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탈리아 종단 자전거 여행 15일 차

by 존과 지니

2025년 10월 2일(목)

[19일 차] Zapponeta ~ Bari 104km / 누적 거리 1,542km



얼마 되지도 않는 아침식사는 어제 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식량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에 빵집이 있던 게 기억나서 아침 일찍 나가보니 간판불이 꺼져있다. 7시도 안 되긴 했지... 어? 지금 불이 켜졌다. 들어가서 대왕 크로아상 2개를 사 왔다. 숙소에서 커피를 내려 같이 먹으니 카페에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어났을 때는 흐리고 곧 비가 올 것 같았는데, 출발하려니 해가 떠서 다행이다. 어제 구글 지도를 검색하는데 자꾸만 돌아가는 길로 안내를 해주는 게 이상했다. 알고 보니 공사구간이 있어서 통과할 수 없는 길이 있었고, 자동차나 도보 경로로 찍어봐도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 잘했어, 구글! 에둘러가는 길 때문에 거리가 10km는 늘어난 것 같다. 그래도 큰 도로로 나온 덕분에 노면은 좋은 편이다.


오늘은 SS 도로를 최소한으로 타야만 한다. 이 근처는 E 고속도로와 SS 도로 3개가 엉켜있는 곳이라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강을 지나기 위해 다리를 건너거나 꼭 지나가야만 하는 곳에서 조금씩 타본다. 마을로 빠지니 자전거 도로가 잠깐 좋았다가 곧 거지 같아졌다. 풀리아 지역에 들어오니 차도든 자전거길이든 좀 실망이다. 잘 사는 동네, 롬바르디아의 자전거 도로가 그리워졌다.


그냥 차도로 나가서 정신없는 마을을 지났다. 겨우 샛길로 빠지니 포도밭이 나타난다. 밤새 비가 내려서 도로에 물웅덩이가 많이 생겼다. 자전거가 망가질까 봐 자전거를 둘러업고 가생이의 진흙밭을 걸어간다 신발은 엉망이 되었지만 다행히 자전거는 무사하다. 또다시 자전거에 진흙이 잔뜩 껴서 아무 곳에서나 갑자기 1박을 하고 싶지는 않다.


바를레타(Barletta)에 다다르니 자연스레 해안으로 나오게 됐다.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어서 파도도 미쳐버렸다. 요 며칠 밥을 션찮게 먹어서 이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 해안의 식당은 모두 닫아서 시내 안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귀찮으니 그냥 가는 길에 카페에서 빵이나 먹기로 한다.


앗, 맥도날드! 커다란 회전교차로를 돌다가 발견한 맥도날드에 바로 들어갔다. 키오스크에는 영어도 지원이 되고 자리마다 있는 콘센트 덕분에 휴대폰도 충전했다.


매콤한 치킨과 베이컨이 들어간 신메뉴 콤보를 먹었는데 평범한 걸 보면 그들만의 조합을 돌려 막기 하는 것 같다. 사이드는 샐러드를 골랐는데 추가금 없이 올리브오일 드레싱까지 나오는 것이 개이득이다.


이제부터는 SS 도로의 뒷길을 가는데, 이것도 주요 도시를 다 통과하는 준 간선망이라 차가 아주 적지는 않다. 오~ 갑자기 자전거 도로가 생겼다. 오? 그런데 이제 차량 통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음, 그래도 자전거 도로가 있는 편이 낫지. 열심히 달리는데 통행금지 표지판이 나타났다. 여기도 공사 중이라 도로가 통제된 것 같다. 어쩐지 구글이 내륙으로 안내를 하더라니... 어쩐지 차가 없더라니... 자전거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거리가 늘어났다. 미리 좀 표시해 주세요..ㅠ


큰 도로 바로 옆의 샛길로 간다. 다 바랜 표지판이 있는 걸 보니 예에에에엣날에 쓰던 도로인 것 같다. 여기도 노면은 아주 별로다.


심지어 건너기 힘든 물웅덩이가 마음에 안 든다. 오늘 아침에 체인 오일을 새로 뿌렸단 말이다... 제일 위험한 건 흙탕물 아래 어떤 홈이 파여있는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으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 가장자리의 돌덩이 위로 자전거를 올리고 잔디를 밟으며 살금살금 가보는데, 이런... 왼쪽 신발에 물이 살짝궁 들어왔다. 어제 처음으로 세탁기에 돌린 양말인데...ㅠㅠ


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고가다리를 넘어가니 자전거 도로가 나왔다.


성당이 보이는 마을에서 쉬기 위해 커피와 레몬소다를 마셨다. 맥도날드에서부터 쌀쌀해져서 자켓을 입었는데 갑자기 해가 막 나와서 자켓을 벗을까 말까 고민했다. 구름이 금방 해를 가려버려서 결국 벗지는 않았다.


다시 출발하니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는 점점 거세져서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달리다가 큰 나무 밑에서 잠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비가 내리던가, 바람이 불던가...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그나마 바람은 북서풍쯤이라 차라리 나은 것 같다. 순식간에 도로 중앙으로 날 밀어냈던 체팔루(Chfalu)의 측풍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바리(Bari)로 바로 들어가는 길은 큰 도로를 타야 해서 살짝 내륙으로 돌아갔다. 차가 왜 이렇게 많고 정신없나 했더니 바리 공항 근처였다. 맙소사... 해는 다시 떴는데, 바닥에 고인 물 때문에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차가 너무 많고 쉴 곳이 없는 데다가 거리도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천천히 타고 갔다.


세계적인 도시 바리로 들어가는 길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보통 큰 도시는 초입부터 짱짱하게 깔려있던데.. 심지어 철도 밑을 지나는 굴다리는 교통체증과 가장자리의 배수구 폭탄 때문에 나를 인도로 걸어가게 만들었다. 숙소까지 가는 길은 일방통행인데도 차가 그득하고, 신호등은 또 너무 많다. 이래서 큰 도시는 오기가 싫다.


예약한 숙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셀프 체크인을 진행해야 했다. 건물 1층에 한참을 서서 온라인으로 체크인과 도시세 납부를 마쳤는데, 방 번호나 출입을 위한 정확한 안내가 없다. 호스트에게 전화를 했더니 왓츠앱으로 사진과 메시지를 잔뜩 보내줬다. 거의 방탈출 게임을 하듯 방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한식당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기 위해서 오늘의 숙소는 위치를 1순위로 고려했던 아파트를 선택했다. 샤워&빨래를 하고, 대망의 한식당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페라라(Ferrara)의 한식당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한식의 맛은 안 났다. 여긴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니 잔뜩 기대해 본다.


먼저 한국 소주&맥주를 주문하니 쏘맥을 제조할 수 있게 큰 잔도 같이 줬다. 소주와 맥주를 황금비율로 따른 후 숟가락으로 빡! 쳐서 거품을 냈더니,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마, 이게 한국인이 말아먹는 쏘맥이다!


식사로는 문어라면, 닭갈비, 김치찜, 공깃밥을 주문했다. 친절한 이탈리아 직원에게 영어와 이탈리아를 섞어가며 주문했는데, 한국인 사장님이 오셔서는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이탈리아에 와서 그동안 나왔던 배가 이틀 만에 쏙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원래 메뉴 3개씩 먹어요...

서비스 애피타이저로 나온 김치 포카치아를 안주 삼아 쏘맥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풀리아 특산물인 문어를 넣은 라면, 직접 담근 김치로 푸짐하게 고기를 감싸놓은 김치찜, 매콤 달콤한 닭갈비까지 굶주린 듯 챱챱 먹고 있었더니 사이드로 판매하는 김치까지 서비스로 받았다. 넘모 햄복했고, 남김없이 맛있게 다 잘 먹었다.


라떼마끼야또를 마시면서 내일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 바리에서 하루를 쉬면서 둘러볼지, 조금만 이동하고 다른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을지, 타란토(Taranto)까지 100km를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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