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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26.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5

밀포드 사운드 3 -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와 키 서밋 워크

2023년 1월 6일 - 밀포드 사운드


어제 보슬비 내리는 날씨에 밀포드 트래킹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그렇게 비가 하루 종일 오더니 오늘은 날씨가 싹 개었다. 오늘도 밀포드 사운드로 간다. 취사가 되는 커다란 독채 숙소에는 여러 가지 주방용품이 있는데 토스트기도 있다. 어제 장 봐둔 재료들로 토스트와 계란을 구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슈퍼에서 산 재료들로 대충 만들어도 밀포드 사운드의 매점에서 파는 것보다는 낫다.  


테 아나우에서 다시 밀포드 사운드로 120km를 달린다. 막히는 곳도 있고 길이 안 좋은 곳도 많으니 2시간 정도 걸린다.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이 막히는 이유는 대부분 캠핑카나 캐러반들 때문이다. 무겁고 둔한 데다가 커다랗기까지 하니 일반 승용차들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는데 상당히 많으니 여기저기서 도로를 막고 달린다.


오늘은 비도 안 오니 밀포드 사운드는 물론, 오가는 길에서 여기저기 둘러볼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테 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딱 중간쯤에 미러 레이크가 있다.  


이름처럼 산을 비추는 거울 같은 호수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호수에는 수초가 있고 산에서 흘러내려온 탄닌 성분도 많아서 호수가 검어보인다고 한다. 그 때문에 호수 표면에 풍경이 거울처럼 반사된다. 


호수 표면이 잔잔해야 거울같이 선명하게 경치를 비추는데... 망치는 녀석들이 있다. 오리들이 먹이 활동을 하면서 잠영을 하니 자꾸 물결이 일어난다.  


저 거울 같은 풍경에 파도를 만드는 녀석들... 


미러레이크도 멋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시 차를 타고 달린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갑자기 구름이 잔뜩 끼더니 이따금씩 비도 내린다. 풴 현상으로 습한 공기가 급경사의 산을 따라 상승하다 응결되면서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다. 


밀포드 사운드의 관문인 호머 터널 앞에 도착했다. 


크리스티나 산의 절벽은 오늘도 대단하다. 


호머 터널의 통과 신호를 기다리는데 새가 보인다. 케아라는 녀석이다.  


분명히 먹을 걸 주지 말라고 쓰여 있지만... 여기 녀석들은 이미 사람들이 주는 먹을 것을 받아먹는데 익숙하다. 


호머 터널로 들어간다. 터널 안이 좁지는 않지만... 자전거로 지나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오늘은 무료 주차장인 딥 워터 배이슨에 주차하지 않고 밀포드 사운드 주차장에 주차한다. 주차요금은 5시간에 25달러다. 주차요금을 내고 조금 떨어진 터미널로 걸어간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마이터 피크가 보인다. 주교가 쓰는 모자(마이터)를 닮았다고 이름 붙은 이 산은 해발 1,682m로 바다에서 솟아 나온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울릉도의 성인봉이 해발 980m 정도 된다. 


오늘은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를 둘러볼 계획이다. 아직 크루즈 출항 시간이 조금 남았다. 일단 예약을 확인하러 터미널에 가본다. 터미널 화장실이 밀포드 사운드에서 숙박객을 제외하고 일반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멀쩡한 화장실이다. 


티켓 창고에서 예약을 확인하니 예약은 확인되었고 아직 시간이 안 되어서 티켓은 나중에 다시 와서 받으라고 한다. 사진의 배는 아니고 가장 옆 구석의 좀 낡아 보이는 작은 배인 듯하다. 큰 배가 타고 싶은데... 


이제 주변을 슬슬 둘러본다. 터미널에서 이어지는 방파제를 걸어가 본다. 


새들이 한쪽 다리로 서서 부리까지 몸에 묻고 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검은머리물떼새와 거의 같은 녀석인데 몸 색이 완전히 검다. 


뱃고동 소리가 나더니 아까 정박해 있던 빨간 크루즈가 출항한다. 


주차장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 방문자 센터에도 가본다. 간단한 먹을 것이나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다. 딱히 살만한 것도 없고 우리에겐 여기서 파는 샌드위치보다 맛있는 것이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돌아 나와서 주변을 걸어본다. 밀포드 사운드 해변 산책로가 있다. 길지는 않지만 걷기 좋은 산책로다. 의외로, 다행히도 여기엔 샌드플라이가 별로 없다. 아주 없다는 건 아니니 방심하면 안 된다. 



이 산책로에서는 밀포드 사운드 터미널 바로 옆에 있지만 터미널에서는 보이지 않는 보웬 폭포가 보인다. 


관광안내소 뒤쪽으로 가보면 밀포드 사운드 전망대도 있다. 전망대니까 당연히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높은 전망대는 아니라서 시야가 확 트이지는 않는다. 


슬슬 출항 시간이 되어가니 터미널로 돌아간다. 예약한 업체 매표소에서 크루즈 티켓을 1인 당 3개씩 6개를 준다. 하나는 승선 티켓, 하나는 도시락 교환 티켓, 다른 하나는 수중 전망대 티켓이다. 점심도 주고 수중 전망대도 가는 배라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중에 가장 비싼 티켓이다.  


티켓은 가장 비싼 티켓인데 배는 터미널에 있는 배 중에 가장 작은 배다. 작은 배면... 타는 사람도 적겠지...


배에 타고 잠시 기다리니 출항한다. 


날이 살짝 뿌옇지만 밀포드 사운드에서 이 정도면 매우 좋은 날씨다. 날이 흐리면 경치는 안 보이고 안갯속에 쏟아져 내려오는 폭포물만 보인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출항하는 배라 도시락 박스를 나눠준다. 커피는 무제한이고 샌드위치랑 간식들이 들었다. 코로나 시기가 아니면 뷔페식으로 준다고 한다. 


마침 하늘이 개이면서 파란색이 나타난다. 


폭포는 여기저기서 물을 쏟아내고 


바위 위에는 물개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참으로 멋진 곳이다. 이런 폭포는 비가 안 오면 금방 말라버리는데 마침 어제 비가 왔으니 파란 하늘과 폭포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안내 책자 중에는 한글판도 있어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페어리 폭포를 지나고 있다. 


밀포드 사운드의 사운드는 작은 만이라는 뜻이다. 육지 안으로 바다가 움푹 들어간 지형을 보통 만이라고 하고 영어로 Bay라 하는데 사운드는 그보다 조금 작은 것이다. 마오리족이 이미 피오피오 타히라고 부르는 곳이었는데 존 그로노라는 사람이 자기 고향의 이름을 따서 밀포드 헤이븐이라 지은 것이 지금은 밀포드 사운드로 바뀌었다고 한다. 크루즈가 점점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파도가 거세진다.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의 태즈먼 해협이다.  


물론 크루즈는 파도가 거칠어지기 전에 다시 돌아간다. 뉴질랜드를 처음 탐험했던 쿡 선장은 여길 지나면서 이 좁은 해협이 그렇게 길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고 한다. 


이쪽에도 바위가 있고... 


바위 위에 또 물개들이 늘어져 있다. 이 바위 이름 자체가 물개 바위다. 


참 평온한 얼굴이다. 


꽤 큰 폭포가 보인다. 스털링 폭포이다. 폭포가 많은 것 같아도 대부분의 폭포는 비가 그치면 말라버리는데 이 폭포는 계속 물이 쏟아지는 폭포라고 한다. 


여기서 배 선두를 폭포에 바짝 대어주니 강렬한 폭포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특이한 지형들도 자세히 설명해 주고 배를 바짝 붙여서 잘 보이게 해 주는데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그냥 신기한 돌덩이일 뿐이다. 


마이터 피크를 옆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저렴한 크루즈는 여기서 터미널로 가는데 우리는 수중 전망대로 간다. 


배가 정박하면 마지막 티켓을 내고 수중 전망대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에도 울릉도나 울진 국립 해양과학관에 해중 전망대가 있는데 비슷하다. 단지 여기는 자주 청소를 하는지 관람창이 깨끗한 편이다. 관람창 바로 앞의 화분 같은 구조물에 성게나 조개들과 물고기들이 보인다. 


원래 해중 전망대를 그냥 놔두면 물고기가 근처에 오지 않는다. 스쿠버 다이버 한 명이 물고기들을 불러 모을 미끼를 뿌려서 물고기를 모은다. 


해파리, 물고기 


커다란 키조개들도 산다. 


특이한 것은 백산호가 산다는 것이다. 주변 숲에서 흘러내려오는 탄닌 성분 때문에 물이 어두워져서 얕은 물가에 산호가 산다고 한다. 


가운데 잘 보면 물고기가 숨어있다. 


열대 바다를 주로 다니는 우리 같은 스쿠버 다이버가 보기엔 참 척박하고 볼거리가 적은 바다 속이긴 한데 허가 없이 물속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니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좋다.  


밀포드 사운드 수중 전망대는 밀포드 사운드에서 가장 얕은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빙하가 만들어낸 급경사 절벽은 바다 위뿐만 아니라 바닷속에도 존재한다. 


관심이 있다면 영어를 못 해도 한글판 안내서가 있으니 어지간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다. 


배는 다시 출발해서 이제 터미널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아까 산책길에서 보았던 보윈 폭포를 지나간다. 이 배의 이름도 레이디 보윈이고 저 폭포도 보윈 폭포고... 보윈은 그냥 호주의 예전 도지사 마누라 이름이라고 한다. 


크루즈 터미널로 돌아왔으니 이제 밀포드 사운드 자체에서 할 것은 다 했다. 돌아가는 길에 호머 터널 입구에서 또 케아들을 만난다. 바로 옆에 케아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이 녀석들은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하다. 


호머 터널은 꽤 길기 때문에 한 번 신호에 걸리면 다들 차에서 내려 케아나 구경한다. 


시간은 오후 5시...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밀포드 트랙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인 루트번 트랙의 일부인 키 서밋 트랙을 짧게나마 걷기로 한다. 루트번 트랙의 입구는 테 아나우에서 80km, 밀포드 사운드에서 40km 지점에 있다. 루트번 트랙의 밀포드 사운드 쪽 입구다. 키 서밋 알파인 워크 표시가 되어있다. 왕복 3시간... 오후 5시인 지금 올라가기에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저녁 10시가 되어야 해가 지는 뉴질랜드의 하늘을 믿어보기로 한다. 


밀포드 트랙만큼이나 우거진 오래된 숲 속에 오르막길이지만 깨끗한 산길이 있다. 


열심히 올라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키 서밋 워크와 루트번 트랙이 갈라진다. 


키 서밋 워크 방향으로 부지런히 올라간다. 아직 날이 밝지만 시간 여유가 많지는 않다. 


키 서밋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30분이면 된다. 


습지의 웅덩이에 개구리알이 잔뜩 있다. 



해발 900m가 넘는 높은 곳이긴 한데 주변에 워낙 높은 봉우리들이 많으니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원판에는 주변 산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고산 습지의 독특한 풍경이다. 


키 서밋 전망대에서는 건너편 산에서 빙하가 만드는 호수를 볼 수 있다. 호머 터널에서 신호 기다리면서 보던 크리스티나 산의 뒷면에 있는 산골짜기 호수인 마리안 호수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산과는 다른, 알프스나 미국의 산들과도 다른 모습의 독특한 산을 볼 수 있다. 


거의 둘러보았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을 다시 돌아 내려간다. 


되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온다. 크루즈를 탈 때나 키 서밋 트랙을 걸을 때 비가 안 와서 천만다행이다. 


이렇게 이틀 동안 밀포드 사운드를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당일치기 코스로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타기 위해 퀸즈타운부터 먼 길을 달려 크루즈만 타고 돌아가니 날씨까지 안 좋으면 형편없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밀포드 사운드는 호불호가 심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는 하루 종일 비가 왔고 하루는 다행히 맑아서 꽉 찬 이틀 동안 둘러볼 수 있었다. 비가 올 때는 숲 속을 볼 수 있는 밀포드 트래킹을, 맑을 때는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할 수 있었으니 운 좋게 계획이 잘 맞아떨어졌다. 뉴질랜드를 다녀온 지금도 지니님은 비 오는 날의 밀포드 트래킹을 뉴질랜드 트래킹 중에 최고였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밀포드 사운드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틀 이상의 일정으로 하루 정도는 밀포드 트래킹 당일치기 코스만이라도 다녀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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