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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08.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2

투아타페레에서 모스번으로 95km

2023년 1월 3일 - 투아타페레에서 모스번


이동 경로: 투아타페레(Tuatapere)- 오타우타우(Otautau) - 모스번(Mossburn) 95km

총 이동거리: 851km


우리 같이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때가 많다. 그래서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숙소나 여행 경로를 전날 저녁에 정한다. 오늘은 원래 투아타페레에서 마나포우리(Manapouri)를 거쳐 테 아나우( Te anau)로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테 아나우의 숙소도 없고 렌터카도 없어서 중요한 목적지이자 자전거로는 가기 힘든 밀포드 사운드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덤으로 테 아나우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고민 끝에 퀸즈타운 방향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그중에 숙소와 식당이 있는 중간 기점은 모스번이다. 오늘은 모스번으로 95km를 달린다. 가는 길에 점심은 오타우타우에 잠깐 들러서 해결하기로 한다.


하루를 더 쉬어간 투아타페레의 아침이다. 뉴질랜드에서 매일 느끼는 것인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려면 세계 3대 공해 생산국인 중국, 미국,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틀 묵은 숙소는 마을 중심부에서 애매하게 떨어진 위치를 빼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아침을 열심히 먹고 막힌 길 끝의 숙소에서 주인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면서 오늘 여정을 시작한다.


옆집 소들도 아침 먹으러 나왔나 보다.


마을 중심의 삼거리에서 오타우타우 방향으로 달린다.


투아타페레, 모스번과 테 아나우는 사실상 뉴질랜드 남쪽의 가장 외진 곳이기 때문에 차들이 별로 없어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곳이다.


뉴질랜드 시골의 도로는 단순하다 못해 열악하다. 그래도 중요한 갈림길에는 필요한 만큼의 이정표가 있다. 오타우타우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오타우타우는 투아타페레에서 33km 정도니 달리다보면 금방 도착다.


마을 입구마다 마을 이름을 적은 간판들이 특색 있다. 길 건너편에 벤치가 있으니 점심 먹기 애매하면 먹을 걸 사다가 저기서 먹어야겠다.


역시 작은 마을이라 먹을만한 식당이 없다. 웬만해서는 들어가지 않는 중국인 식당, 오래되어 보이는 호텔 바 정도밖에 없으니 슈퍼마켓에서 점심 때울 걸 골라서 마을 입구 벤치로 갔다. 햇빛이 세니 근처 나무 아래에서 먹기로 한다.


달린 거리도 33km라 여기서 점심을 먹기에는 애매하지만 오타우타우 이후에 모스번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데다가 60km를 달릴 동안 260m 높이를 꾸준하게 올라가야 하는 길고 긴 약한 오르막이다. 오타우타우에서 영양 보충을 하지 않으면 오후 내내 괴로워진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여정을 생각하면 사 온 것들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열심히 먹고 다시 출발한다.


모스번까지 40km를 더 달려야 한다. 약한 오르막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길고 긴 약한 오르막을 겪어볼 수 있는 곳이 없다. 60km의 길고 긴 아주 약한 오르막길은 힘든 언덕은 안 보이는데 힘이 서서히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페달링을 쉴 수가 없다.


중간 갈림길인 레이스 부시(Wreys bush)를 지날 때쯤 내 자전거에 펑크가 난다. 단순히 뾰족한 것에 찔린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타이어 수명이 얼마 안 남아있던 것이 뉴질랜드의 열악한 도로에서 더욱 갈린 것이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나중에 좀 큰 도시에 가면 타이어를 구입해서 고쳐야겠다.



서서히 두꺼운 구름이 끼면서 날이 흐려진다. 더운 햇빛을 받으면서 힘들게 타는데 차라리 이렇게 흐려지는 게 낫다.


중간에 다리로 아파리마 강을 건넌다. 아파리마강... 리버턴/아파리마에서 만났던 그 물줄기를 오타우타우에서부터 따라서 올라가는데 실제로는 양 옆으로 몽땅 사유지 농장들이라 길에서강물 자체가 보이지 않아 근처에 강이 흐르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러다가 여기 다리를 건널 때 강물과 처음 만나게 된다.


기분 탓인지 아닌지... 아파리마 강에서 벗어나면 뭔가 황량한 고산지대 느낌이 나는데 실제 고도는 200m 급이다.


긴 오르막길에 점점 지치는데 모스번이 보이질 않는다. 뉴질랜드는 마을에 높은 건물이 없으니 랜드마크라 할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농장 울타리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없는 벌판으로 난 길을 달릴 뿐이다.


드디어 모스번 입구에 도착했는데 아직 마을이라 할만한 건 보이지 않는다. 디어 캐피털... 사슴 사냥이 활발하던 곳인가 보다.


드디어 모스번에 도착했다. 예전의 모스번에는 철로가 지나가고 기차역이 있었는데 철로는 없어지고 기차역은 호텔이 되었다. 오래된 호텔이라 근처의 새로 생긴 깨끗한 숙소를 예약했는데 그 숙소도 호텔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오른쪽의 큰 건물이 모스번 역이었던 호텔이다. 직원에게 체크인을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힘들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끝났으니 호텔 바에서 맥주부터 한 잔 마신다.


이 숙소는 자전거 보관대가 있다. 직원이 자전거를 여기 두면 퍼펙틀리 세이프하다고 한다. 정말?


모스번은 테 아나우와 인버카길, 퀸즈타운을 잇는 갈림길이라 나름 교통의 요지다. 동네에 카페나 식당이 조금 있는데 심지어는 자전거 여행객을 타깃으로 하는 카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좋아 보이는 곳은 여기 호텔 식당이다. 생선 구이와 풀사이즈 바베큐 립을 주문한다. 아까 체크인을 할 때와 맥주 마실 때 있던 아저씨와 아가씨가 서빙을 해준다. 대했던 것보다 음식이 훌륭하다. 있게 잘 먹었다.


해는 점점 길어지지만 이미 늦은 저녁이다. 오늘 하루 종일 보았던 풍경 위로 시커먼 구름이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데 내일은 맑을 것 같다.


저녁 먹고 숙소에서 쉬는 시간.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퀸즈타운으로 간다면 킹스턴을 거쳐 꼬불꼬불하고 좁디좁은 6번 국도를 따라서 이름도 무시무시한 악마의 계단(Devel's staircase)이라는 곳을 지나야 한다. 로드뷰만 봐도 뉴질랜드 남섬에서 전거로 달리기에 가장 안 좋은 길인 것이다. 갓길도 없는 좁고 꼬불꼬불한 낙타등 코스에 가득한 차들과 함께 110km를 달려야 하는 코스. 중간에 쉬려면 킹스턴에서 쉬어야 하지만 어차피 킹스턴에도 예약할 수 있는 숙소가 없으니 프하기로 결정했다.

교통 시스템이 안 좋은 뉴질랜드 남섬이지만 행히도 모스번의 옆 동네인 럼스덴(Lumsden)을 지나는 캐치-어-버스(Catch-a-bus) 노선이 있고 자전거도 유료로 실을 수 있다. 럼스덴에서 퀸즈타운 공항으로 가는 캐치-어-버스 노선을 예약하고 자전거 운송비도 결제해 둔다. 스덴에서 퀸즈타운까지 가는 용은 1인 당 60달러에 자전거 운송은 25달러 추가가 된다.

버스 예약 완료. 픽업 위치는 마을 중앙의 주유소이며 아침 10시 반까지는 럼스덴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퀸즈타운에서 렌터카를 빌려 테 아나우로 가기로 하고 렌터카와 숙소를 예약한다. 내일부터 며칠간은 자전거를 타진 않지만 자전거로는 가기 힘든 곳으로 뉴질랜드 남부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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