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7일(토)
[14일 차] Cervia ~ Mondolfo 101km / 누적 거리 1,017km
바닷가의 숙소는 보통 8시부터 조식을 준다. 휴양지 성격이 강해서 그런가 좀 늦게 주긴 하지만 뭐라도 먹고 가는 게 편하다. 오늘도 마음이 급한 사람은 나뿐일 테니..ㅎㅎ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게 다 있다. 일단 라떼마끼야또를 주문하고, 오늘도 씨리얼&오트밀을 무가당 요거트에 비벼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다음은 양상추&로메인, 토마토, 오이, 모짜렐라 치즈, 바로 만들어준 베이컨 오믈렛. 크로아상과 바나나&우유로 마무리하니 아주 배부르고 좋군.
어젯밤 투숙객이 총 4명이라고 말해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상 차려준 쿨시크 사장님, 고마워요. 이 근처가 철인 3종 경기로 유명한 곳인지, 내년에 또 와서 참가하라는 농담을 했다. 첫인상은 화난 줄 알았는데 은근히 츤츤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테라스를 나갔을 때는 날씨가 흐린 줄 알았는데 막상 출발하려고 나와보니 날씨가 맑다. 골목골목 높은 호텔 건물이 많아서 아침 일찍은 그림자가 졌던 것 같다.
아무튼 출발~ 당분간 건너야 할 다리가 많아서 지도를 계속 확인한다. 이래서 가민에 루트를 넣는가 보다... 내 가민은 여기 지도도 받아놓지 않아서 하얀색 빈 화면에 내가 간 경로만 그리고 있다.
오늘은 특히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 도로가 있다. 신기하지만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바닷가가 슬슬 보이는데 일방통행 방향을 지켜야 해서 계속 해안에 붙어가기는 힘들다. 우회했다가 해안 도로와 다시 합쳐졌는데 이놈의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는 건물들 때문에 건물 사이사이로 파란색 바다가 조금씩만 보인다.
차라리 뒷골목이 나무 그늘도 있고 해서 나은 것 같다. 뒤편 골목의 메인도로에서는 화려하게 뽐내고 있는 다양한 호텔과 Fancy 하게 꾸며진 식당&카페를 보는 맛이 있어서 이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렇게 50km 정도 달렸을 때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아저씨가 동네 핵인싸 마냥 아주 유쾌하고, 심지어 간단하게 식사도 파는 것 같았다. 원래는 빵을 먹으려다가 연어 포케가 있어서 주문해 봤다. 레몬소다도 한 잔 주세요, 얼음이랑여!! 더욱 잘 먹기 위해 간단한 이탈리아 말을 익히고 있다.
포케는 쌀, 적양배추, 녹색콩, 훈제연어, 마늘후레이크가 얹어 나와서 그럭저럭 먹었다. 다 먹고, 라떼 마끼야또도 한 잔. 이 나라는 밥 먹고 나서 디저트나 커피를 시키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디카페인으로 마셨으니 점심 식후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길이 복잡한 와중에 해안의 꾸불길을 피하기 위해 잠시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꼬부랑 해안길도 좋지만, 시야가 안 나오는 도로 특성과 팔 부상으로 상체를 거의 못쓰고 있는 몸뚱아리의 여파로 업힐이 힘들어서 우회하기로 했다. 내륙은 다소 짧은 업다운이 있었는데 해안으로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는 위안을 하며 나아가본다. 해안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철길 아래를 지나고, 고속도로 위를 건너간다. 그러다가 다시 바다를 만났다.
쉴 때가 되었으니 적당한 바에 멈춰서 제로콕을 두 잔 마셨다. 친절한 아저씨는 두 번째 콜라를 주문할 때도 새 얼음잔을 가져다줬다. 화장실도 좀 가고 쉬면서 숨을 돌렸다.
다시 해안 자전거 도로를 탔다. 보행자가 간혹 있어서 속도는 안 나지만 길이 대단히 매끄럽다. 그리고 처음으로 바다에 꼭 붙어 달리고 있어서 더 좋다.
이 길은 곧 SS 도로와 기찻길 사이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되었다. 여기도 매끈매끈한 아스팔트 길이다. 큰길을 피해 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사치가..
해안은 곧 큰 도로만 이어지기 때문에 살짝 안쪽으로 우회를 하게 됐다. 그런데 비포장이 나타났다. 오늘 아침에 체인 오일을 새로 뿌렸는데... 내가 길을 잘못 들었던 거다. 비포장을 하도 타서 그게 익숙했나벼.. 새로 포장한 길을 찾아서 가다 보니, 잉? 결국엔 비포장이 되네? 방심하다가 구덩이에서 넘어질 뻔 한 걸 가까스로 살아났다. 또 넘어지면 큰일 난다는 나의 본능이 발동했다. 이 길은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됐는데, 포장길도 아주 거칠어서 아픈 왼쪽팔에 계속 충격이 오는 게 걱정됐다. 아까 콜라 마실 때부터 날이 흐려졌는데, 이 거친 도로에서 비까지 오기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아서 고글을 벗어버리고 일단 가본다.
숙소를 찾아 어찌어찌 간다는 것이 SS 도로까지 와버렸다. 어차피 숙소가 이 도로에 있으니 그냥 가면 최단거리이긴 하다. 마을 안이라 차들이 살살 다녀서 SS 도로인 줄 몰라봤나 보다.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내 정보가 없는지, 이탈리아 말로 마구 얘기한다. 번역기로 20분 전에 예약했다고 하니, 여기저기 막 전화를 하다가 방을 줬다. 방에 있는 정보지를 보니 1층의 레스토랑 저녁식사 시간이 19-21시라고 적혀 있다. 급하게 샤워&빨래를 하고 내려갔다. 비가 점점 많이 와서 다른 곳을 갈 수도 없다.
자리가 없다고 한다. 뭐라고? 이 외곽에? 비 오는데 다른 곳으로 가야 해? 휴, 다행히 조금 기다리면 자리가 날 때 알려준다고 했다. 방에 있으면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테라스에서 생맥주 먹으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잠시 후, 그 직원이 다시 와서는 "자전거 여기 1층에 두지 마. 식당 손님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니 니방에 갖다 놓는 게 안전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자전거를 방으로 옮겨놓고 오니 식당에 자리가 났다고 들어오라고 한다.
메뉴가 이것 저것 있는데, 47유로짜리 제일 비싼 코스를 주문했다. 요 며칠간 혼자 저녁을 먹어도 50-60유로 이상 나왔으니, 1인도 저렴하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코스가 내게 딱이다. Coperto(자릿세)도 포함되어 있으니 킹왕짱임.
처음에는 뭐, 그래. 적당하군.. 하면서 먹었는데 나중에 음식이 계속 나오면서 '먹고 한 번 배 터져봐라'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물, 와인, 안티파스티, 파스타, 모듬 생선구이, 해산물 튀김, 감자튀김이 나왔다. 음식이 많이 나오고, 중간에 텀도 있다 보니 3시간 넘게 식사를 했다. 마지막에 두 가지 종류의 튀김이 나왔을 때는 한 입만 겨우 먹고 항복의 의미로 테이블 냅킨을 흔들었다.. 앞으로 코스는 주의해서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와인, 다 먹었네? 더 줄까?"
'제발, 그만..ㅠ'
주말이라 그런가, 저녁 10시가 넘어도 손님이 계속 들어온다. 아직 남은 디저트(레몬 소르베, 라떼 마끼야또, 티라미슈)를 싹싹 긁어먹고, 터질 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위층의 방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