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OT MY S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라 Nov 24. 2021

전두환 사망으로 5.18의 슬픔은 끝날 것인가

전두환과 히틀러의 공통점

2021년 11월 24일 전두환이 사망했다.


 며칠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으로 놀랐었는데,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사망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5.18 헬기 사격의 증인이자 피해자인 이광영 씨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우연히 겹치니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노태우 대통령의 사망 당시에는 그를 조금은 안쓰럽게 생각하는 마음도 들었다. "보통 사람"을 강조하던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그의 잘못이 모두 용서받을 수 있는 종류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의 재임 동안은 독재라 정의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이 있다. 역사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고속도로 건설 등의 업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장례식을 찾는 정치인들이 있을 수 있었으리라.

 그에 반해 전두환, 그는 정말 사람조차도 미워서 죄가 더 쌓이는 인물이다. 끝까지 잘못한 것이 없어서 사과를 못한다는 그.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할 사람인데 사과를 안 하는 걸 봐서는 정말 잘못한 게 없을 거라는 그의 부인. 그를 아직도 추종하는 측근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려버린 것일까?


 최근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이너서클>을 보고 히틀러와 같은 괴물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히틀러와 히틀러 일당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망상'이 일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망상은 히틀러를 신적인 존재로 만들고, 그가 죽자 따라서 자살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히틀러의 이너서클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정말 같은 사람을 저렇게 많이 죽일 수 있나? 그것도 죄책감 없이 집단으로? 독일 전체를 망상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히틀러는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 나아가 독일 전체가 그토록 미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무섭고 놀라웠다.

 유럽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역사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여러 독재 정권들이 떠올랐다. 중국에서는 분서갱유 한 진시황과 자신의 아들들을 폐위시키고 여왕이 된 측천무후, 가미가제를 탄생시킨 제국주의 일본, 국민들을 학살하고 걸프전을 일으킨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우리나라에서 히틀러 같은 괴물이 없는지 찾아보다가 우리는 그렇게까지 집단적으로 비이성적인 역사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전두환, 그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히틀러만큼 비이성적인 역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사건이지만, 그에 저항하고 옳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상식이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전두환은 시민들에 의해 정권을 연장하지 못하고 굴복했기에.

 5.18 당시 작전을 수행했던 군인들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폭력을 행사했던 무리들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망상은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더 이상 지켜야 할 권력과 돈이 얼마나 남았기에 그들은 아직도 집단 최면상태에 빠져있는 것일까. 죽음을 앞에 두고도 지켜야 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길래. 그의 명예와 수치, 염치, 역사와 맞바꿀 정도로 귀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는 정말로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믿고 죽었던 것일까.

 그의 죽음으로 그의 죗값과 사과는 땅속에 파묻히고, 피해자와 유족들, 당시를 살았고 기억하는 모든 국민들의 한은 갈길을 잃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