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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n 19.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8

아오라키 1일차 - 후커밸리와 실리탄 트래킹

2023년 1월 9일


우리나라에 백두산이 있다면 뉴질랜드에는 아오라키산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틀 정도를 아오라키에 가기로 했다. 산에 간다면 당연히 트래킹이다. 오늘은 아오라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는 후커밸리 트래킹 코스와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실리탄 트래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비행장 2층의 숙소에서 잘 자고 일어났다. 아오라키를 관광하는 비행기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날아오른다.


우리도 푸카키 호수를 지나서 아오라키에 도착했다. 트위젤 비행장에서 약 60km 정도 떨어져 있다. 정확히는 후커밸리 트랙의 입구인 화이트호스힐 캠프그라운드 주차장이다. 아오라키 방문자 센터에서부터 출발해도 되지만 방문자센터에서 여기까지 30분 정도 걸어야 하니 여기 화이트호스힐에서 출발하면 그만큼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주차장 근처에 자전거길 표시가 있다. 알프스2오션 사이클 트레일이라는 코스인데 여기서 출발해서 오아마루까지 이어지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자전거 트레일 코스다. 총 301km이고 물론 비포장길이 많은 길이다.


주차장 위로 웅장한 눈산이 보인다. 해발 3,151m의 마운틴 셰프턴이다. 눈앞은 푸른 언덕인데 바로 뒤에 하얀 눈이 쌓인 바위산이 버티고 있으니 정말 오묘한 풍경이다.  


아오라키의 트래킹 코스 중에 가장 쉽다는 후커밸리 트랙. 오후에는 사람이 더 몰릴 테니 오전에 가기로 한다.


후커밸리 트랙은 나무가 별로 없고 경사도 심하지 않은 평지 코스가 대부분이다.


저 멀리 아오라키 빌리지의 방문자 센터가 보인다.


토끼와 새가 보인다. 근처에 고양이도 보이던데 잘 살아남겠지...


후커밸리 트랙은 3개의 출렁다리가 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그중에 첫 번째 다리가 나온다.


최대 20명만 올라가라고 한다.


상류 쪽으로 마운틴 셰프턴이 계속 보인다. 얼음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들이 모여 푸른 숲 사이에 모여 호수를 이룬다. 뭔가 삭막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이다. 이 호수는 뮬러 호수로 위의 후커 호수에서 내려오는 물과 셰프턴 산의 물들이 만나서 만드는 호수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두 번째 출렁다리도 나타난다.


뭔가 첫 번째 다리보다 부실해 보인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면 계곡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아오라키가 나타난다.



마운틴 셰프턴이 짊어지고 있는 커다란 얼음이 녹으면서 폭포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의 만년설이 물줄기가 되는 장면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다리를 건널 때쯤엔 날씨가 꽤 더워진다.


세 번째 다리를 건너 약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후커밸리 트랙의 종점인 후커 호수가 나타난다.


후커밸리 트래킹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가장 쉬운 코스이면서 아오라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후커 호수는 아오라키의 빙하에서 녹은 물이 아니라 아오라키의 빙하 자체가 밀려 내려오면서 만든 호수다. 호수에 유빙도 떠 있고...


가지고 간 쌍안경으로 호수 상류를 자세히 보면


호수 상류에는 빙하가 밀려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수에 둥둥 떠 다니는 유빙은 저기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호수가로 내려갈 수도 있다. 물 가까이에 내려가본다.


여기서 보는 아오라키도 멋지다.


빙하가 얼음이라고 해도 시커먼 먼지에 덮여있어서 그런지 그리 깨끗한 건 아닌데 빙하 녹은 물 역시 뿌옇다.


지니님이 손을 넣어본다. 얼음이 떠있는 물이니 당연히 차갑다.  


아오라키의 빙하뿐만 아니라 마운트 셰프턴의 물줄기도 일부는 후커 호수로 모인다.


이제 충분히 구경했으니 돌아가야 한다. 오후에도 일정이 있다.


후커 호수의 뿌연 물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이 물줄기는 후커 밸리의 계곡을 따라 흘러 거대한 푸카키 호수를 이룬다.


돌아가는 길이 꽤 더워졌다. 햇빛을 피할만한 그늘이 없으니 후커밸리 트래킹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왕복하면서 주변의 경치를 두 번 봐도 참 멋진 곳이다. 햇빛이 따갑지만 이렇게 맑은 날에 이 경치를 볼 수 있는 건 축복이다.


3개의 출렁다리를 다시 건너서 돌아간다.


화이트호스힐의 대피소 같은 건물로 돌아가서 챙겨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근처에 먹을 것을 파는 식당이나 가게는 없으니 도시락을 싸오지 않으면 방문자 센터로 가야 한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쉰 후에 오후에는 실리탄 트래킹 코스를 가기로 한다. 바로 여기서 올라갈 수 있는 오르막길 코스다. 이 코스의 가장 끝이자 가장 높은 곳에 뮬러 헛이 있는데 반나절에 가기엔 너무 먼 곳이고 하루 자고 내려오는 곳이다. 우리는 가볍게 트래킹을 하는 것이니 딱 중간에 있는 실리탄까지만 간다. 탄(Tarn)이라는 것은 작은 물웅덩이를 뜻한다.


조금 걸어가면 지도와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아오라키 마을로 가는 길과 실리탄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좀 더 가면 케아 포인트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단이니... 오르막길이다.


꽤 급하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조금만 올라가도 경치가 확 바뀐다.


이 트래킹 코스는 뮬러 호수를 조망하면서 올라가는 길이다. 멀리 아오라키와 후커호수가 보이고 아까 오전에 다녀온 후커밸리 트랙의 두 번째 출렁다리가 있는 물줄기가 보인다.


하류 쪽으로는 아오라키 마을과 푸카키 호수가 보인다.   


그늘 없이 강한 햇빛 아래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올라가야 하니 힘이 들긴 하는데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꼭대기인 뮬러 헛까지 가서 자고 내려오는 백패커들이라 커다란 박배낭을 메고도 우리보다 빨리 올라간다.


물웅덩이가 보인다. 저런 물웅덩이를 탄(Tarn)이라 한다. 뮬러 헛 트래킹의 딱 중간에 있는 실리탄 전망대다.


이런 척박한 곳에도 생물들은 자란다. 뭔가 뭉글뭉글한 개구리알 같은 것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빨간 실잠자리 한 마리가 바로 정면에 앉아있다.


실리탄 뷰포인트에서 보는 경치다. 아오라키와 후커 호수 그리고 뮬러호수까지 한눈에 보인다.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는 나나 지니님에게도 멋지고 생소한 풍경이다.


셰프턴 산은 더욱 가까이에서 보인다. 바로 옆 골짜기까지 얼음이 밀려들어와 있는데 여긴 파릇파릇하다.


파노라마 사진으로도 찍어본다. 짧은 일정으로 후커밸리만 다녀가는 사람들은 보기 힘든 경치다.


아무리 멋진 경치라도 다 봤으면 돌아가야 한다.


실리탄에서 다른 사람들은 잠시 쉬었다가 뮬러 헛으로 올라간다. 여기가 거리 상으로는 거의 절반이지만 나머지 길은 더 거칠고 힘든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 급경사 계단을 아래로 봐야 하는데 자꾸 눈앞에 멋진 경치가 시선을 끈다.


케아 포인트 갈림길로 돌아왔다. 케아포인트는 뮬러 호수로 가는 길이고 여기서 그리 멀진 않은데 잠깐 고민하다가 가지 않기로 한다. 우린 이미 더 높은 곳에서 뮬러 호수 전체를 조망했으니 이 정도는 넘어가도 될 것 같다.


다시 화이트호스힐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트위젤에 들러서 슈퍼에서 장을 봐온다. 케이준 치킨, 훈제연어, 양상추, 포장 옥수수에 로제와인까지 사다가 먹으니 훌륭한 저녁 식사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보다 3배 넓다고 한다. 그래서 짧은 일정으로 오는 관광객들은 아오라키에서 후커밸리를 걷고 밀포드사운드에서 크루즈만 타고 가버린다. 밀포드 사운드도 그렇지만 아오라키도 후커밸리만 걷기엔 아까운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틀 일정으로 아오라키에 머물고 오늘은 후커밸리와 실리탄 트래킹을 했다. 시간과 트래킹 장비가 제대로 주어졌다고 해도 뮬러헛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는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여행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오라키의 1일 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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