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탈리아 종단 자전거 여행 12일 차

by 존과 지니

2025년 9월 29일(월)

[16일 차] Porto Sant'Elpidio ~ Francavilla al Mare 116km / 누적 거리 1,220km



조식 포함 숙소를 예약했지만 여기는 조식을 차려주지 않고 근처 바에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이런 스타일의 장점은 아침을 일찍 먹을 수 있어서 빠른 출발이 가능하다는 것, 단점은 양이 적다는 것.


예상대로 커피 한 잔과 빵 하나였다.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간 크로아상과 라떼마끼야또를 먹었다. 배가 고파지면 가다가 또 먹으면 된다.


바다를 따라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오늘은 날이 맑으니 기분이 좋다. 게다가 바다가 보이니 이제야 동부 해안에 온 것처럼 신이 난다.


이 길은 바닥에 바짝 붙어서 가기도 하고, 조금 떨어져서 가기도 한다.


푸른 바다가 반짝반짝 보이는 곳에서 괜히 자전거를 세워놓고 사진도 찍어본다.


아,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바다 전망이 나오는 멋진 카페에서 쉬고 싶었는데, 고르고 고르다가 다 지나쳐버리고 결국은 볼일이 급해서 항구 앞 아저씨들 많은 그런 바에 와버렸다. 날이 꽤 선선해져서 땀이 잘 안 나니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라떼마끼야또와 크로아상을 하나 주문해서 먹고 마무리로 코카 제로도 한 잔 마셔준다. 배 타는 아저씨들이 잔뜩 와서 자꾸 말을 거니 정신이 없다. 이곳을 빨리 떠나는 것이 휴식인 것 같다. 이제 로컬은 그만 가고 싶어...


키오자(Chioggia) 전까지 내륙을 달릴 때는 뭔가 한적한 동네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해안으로 나오니 좀 더 활기찬 느낌이 든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나 잘 조성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다시 달려본다.


가다 보니 자전거 가게가 보였다. 바퀴에 바람을 넣은 것이 1주일이 넘어서 들어가 봤다. 또다시 손으로 칙칙 허공에 펌프질을 하니 아저씨가 알아듣고는 수동 펌프로 챡챡 넣어준다. 고맙읍니다..


오늘 증말로 자전거 도로가 넘나 예술이다. 가끔 인도 겸용 보도블럭이 있지만 대부분 매끈매끈하다. 더욱 중요한 건 보행자와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다리들이 많다. 그동안 강을 건너려면 SS 도로로 나가야 했는데, 오늘은 딱 한 번 밖에 타지 않았따. 개이득!


아직 배가 고프지 않지만 점심시간이 됐으니 뭐라도 좀 먹어놔야 할 것 같다. 열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요리조리 보는데, 입구에 자전거 두 개가 놓인 곳이 있다. 라이더 2명이 자전거를 타다가 밥을 먹고 있는 거라면 식당이 열려있겠지?

아주 유쾌한 사장 아저씨가 반겨주면서 오늘 몇 킬로 탔냐고 내 가민까지 막 본다.


참치가 들어간 샐러드와 모듬 과일 큰걸 시켰는데, 과일이 대단한 접시에 아주 많이 나왔다. 이렇게 큰 게 나올 줄 알았으면 작은 걸로 시킬걸... 초반에 식당이 거의 없는 내륙 소도시를 달리면서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자'는 욕심이 생겼는데 이게 사라질 기미가 없다. 결국 과일은 조금 남겼다. 그래도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가고 핸드폰 충전도 하고, 바다도 실컷 보면서 충분히 쉬다가 간다.


자전거 도로는 계속 대박적이고, 중간에 짧은 공원 내 비포장길이 나왔지만 탈만했다.


계속해서 아드리안 해안 자전거길 6번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러다가 페스카라(Pescara)를 지나니 자전거 도로가 애매해져서 도로로 나왔다. 음료와 과일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가 거의 다 됐는데 화장실이 또 가고 싶어..ㅠㅠ


결국 5km도 남지 않은 지점에서 카페에 들렀다. 부담 없는 가격의 라떼마끼야또를 주문해 놓고 화장실을 먼저 다녀왔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는 보통 전날 밤에 검색하면서 몇 군데 후보지와 순위를 마음속에 정해놓고, 마지막 휴식 시간이나 라이딩이 끝나갈 무렵공실이 남아있는 것을 예약한다.


커피를 다 마시고 출발해서 다음 마을에 도착했고, 지도에서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았다. 500m를 앞두고 철길 밑 굴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여기에는 사람이 다니는 계단만 있다. 짐이 달린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지하로 건너본다. 큰길을 최소한으로 타게 하려는 구글 너의 마음을 이해해 볼게..


숙소는 메시지로 미리 보내준 코드를 누르고 들어가는 셀프 체크인 체제였다. 들어왔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바로 씻으려고 옷을 벗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잠시만여!!'

후다닥 옷을 다시 입고 문을 여니 호스트 아줌니가 문 앞에 서있었다. 내일 아침식사 대용 바 쿠폰과 열쇠(전자식 잠금장치가 고장 나서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사용)를 주고는 이래저래 이탈리아 말로 한참을 말하다가 나갔다. 그러고도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왔다.

"I'm always here for you.."


샤워&빨래를 하고, 머리를 자연건조하면서 근처의 식당을 검색했다. 마침 아주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어서 가봤는데 영업을 안 하는 것 같다. 해안가의 식당은 성수기인 여름에만 문을 여는 곳이 아주 많아서 구글의 영업시간을 다 믿어서는 안 된다.


굴다리를 도로 건너가서 광장 앞 몇 개 되지 않는 식당을 서성거리다가 사람이 제일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신선한 트러플이 들어간 부드러운 계란요리, 까르보나라, 생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를 홀짝거리며 음식을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서 뭔 고기를 먹는 것이 맛있어 보여서 물어보니 와규 스테이크라고 한다. 고민하다가 그것도 추가로 주문했다.


계란은 트러플향이 낭낭하지만 양이 적었고,


까르보나라는 치즈와 베이컨이 많이 들어가서 좀 짰지만 훌륭한 원조의 맛이었다.


그리고 와규는.. 완전히 꽃등심 부위였는지 내가 싫어하는 질긴 막과 비계 부분이 많아서 반 이상 남겼다. 또다시 먹을 것에 욕심을 부리다가 이 사달이 났다. 내일부터는 진짜 자중하도록 해야겠다.


다시 굴다리를 건너서 숙소로 돌아간다. 입구를 방황하던 고등어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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