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탈리아 종단 자전거 여행 7일 차

by 존과 지니

2025년 9월 24일(수)

[11일 차] Ferrara ~ Chioggia 88km / 누적 거리 768km



이틀간 자전거를 전혀 못 탄 데다가 치안이 안 좋은 지역으로 와버려서 어제부터 우울하다. 약을 먹으니 통증이 약간은 줄어든 것 같아서 조금 달려보기로 한다. 어제 먹다 남은 통닭 살을 발라서 보관해 놨었다. 공용 주방에 있는 조식 대용 음식들을 곁들여 함께 먹는다.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도 추적추적 오고 있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9시쯤 나섰다. 어제 차로 건너온 강을 다시 건너서 유로벨로 뚝방길을 탔다. 간간히 누더기 아스팔트가 있지만 대부분은 최근에 포장을 했는지 꽤 달릴 만하다. 자전거를 올라타고 내릴 때 여전히 팔이 아파서 웬만하면 쉬지 않고 천천히 계속 가는 편이 낫다.


40km가 넘어가니 배가 고파졌다. 둑길은 아까 끝났고 근처 마을에서 먹을만한 곳을 찾았다. 아직 오전이라 식당이 문 열 시간은 아니다. 겨우 하나 열려있는 바에 가서 크로아상과 오렌지쥬스, 그리고 레몬소다를 마시며 쉬었다. 별로 힘들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쉬어주는 것이 낫다. 정작 쉬고 싶을 때는 마을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는 탈만해서 오늘 키오자(Chioggia)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팔 때문에 최대한 샛길을 통해 가려고 구글지도가 알려준 곳으로 가봤는데, 공장부지라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곳이 많다. 왔다 갔다 한참을 헤매다가 그냥 SP 도로로 잠시 나왔다. 화물차는 왜 여기까지 많은 걸까..


아까 빵 하나만 먹었더니 금방 다시 배고파져서 달리다가 보이는 마을의 카페에 들렀다. 식당에 가서 제대로 먹고 싶었는데 문을 연 곳은 지금 여기 하나뿐이다. 아주 친절한 이탈리아 언니에게 제로콕과 참치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한 입 먹으려는 찰나 후두두둑 소나기가 내린다. 타이밍 예술이고만~


밤부터 아침까지 계속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종일 흐리고 시원했다. 가만히 있으면 좀 쌀쌀한가 싶지만 자전거 타기엔 아주 좋은 날씨다. 이탈리아는 아직 덥기 때문이다. 소나기가 금세 그친 후에는 하늘이 파랗게 맑아졌지만 뭉게구름이 계속 해를 가려줘서 좋았다. 목적지까지 25km 정도 남았다. 다시 출발~


여기부터 특히 예쁜 구간이 많았지만 다친 팔에 온 신경이 가 있어서 사진이 별로 없다. 최대한 우회해서 가긴 하지만 강을 건너는 다리는 거의 SS 도로를 타야만 한다. 차들은 알아서 나를 피해 가지만 나는 긴장의 연속이다. 비 온 뒤라 바람이 좀 부는데 곧 바다가 코앞이라 바람은 더 거세졌다. 화물차가 내 옆을 지나가면 휘청거린다.


드디어 키오자(Chioggia)에 도착했다. 어느 날 존이 말해준 '작은 베네치아', 키오자. 복잡한 건 질색이라 베네치아는 절대 갈 일 없을 나에게 알려준 이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나는 올드타운 본섬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차가 많아도 너무 많다. 키오자(Chioggia)는 내가 생각하던 고즈넉한 곳이 아니었다. 뒤도 신경 쓰지 않고 달리는 생활자전거 라이더들을 졸졸 쫓아서 겨우 섬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베네치아에는 더더욱 갈 일 없겠군. 올드타운이 있는 본섬의 길은 돌바닥에 좁기까지 해서 거의 끌바를 해서 천천히 호텔로 걸어갔다.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내 방이 아주아주 크다고 했다. 오늘 하나 남은 방을 처리하려고 부킹닷컴에 땡처리처럼 내놓았던 방을 내가 겟했다고 했다. 저녁 먹을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망설임 없이 이름을 알려준다. 오, 나름 구글평점 4.5다.


일단 숙소에 짐을 놓고 맥주를 마시러 나갔다. 팔 때문에 이틀간 술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 자전거를 타고나니 더운 날씨가 아닌데도 괜히 마시고 싶다.


비라 모레띠 생맥을 그란데로 두 잔 마셨다. 함께 먹으라고 내준 감자칩을 안주로 마시는데 바닷바람이 꽤 분다. 쌀쌀해져서 숙소에 들어와 샤워&빨래를 했다.


얼른 다시 나가서 키오자(Chioggia)를 구경해야 한다. 낮+노을+야경이 모두 보고 싶으니까! 식당이 오픈하는 7시까지 1시간 반을 슬슬 걸으니 섬 외곽과 운하를 거의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이쁜데, 실제로 보면 좀 지저분한 감이 있다. 여름철 성수기가 지나서 닫은 가게도 많았다. 하지만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인 듯. 물에 비친 하늘이 예쁘다. 그리고 노을은 뭉게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7시가 좀 넘어서 식당을 갔더니 아무도 없다. 유명한 곳 맞나? 그래, 보통 자기랑 친한 곳을 소개해주긴 하지.. 앉아서 메뉴를 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마구 들이닥친다. 그러다가 이제는 예약석 빼고는 자리가 없다면서 온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오 진짜 맛집인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아주 인자한 할아버지 사장님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베네토의 마지막 날이 될 테니 프로세코 한 잔을, 새우와 라디치오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 모듬 생선구이와 샐러드를 주문했따. 이 지역에 유명한 수산시장이 있으니 생선을 안 시킬 수 없다. 게다가 이제 동부 해안이잖아!

1인 손님이라 구석 자리를 받았다. 주방이 훤히 보여서 직원들과 가끔 눈을 마주쳤는데, 다들 웃으며 윙크를 해줬다. 귀요미들..


샐러드에 뿌려 먹을 수 있게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을 가져다줬는데 발사믹 안 먹는다고 하니까 이거 먹어보라면서 화이트 비네거를 가져다줬다. 찌끔 뿌려서 섞어 먹으니 이것 또한 별미다.


와, 넘모 맛있다. 그리고 북동부에서 유명하다는 장어도 같이 나왔다. 장어는 원래 맛있다. 사이드에 하얀 덩어리가 뭔지 물어보니 화이트 폴렌타라고 알려줬다. 찾아보니 옥수수 가루를 쑤어서 만든 이탈리아 북부·중부의 전통요리라고 한다. 맛은 가래떡인데 식감은 해쉬브라운. 신기한 걸 또 먹어본다.


맛있는 집은 뭐다? 디저트까지 먹는다! 티라미슈를 주문했더니 컵 꺼내가지고는 바로 만들어줬다. 아주 fresh한 돌체로군.


야무지게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내일이면 이 아름다운 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야경을 둘러본다. 걷다 보니 소화도 좀 되는 것 같다. 운하 옆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가 눈길을 사로 잡지만 난 이미 충분히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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