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탈리아 종단 자전거 여행 8일 차

by 존과 지니

2025년 9월 25일(목)

[12일 차] Chioggia ~ Comacchio 77km / 누적 거리 845km


7시 반에 조식을 준다고 해서 일어났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서 일어날 때마다 힘들다. 그래도 갈 길은 가야지... 조식은 간편하지만 있을 건 있는 작은 뷔페였다. 몰래 아메리카노 한 잔 때리고~ 간만에 삶은 계란이 있는데 냄새가 좀 이상하다. 요거트와 크로아상 위주로 먹는다.


9시에 출발하는데 섬 중앙로에 상인들이 그득하다. 오늘 장날인 것 같다. 길 양 옆으로 좌판이 쫙 깔리고 사람도 ㄱ그득해서 차는 지나갈 수 없다. 본섬 입구까지 살살 걸어 나왔다.


섬 들어올 때 겪은 혼돈의 카오스였던 길로 도시 입구로 다시 나가야 해서 어젯밤부터 걱정됐는데 오전이라 그런가 다행히 차가 어제만큼 많지는 않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 SS 도로를 제외하고 어지간하면 샛길을 타려고 한다. 여전히 큰길에서는 화물차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내 옆을 지나간다.


잠깐 쉬려고 카페를 찾다가 하나 들렀는데, 불도 안 켜져 있어서 열었나 말았나 싶다가 들어갔다. 여긴 레몬소다 달라니까 캔도 병도 아닌 그냥 컵에 따라진 걸 갖다주고, 카드 계산도 안 된다고 했다. 화장실 갈 때 보니 게임장에 딸려있는 바였다..


오늘은 건너야 할 다리가 많아서 SS 도로를 몇 번은 잠깐씩 타야 한다.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달려본다.

잔잔한 강물이 세상을 담았다. 비포장이 잠깐씩 나왔는데, 확실한 곳을 제외하고는 끌바를 한다. 여기서 또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큰 도로를 더 타야 할 일이 없어졌을 때 지나가던 마을에서 밥을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고 카페만 하나 열었다. 들어가서 피스타치오 크로아상, 라떼 마끼야또, 제로콕을 먹었다. 주인아줌마는 되게 싸나워 보였는데 내가 짧은 이탈리아어를 말할 때마다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어댔다.

구글에 나온 것보다 열지 않는 식당은 훨씬 더 많아서 요 며칠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간단히 빵으로 칼로리만 채우고 저녁에 올인해서 먹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거였나...


남은 거리를 달리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진다. 비가 안 오면 좋겠는데... 온다. 아침부터 가방에 달아둔 양말이 걱정된다. 이제껏 바짝 말랐는데, 다시 젖게 할 수는 없다. 그치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라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드디어 코마키오(Comacchio)에 도착했다. Federica의 남편이 여긴 멋진 마을이고 운 좋으면 수천 마리의 홍학 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들렀다. 마침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고...


예약한 숙소는 셀프 체크인 체제인데, 정문을 겨우 열고 들어가서 긴긴 메시지를 읽고 있으니 바로 옆에서 가게를 하던 호스트가 들어왔다. 나보고 프로 자전거 선수냐고 물었다. 나중에 보니 열쇠고리가 자전거 선수 모양이고, 복도에도 싸이클링 사진과 그림이 그득한걸 보니 자전거를 취미로 하는 호스트인 것 같다. 어제처럼 추천 식당을 물어보니 기꺼이 알려줬다.


일단 짐을 두고 근처 바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비가 지금도 오락가락해서 바람이 불고 서늘하지만 뷰를 보기 위해 테라스 자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어제는 감자칩을 주더니 오늘은 짭쪼롬한 아몬드 강정을 준다. 바닷가의 인심...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빨래를 하고, 만 형태의 바닷가로 나가본다. 혹시나 했지만 홍학은 없고 갈매기와 물오리들 뿐이다. 걔들도 맑은 날을 좋아하겠지...


구름이 내린 노을을 감상하며 산책로를 걸으니 존이 말해준 큰 그물잡이용 방갈로인 트라부코(trabucco)가 여럿 보인다.


시가지를 둘러보는데, '작은 키오자'가 여기에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한 키오자는 이런 거였다. 식당이 오픈하는 7시까지 구석구석 충분히 둘러봤다.


7시라 곧 영업이 시작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낮에 점심을 대충 먹었으니 저녁은 계속 2-3개씩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토마토 샐러드, 봉골레 파스타, 광어(?) 구이와 프로세코 비슷하게 탄산이 들어간 하우스 와인을 골랐다.


봉골레 파스타는 맛있는데 뭔가 나에겐 양이 적다. 그리고 빵으로 소스를 긁어먹어야 하는데, 뒤에 있는 흰 봉다리에 빵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밥을 다 먹고 알아버려서 아까운 소스가 남았다. 토마토 샐러드는 진짜 그냥 토마토만 하나 잘라서 나온다.. 올리브 오일을 잔뜩 뿌려서 먹어본다. 그리고 대망의 광어는 무려 싯가였는데, 사이즈 아주 큰 것이 내가 딱 좋아하는 그 맛이다.


이 식당은 테라스도 없이 골목에 덩그러니 있는데, 어떻게 알고는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와서 먹는지 모르겠다.


자전거 여행은 메뚜기 인생과도 같다. 내일 떠날 이곳이 또 아쉬워서 소화도 시킬 겸 다시 한번 거닐어 본다. 코마키오(Comacchio) 너무 조용하고 정감 가는 게 딱 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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