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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22

폭스 빙하 하이킹

by 존과 지니

2023년 1월 13일


폭스 글래셔의 숙소는 뉴질랜드의 평범한 모텔 그대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앞마당에 나왔더니 주인집의 검은 개가 보인다. 털에서 반질반질 윤이 나는 멋진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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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일정은 숙소 근처의 마테손 호수 주변을 걷는 것이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테손 호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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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겸 기념품 가게 옆으로 난 길을 걸으면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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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로 강을 건너면 본격적인 마테손 호수 산책로가 시작된다. 이 강의 이름은 클리어 워터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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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가 살고 있으니 개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다. 물론 야행성이면서 멸종 위기종인 키위를 볼 가능성은 없다. 사람과 함께 들어온 개, 고양이, 족제비들이 키위 멸종의 원인 중에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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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마테손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코스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돌까 고민하다가 반시계로 돌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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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들판을 걷다가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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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손 호수가 유명한 이유는 여기도 미러레이크처럼 호수 수면에 반사되는 산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름 끼고 바람이 부는 날이라 그런지 수면에 반사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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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랙트 아일랜드라고 하는 곳이 있어 내려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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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반사가 되긴 하는데 구름 낀 날이라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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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낀 오래된 숲 속을 걷다 보면 다시 호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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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끝의 뷰 오브 뷰스 (view of views)라는 곳으로 가는 표지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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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운트 쿡과 마운트 태즈먼이 보인다는데 구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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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바람 없는 날에는 이렇다는데 내가 못 보니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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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어가면 여기 호수에 장어가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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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안 보이고 주변에 이끼들은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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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또 호수면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설명은 뭐가 다 보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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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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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갈림길로 다시 돌아왔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돌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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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 중심부로 돌아간다. 폭스 글래셔에는 마을 중심부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식당, 매점, 관광센터... 가 전부다. 매점에서 간단한 것들을 사다가 점심으로 먹는다. 오후에는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여기 멀고 먼 폭스 글래셔까지 온 이유인 폭스 빙하 하이킹을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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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센터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몸무게를 기록한다. 편하게 폭스 빙하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는 산기슭의 빙하까지 헬기를 타고 가야 한다. 시간이 되니 사람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시킨 후에 버스를 타고 헬리포트로 이동한다. 하이킹할 때 입을 옷과 신발도 사이즈에 맞춰서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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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가득 차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이 두 팀으로 나누어서 두 대의 헬기에 나눠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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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팀 사람들은 먼저 와있던 하얀 헬기를 타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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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팀 사람들을 태울 금색 헬기가 도착한다. 버스에서 미리 헬기 어디에 앉을지 결정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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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은 몸무게가 가벼워서인지 조수석에 나란히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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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지는 경치를 아무 방해 없이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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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거대한 하얀 얼음덩어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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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내리면 안전지대로 잽싸게 이동해서 크램폰을 등산화에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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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재미있는 친구다. 이것저것 부지런히 설명하면서 계속 빙하를 깨서 주워 먹는다. 깨끗하니까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서 3시간 정도 걸어 다닌다고 한다. 여기 다 비슷비슷한 풍경이라 3시간이나 걸을 것이 있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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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니 거대한 얼음의 강이 보인다. 오전에 보았을 땐 구름이 가득하더니 다행히 지금은 맑다. 예약이 쉽지 않은데 날씨가 안 좋으면 당연히 취소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 날씨면 운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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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이드를 따라 걷는다. 우리는 자전거 고글도 가져왔다. 눈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을 무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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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한강 발원지에서 보았던 물줄기가 생각난다. 검룡소에서는 물이 바위를 깎아서 굽이굽이 흘러가는데 여기서는 얼음 틈새에 깊은 골을 내면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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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흐르는 물은 이렇게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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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사이 물웅덩이는 얼마나 깊은지 가늠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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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방수복을 입은 것이 아니다. 이런 물 떨어지는 폭포에서 편하게 사진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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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경치니 사진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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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고인 물이 예전에 많이 먹었던 캔디바 아이스크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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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마테손 호수에서 우리를 실망시켰던 구름인데 오후에는 멋진 장면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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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가지고 다니던 얼음도끼(ice axe)를 해보라고 준다. 지니님에겐 꽤 무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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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터널도 있다. 좁은 터널에 줄을 연결해서 통과하기 좋게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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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깊은 골짜기에도 내려가본다. 이미 가이드가 다 둘러보고 조사한 곳들이라 위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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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 한참을 이렇게 돌아다닌다. 사진 찍을 자유시간도 넉넉하게 주니 3시간이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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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여기저기에 얼음 터널, 물웅덩이, 절벽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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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물이니 당연히 차갑다. 마셔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손만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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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돌아갈 시간이다. 헬기 착륙장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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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웠던 금빛 헬기가 다시 왔는데 다른 팀을 태우고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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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을까지 고작 10여 km이기 때문에 헬기는 금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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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마을로 돌아왔다. 우리도 헬기는 처음 타보는데 하늘을 나는 경운기 같은 느낌이다. 헬기를 타는 것도 빙하 하이킹도 모두 버릴 것 없는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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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가이드 센터 건너편의 식당에서 치킨윙봉과 치즈버거를 주문한다. 영국계 나라들은 칼로리를 감자로 채우는데 감자튀김을 좋아하지 않는 지니님에겐 아주 힘든 식사다. 난 감자튀김이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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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한 번에 퀸즈타운까지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오늘은 중간 마을인 하아스트(Haast)에서 잔다. 숙소를 예약했는데 나쁘지 않다. 조용한 시골에서 쉬면서 느긋하게 산책을 해볼까 했는데... 여기는 샌드플라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다닌다. 하얀 커튼 때문인지 집안으로는 안 들어오는데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엄청나게 몰려들어서 물어뜯는다. 자전거 정비 좀 해보려 했다가 엄청 물렸다. 저녁 식사로 퀸즈타운에서 사서 가지고 다니다가 남은 김치와 밥과 참치를 이용해서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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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진정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자다가도 샌드플라이 물린 곳을 긁기 위해 발악을 하는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되었다. 긁어도 긁어도 피가 나고 진물이 나도 계속 가려운 지옥이 여기 뉴질랜드다.


1인 당 50만 원 정도 하는 빙하 헬리하이킹은 생각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헬기를 타는 것도 처음이었고 빙하 위를 걷는 것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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