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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n 01.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6

와나카 호수

2023년 1월 7일 - 테 아나우에서 와나카 호수로


120km 떨어진 밀포드 사운드에 두 번 다녀왔으니 테 아나우에서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했다. 테 아나우에서의 마지막 아침에 간단히 걷기로 한다. 오늘 걸을 곳은 테 아나우 남쪽의 케플러 컨트롤 게이츠다. 역사적이고 대단한 시설은 아니지만 밀포드 트랙, 루트번 트랙과 함께 테 아나우에서 갈 수 있는 트래킹 코스인 케플러 트랙의 입구다. 여기 캐플러 트랙총 길이가 60km 나 되고 3박 4일을 꼬박 걸어야 하는 코스지만 우리는 입구에서 산책만 하고 간다. 캐플러 트랙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케플러 트랙의 입구라 근처 쉼터에 트랙에 관련된 정보들이 있다.


우리는 저 길고 긴 트래킹 코스를 따라서 갈 것이 아니니 길이 있는 곳으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케플러 컨트롤 게이트 근처의 야트막한 언덕 위가 전망대다. 전망대 고도가 낮으니 아래에서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컨트롤 게이트 쪽으로 내려가본다.


숲 속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달려든다. 깜짝 놀랐지만 산책 나온 신난 강아지들일뿐이다. 바로 뒤에 열심히 뛰어오는 주인을 따라서 쏜살같이 가버린다.  


앞에 보이는 구조물이 케플러 컨트롤 게이트다.


케플러 컨트롤 게이트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력 발전도 되는 수문인 듯하다.


유명한 트래킹 코스의 입구라 그런지 큰 배낭을 메고 출발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한 명이 우리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아주 날씬한 여자분인데 커다란 배낭을 보니 보기보다 튼튼한 분인가 보다.  


뉴질랜드 여기저기엔 키위 존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다. 키위가 있다는 것인데 사실 대부분의 야생 키위는 이미 사람이 데리고 온 개들이 다 물어 죽였다.


어제 루트번 트랙에서도 그렇고 이런 네모난 상자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새의 천적인 쥐나 족제비를 잡는 함정이다.  


케플러 트랙의 입구 표지판이다. 뒤에 케플러 트랙으로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만약에 다음번에 뉴질랜드에 온다면 우리도 자전거 대신 트래킹 장비를 가지고 올 것 같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테 아나우를 떠난다. 중간에 누런 풀들이 잔뜩 피어 있는 들판을 지난다. 이런 풍경들도 모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들이다.


오늘 목적지는 와나카다. 와나카로 가는 길은 모스번과 퀸즈타운 입구의 플랭크톤을 거쳐야 하니 6번 국도 악마의 계단 구간을 다시 지나가야 한다. 아무리 봐도 이 좁고 꼬불꼬불한데 차들로 가득한 도로를 자전거로 지나지 않게 된 건 참 다행이다.  


플랭크톤을 다시 지나가니 아시안 마트에 들른다. 아시안 마트에서는 대형 마트에서 못 구하는 한국 음식들만 사면 된다. 대형 마트에서도 파는 물건들은 당연히 대형 마트가 훨씬 저렴하다. 차로 다닐 것이니 이것저것 넉넉하게 구입해 둔다.


와나카로 가는 길은 자동차로 가도 쉽지 않은 길이다. 애로우 타운 입구의 애로우 정션을 지나면...


크라운 레인지 로드(Crown range rd.)라는 아주 꼬불꼬불한 좁은 길로 급경사를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꼬불한 길 중간에 전망대가 있다.



퀸즈타운에서부터 우리가 따라온 6번 국도가 보이고... 바로 앞에 회색은 바로 아래서 굽이도는 길이다.


아주 꼬불꼬불한 길인데도 불구하고 퀸즈타운에서 캐드로나를 거쳐 와나카로 가는 지름길이라 차들이 많이 다닌다. 자전거로 오면 이 좁은 급경사 오르막길을 차들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달려야 한다. 여기도 자전거로 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퀸즈타운으로 갈 수 있는 길 중에는 로드바이크로 가기에 쉬운 길은 없다고 봐도 된다. 특히나 애로우 정션부터 캐드로나를 거쳐 와나카까지는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구간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전망대 울타리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다. 작긴 하지만 태극기도 있긴 하다.


전망대를 지나도 크라운 레인지 로드의 오르막길은 끝나지 않는다.  


애로우 정션부터 11km 거리의 해발 1,070m인 꼭대기, 크라운 레인지 서밋까지 가야 비로소 기나긴 오르막길이 끝난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다 보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캐드로나라는 곳인데 마을 중앙의 모텔 식당에 들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것 없는 마을이라 그대로 지나친다.


그러다가 이상한 울타리를 본다. 캐드로나의 명물인 브라 펜스다. 1998년 말부터 1999년 새해 사이에 여자 속옷이 울타리에 걸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유명해져서 지금은 어마어마한 수의 속옷들이 걸려있다.


거의 외길이나 다름없는 길을 쭉 따라 내려가다 보면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와나카 호수다.


와나카에는 백패커스에 2인실로 예약을 해두었다. 와나카 중심가 가까운 곳에 있어 여러 모로 편리한 숙소다.


조촐한 2인실이다.


창문으로 와나카 호수가 펼쳐진다.


와나카 시내를 둘러보는데 마침 문을 연 자전거 가게가 있다. 이 기회에 다 닳아버린 내 자전거 뒷바퀴 타이어를 교체할 타이어를 사야 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타이어가 있다. 집에 4개나 사두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가 산 가격의 두 배를 주고 산다.


마을을 마저 둘러보는데 한 무리의 자전거 동호회도 보인다.


와나카 호수는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호수다. 호수는 굽이져있는 모양이라 보이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호수다. 호숫가에 새들이 많다.


차에서 자전거 뒷바퀴를 꺼내서 새로 산 타이어로 교체한다. 기존의 타이어는 캘리포니아에서 달릴 때에도 썼던 것인데 로드용 슬릭 타이어 중에 가장 튼튼한 타이어였지만 뉴질랜드의 거친 도로에서 수명이 급격하게 깎여버렸다. 새 타이어는 잘 버텨주면 좋겠는데...  어쨌든 이제 타이어를 교체했으니 남은 자전거 여행도 무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와나카가 특이한 점은... 꽤 구석진 곳 같은데 한식집, 그것도 고깃집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싼 소 생갈비, 신나게 구워 먹어 보자.


고기를 구워 먹었다면 마무리는 냉면이다. 맛있다는 평을 보고 기대했는데 너무 기대했나 보다.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배도 꺼트릴 겸 와나카 호수를 산책하러 간다. 저녁을 먹었으니 슬슬 어두워질 때가 되었다.


와나카 동쪽엔 비싸 보이는 숙소들이 많이 보인다.


와나카에는 뿔논병아리 보호 프로그램이 있다.


뿔논병아리들은 특이하게 생겨서 실루엣만 봐도 구별이 간다. 저 뒤의 네모난 박스가 뿔논병아리의 둥지다. 내일 날 밝을 때 다시 보러 와야겠다.


테 아나우와 밀포드 사운드 다음으로 와나카에 왔다. 테 아나우와 밀포드 사운드가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지라고 하지만 와나카 역시 멋진 곳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6번 국도 악마의 계단 구간과 퀸즈타운과 캐드로나 사이의 크라운 로드 급경사 오르막길 구간을 자전거로 달리지 않았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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