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이탈리아 종단 자전거 여행 18일 차

by 존과 지니

2025년 10월 5일(일)

[22일 차] Gioia del Colle ~ Taranto 5km / 누적 거리 1,619km



페페는 오전에 볼일이 있어서 7시에 나간다고 말했던 터라 아침식사는 페페의 어무이와 둘이 간단히 먹었다. 거의 다 먹었을 무렵 바늘에 실을 꿰달라고 3개나 가져왔다. 챡챡챡 다 해드리고 방으로 돌아와서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 오전 9시 반 기차를 타고 타란토(Taranto)로 점프를 하려고 한다. 서둘러 나가려니 어무이가 배웅을 나와서 역으로 가는 방향까지 알려주신다.

'Mama! Chao, Grazie, Ti amo~'


또다시 일방통행 지옥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간다. 역까지는 어차피 걸어서 10분 거리라 살살 끌고 갔다. 페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볼 일을 끝내고 얼른 기차역으로 오겠다고 했다.


"큰 도시에서는 반드시 조심하고, 자물쇠 꼭꼭 채우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연락해. 나는 차가 있으니 니가 위험에 처한다면 풀리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어!!"


자전거가 그려진 열차칸에 탑승했다. 하나의 자전거 칸에는 8개의 자전거를 세워서 걸 수 있도록 거치대가 되어 있었다. 내가 탔을 때는 자전거가 하나도 없어서 대충 구석에 기대어놓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60km 정도의 거리인데 기차를 타니 고작 39분이 걸린다.


오늘 점프를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전에 출발했던 마을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같은 길을 다시 가고 싶지 않음

2. 타란토(Taranto) 입구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부분은 큰길을 타야 하기 때문에 다소 위험함

3. 정오부터 비 소식이 있어서 더 이상 비를 맞고 싶지 않음


이 기차는 바리(Bari)에서 타란토(Taranto)까지 운행하는 지역 열차라 정해진 좌석이 없고, 자전거를 위한 비용도 따로 없다. 종점에서 모두 내렸다.


역에서 숙소를 예약한 시내까지는 작은 섬을 잇는 다리 두 개를 건너가야 한다. 체크인은 1시에나 된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섬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며칠 만에 다시 바다로 나왔는데, 바람은 불지만 맑고 따뜻해져서 그런대로 기분이 좋다.


올드타운이 있는 작은 섬은 아주 작아서 걸어서 구경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차피 중앙의 길은 돌바닥이 대부분이라 걷는 편이 낫기도 하다. 가다가 골목의 카페에서 괜히 라떼마끼야또와 레몬소다를 마셔본다. 해가 골목까지 따뜻하게 들어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자니 노곤해진다.


섬을 더 둘러보다가 골목의 계단에 예쁘게 차려놓은 식당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파파르델레에 포르치니와 봉골레를 넣어서 만든 파스타를 먹고,


체크인 시간이 돼서 살살 자전거를 타고 갔다. 본토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아주 큰 성벽이 보인다.


숙소에 와서 체크인을 하는데 호스트에게 전화를 하면 원격으로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 문이 안 열려서 계속 전화를 하니 아주 세게 팽! 밀치라고 한다. 거의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처럼 한쪽 어깨로 문이 부서져라 밀쳤더니 그제야 문이 열려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다행히 방 안에 키가 있었다.


오늘은 크게 일정이 없어서 시내 중심가를 관통해 성벽이 보이는 해안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적당한 바가 있어서 스프리츠 아페롤과 캄파리를 한 잔씩 마시니 취기가 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을 잠깐 자고, 샤워를 했다.


체크인하면서 호스트에게 추천 식당을 물어봤었는데, 본인이 자주 간다는 고깃집을 알려줬다. 식당을 가려고 나서니 비가 엄청나게 온다. 오늘의 비는 예보보다 늦게 와서 사실 낮에 자전거를 타고 왔어도 될 뻔했다. 어쨌든 저녁을 먹어야 하니 6시 반쯤 갔는데 8시에나 오픈한다고 해서 빗길에 모자를 뒤집어 쓰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조금 쉬다가 오픈 시간에 맞춰서 다시 갔더니 어제와 같은 식육식당이었다.


적당히 이것저것 골라서 샐러드와 같이 먹었는데, 그럭저럭 잘 고른 것 같아서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올리브유를 발라 갓 구워 내온 빵이 아주 맛있어서 아그작아그작 씹어먹다가 어금니의 교정 철사가 끊어져 버렸다. 치과 원장님의 잔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알게 됐는데, 다행히 보조 철사만 끊어진 것이라 교정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한 상 차려놓고 혼자 열심히 먹으니 자꾸 사람들이 쳐다본다. 이게 아니더라도 동양인이 없는 마을에 매일같이 돌아다니니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페페가 챙겨준 매운 고추오일을 꺼내서 같이 먹는데 계속 먹으니 맵다 못해 속이 쓰리다. 그래도 매운맛이 가미되어야 한식 생각이 좀 덜 난다. 다 먹고 라떼마끼야또로 속을 달래려고 했는데 이 식당에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탈리아에 이런 곳이 있다니..


숙소로 돌아오는데 비가 그쳤다. 확실히 기온도 많이 올라간 것 같다. 내일부터 따뜻한 남쪽 나라를 다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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