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토)
[28일 차] Alberobello ~ Matera 73km / 누적 거리 2,102km
간밤에 보일러와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놨더니 온 집안이 따뜻해져서 아주 잘 잤다. 오늘은 준비된 걸 차려먹는 조식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커피, 우유, 주스, 토스트비스킷, 버터&누텔라 등이 있다. 야무지게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대성당과 트룰리존이 보이는 테라스로 나가보니 지금은 흐리지만 곧 개일 것 같은 하늘이다.
상콤하게 샛길로 시작했더니 업다운이 심해서 자켓을 곧 벗었다. 그러다가 구글에서 안내한 자전거 도로로 갔는데 입구에 자전거 경로 표지판이 있는 비포장이 나왔다. 그냥 SS 도로에서 1km가량 달리다가 다음 샛길에서 다시 빠져나갔다. 푸티냐노(Putignano)부터는 주요 SP 도로를 따라갔는데 차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고속으로 쌩쌩 달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약 일주일 만에 지오이야(Gioia del Colle)에 돌아왔다. 시내는 들어가지 않고 둘러서 도시를 지나가려는데 철도를 건너는 도로가 공사 중이었다. 조금 더 돌아서 사람과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굴다리를 찾아 건넜다. 그리고 도로 주유소에 딸린 카페에 들어가서 라떼마끼야또, 코카제로와 손바닥만 한 피자빵 같은 걸 먹었는데, 빵이 두텁지 않고 패스츄리 같은 느낌이라 맛나게 다 먹었다.
페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알타무라(Altamura)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답장이 왔다. 마테라에서 갈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을 추천해 주면서 페페의 친구라고 말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검색해 보니 숙소는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이라 가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 빨래를 해야 하니 공용 욕실을 사용해야 하는 숙소에서 지내는 것은 불편하다. 20대에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도미토리만 찾아다녔는데, 나이를 먹었나 보다. 숙소는 마침 남자방만 여유가 있어서 어차피 갈 수도 없었다.
마테라(Matera)로 가는 길은 산테라모(Santeramo) 입구를 거치는 샛길을 통해서 갔는데 노면이 아주 좋고 자전거 경로 표지판도 잔뜩 있는 게 꽤괜~
날씨는 아주 맑아졌고,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덕분에 아주 그냥 자전거 탈 맛이 난다. 마테라 입구는 꽤나 오르막이었다. 언덕 위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났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바에 갔다. 아직 2시 정도라 숙소 체크인 시간은 되지 않았고 날이 더우니 시원한 생맥주를 당장 마셔야만 한다. 생맥은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그란~데로 각각 한 잔씩 마셨더니 넘모 햄복하다! 테라스에 앉아서 숙소를 검색하는데, 어제 봐 뒀던 B&B 가격이 확 올랐다.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이랑 금액이 얼마 차이 안 나서 그냥 호텔을 예약했다.
3시 좀 넘어서 호텔로 갔다. 체크인을 하니 지하 주차장 옆 창고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줬다. 이상하게 이탈리아 맥주는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기분이라 살짝 낮잠을 자고 나서 샤워&빨래를 했다.
배가 너무 고파져서 일단 카페로 갔다. 초콜릿이 들어간 크로아상과 초코를 뒤집어쓴 견과류, 라떼마끼야또를 주문했다. 그런데 빵을 다 먹도록 커피가 나오지 않았다. 직원이 아마 내 주문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다시 들어가서 커피는 결제 취소해 달라고 말하니 2유로를 취소해 줬다. 커피 2.5유로 아니었나?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 2유로가 맞겠지..
나와서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커피를 마시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끝내 다른 카페를 들어갔다. 라떼마끼야또와 오렌지 착즙 주스를 주문하고 앉았는데, 왠 이상한 곳에서 사람들이 나온다. 알 수 없는 문을 통과하니 마테라 구시가지 전경이 보이는 작은 테라스에 테이블이 딱 두 개 있는데, 거기서 한 무리가 나온 것이었다. 치우지도 않은 빈자리에 가서 얼른 앉았다. 아까갔던 카페에서 커피가 안 나온 것이 이런 행운으로 다가올 줄이야..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고 싶어서 사과파이와 라떼마끼야또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caldo한 커피가 freddo해질 때까지 나는 계속 앉아있었다. 마테라의 낮, 노을, 밤을 모두 보고 왔다. 그리고는 단돈 9유로를 지불했다. 마침 전망대로 유명한 지점 바로 옆이었는데, 아주 편하게 앉아서 모든 걸 지켜봤다.
7시가 넘으니 해가 거의 넘어가서 페페가 추천해 준 수제맥주집으로 갔다. 오늘은 토요일인 만큼 역시나 예약이 꽉 차있었는데, 8시 30분 예약 테이블에 앉으면 8시 20분까지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앉았다. 독일 에일을 주문해 놓고 식사 메뉴를 보는데, 아무래도 음식 종류가 많지는 않다. 오후 내내 이것저것 주워 먹었기 때문에 닭 허벅지살 구이 요리를 골랐다. 이 닭고기 진짜 누린내 안 나고, 간 적절하고, 뼈와 껍질 다 발라놓은 채로 노릇노릇하게 제공돼서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사이드로 나온 감자는 무슨 러스크처럼 빠삭&달달하게 튀겨 나와서 그것도 다 먹었다. 한 잔은 역시 아쉬우니 스코틀랜드 에일도 추가로 주문해서 마셨다. 맥주집이라 그런지 coperto도 없는 이곳에서 간단하지만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소화를 시키려고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구시가지의 야경을 한 번 더 눈에 담았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슈퍼에서 물도 하나 사서 돌아왔다. 주말이라 그런가 이 쌀쌀한 날씨에도 다들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내일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다. 이제 자전거를 탈 날이 3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