보호구역(Tuatapere scenic researve)이 있고 그쪽으로 와이아우 강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 있다. 투아타페레 산책길 자체는 좀 짧으니 그 길을 넘어서 투아타페레 보호구역을 어느 정도 둘러보기로 한다.


자전거 옷은 놔두고 가벼운 트래킹 차림으로 갖춰 입고 숙소 근처의 입구로 걸어간다. 이런 가벼운 트래킹을 위해서 가벼운 여벌옷에 운동화까지 챙겨 온 것이다.


마을 골목길 막다른 곳에 입구 안내판이 있다.


일단 산책길은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다. 걷기 편한 길이다.


중간중간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긴 한데... 뭔가 정확한 방향을 알기 힘들게 좀 애매하게 되어 있다.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성인봉 가는 오래된 숲길이 몽땅 고사리밭이었는데 이곳에도 고사리들이 많다. 숲 속이 고사리로 덮여있으니 뉴질랜드의 상징 중에 하나가 고사리다.


이끼치고는 꽤 큼직한 녀석들도 있다.


머리 위로는 나뭇잎들이 빽빽하게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준다. 고사리가 많은 숲답게 싱그럽고 촉촉한 공기가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맥 깊숙한 곳이나 울릉도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깊은 숲의 느낌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커다란 나무 고사리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오래된 양치식물들이 많다.


양치식물들과 고사리와 이끼가 있다면 당연히 버섯들도 여기저기에 돋아있다.


우리나라의 숲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새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지만 울창한 나무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고 다른 동물들도 안 보인다.


누군가가 나무 구멍에 숨바꼭질하듯이 강아지 인형을 장식해 두었다. 나무와 색이 같으니 자세히 안 보면 잘 안 보인다.


끝이 없는 울창한 정글이 아니다. 숲이 좁아지는 북쪽으로 갈수록 근처 도로를 지나는 차 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주변을 몽땅 농장으로 개간하다 보니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숲을 보호구역으로 만든 듯하다. 숲은 북쪽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다가 농장 울타리를 따라서 걷게 된다. 농장 울타리 너머에는 숙소 근처에서 잠깐 만났던 커다란 개들이 놀고 있었다. 험악하게 생긴 커다란 개들이 우리를 보고 짖으면서 달려오는데 같이 놀고 싶다는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덩치 때문인지 지니님은 무서운가 보다.    


아까 보았던 안내책자의 산책길은 이미 끝났고 여기는 보호구역 안쪽의 트래킹길이다. 길도 확실히 좁은 등산로 같이 변했다. 처음 보는 식물이나 이끼 그리고 버섯들이 계속 나타난다.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건널 수 있는 곳이 쓰러진 나무 밖에 없다. 나무 위로 사람이 걸어 다닌 흔적이 있으니 이게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맞나 보다. 여기를 건너면 투아타페레 보호구역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더 깊은 곳은 더 많은 고사리들이 있다.


버섯 위에 이끼가 덮었다.


독특한 식물들이 자꾸 나타나지만 나도 지구 반대편의 식물들까지는 잘 모른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근처에 강이 있으니 습지대 같은 것도 있다. 개구리밥이 잔뜩 자라서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땅인지도 구별이 가지 않는다.


고사리들도 가만히 보면 생긴 모양이 조금씩 다른 녀석들이 있다.


이쁘장한 노란 꽃이 눈길을 끈다.


통나무가 길이 되었다. 사람이 밟고 다니는 곳은 길이 되고...


사람이 밟지 않는 곳은 이끼숲이 된다.


우리나라의 산들처럼 험하지는 않지만 점점 길이 안 좋아지다가 후반부에는 길이 좋지 않은 곳도 있다. 그래도 한 바퀴 다 돌기에는 무리 없이 적당한 거리다.


북쪽 지역을 크게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외나무다리에 도착했다. 다시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반대로 빠져나간다.


갑자기 커다란 개들이 달려든다. 깜짝 놀랐지만 어제도 아까도 만났던 녀석들이라 반갑다. 오히려 개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어서 주인아저씨가 당황한 듯하다. 인사한다고 내 손에 콧물만 묻히고 개들은 주인을 따라가버린다.  


이제 숲은 충분히 걸었으니 도메인 루프 도로로 빠져나온다. 도메인 쪽은 이 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여는 곳인 듯하다. 날씨 좋은 날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숲 속을 산책했다.


산책이 끝나고 어제도 먹었던 그 식당으로 가서 간단히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동네가 작으니까 슈퍼 하나와 큰 식당과 작은 식당이 하나씩 있는 것이 마을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먹는 것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다행히 큰 식당이 먹을만하다. 오늘은 다행히 어제처럼 혼잡하지 않다. 

점심을 늦게 먹었으니 저녁은 과일과 샌드위치로 간단히 먹는다. 


오늘은 뉴질랜드의 남쪽 끝 시골 구석 마을이라 할 수 있는 투아타페레 산책을 했다. 우리는 최대한 가볍게 다니는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지만 트래킹 천국인 뉴질랜드에서는 간단하게 트래킹을 하고자 가벼운 아웃도어 옷과 운동화를 챙겨 왔다. 덕분에 다른 여행보다 짐은 훨씬 많아졌지만 트래킹을 안 할 수는 없다.


내일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한다. 원래 계획은 투아타페레에서 마나포우리를 거쳐서 테 아나우까지 100km를 달리는 것이었는데 연휴 때문인지 아니면 밀포드 사운드의 입구라 그런지 마나포우리도 테 아나우도 숙소가 없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렌터카도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정 변경 밖에 방법이 없다. 내일은 렌터카를 빌릴 수 있는 퀸즈타운을 향해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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