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있다가 떠날 집이 아니라 내가 쫓겨나지 않을 집, 할머니랑 우리 가족들이 살던 집, 내 어릴 적 첫 추억들이 있는 집이어서 그런지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더 아늑하고 기분 좋아지는 곳이었으면 한다. 남들에게 예쁨 받았으면 좋겠다.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을 넘어 더 원하게 된다. 그래서 인테리어라는 분야가 나오게 된 걸까? 우리 집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서 꾸미는데 쉽지는 않다. 내가 채우기에 우리 집은 갑자기 넓어졌고, 내 통장은 얇다.
안 하던 걸 하려니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겠다. 원룸에 살 때는 살림을 줄이는데 급급했다. 지금은 어떻게 채워야 잘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 커튼을 레이스로 달아보았다.
레이스 커튼
햇빛을 가리는 데는 효과가 거의 없다. 사실 인테리어 소품은 실용성은 그다지 없다. 보면 예쁘지만 청소할 때 걸리적거리고 쓸데도 없으면서 조그만게 되게 비싸다. 오로지 내 감성을 채우기 위한 물건들이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을 자꾸 사서 배치해놓는다. 돈을 제일 많이 쓴 곳은 아마 캔들일 것이다. 캔들과 캔들 홀더를 엄청나게 사재 꼈다.
구입한 캔들과 캔들홀더
캔들은 실용적인 기능도 있는데, 집안에 냄새를 잡아준다는 것이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캔들을 꼭 켜놓는다. 이케아에서 대량으로 파는 티라이트도 있고, 모양이 있는 오브제 캔들과 긴 테이퍼 캔들도 있다.
오브제 캔들은 태우면서 모양이 흐트러져서 거의 관상용으로 놔뒀다. 태우지 않아도 향기가 퍼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초를 켜고 바라보는 과정 그 자체로 힐링이다. 향초는 그만의 포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오브제 캔들
캔들 홀더도 나무, 유리, 도자기 다양하게 샀다. 원래 깜찍하고 독특한 소품들을 좋아하는데, 집 분위기랑 다른 소품들과도 맞추려니 깔끔하고 무난한 소품을 고르게 된다. 톡톡 튀는 소품을 보면 확 끌리지만 결제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이런 취향 변화도 나이가 들기 때문인가 싶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걸 선택하게 된다. 캔들도 여러 색 중에 베이지, 아이보리, 파스텔톤만 샀다. 이런 색들이 아무거랑 다 잘 어울리고 질리지 않는다.
캔들 홀더들
요가 방에는 요가에 어울리는 인센스를 놓았다. 인센스 홀더는 요가 선생님한테 선물 받은 건데 심플하고 마음에 든다. 모포는 언니가 소품으로 쓰던 건데 이사 가면서 줬다. 인센스는 향이 강해서 피우지 않아도 방안에 향기가 가득 담긴다.
인센스와 인센스 홀더
꽃도 놓고 싶어서 꽃병을 사다 놓았다. 어릴 때는 꽃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꽃이 좋아진다.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취향도 따라간 건지도 모른다. 꽃은 비싸서 자주 놓지는 못한다. 특별한 날에만 사다 놓는다. 꽃향기는 향초랑 다른 싱그러움이 있다. 신선하고 살아있는 느낌이다.
꽃병과 꽃
내 취향은 향기 인테리어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소품은 향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향기가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집은 좋은 냄새가 나네~"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우리 집도 그런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탈취제로만 냄새를 조절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눈도 즐겁고 코도 즐거운 소품들로 꾸미고 있다. 그 과정 또한 즐겁다.
운명처럼 집에서 2분 거리에 캔들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왠지 내 지갑을 얇게 만들 것만 같다. 하지만 단골이 돼서 사장님과 친해지고 싶기도 하다. 항상 인터넷으로만 캔들을 구매했는데 직접 보고 향을 맡아보고 구매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무드라는 단어에 꽂힌 갈 어찌 알았는지 가게 이름도 무드
집에 있으면 편안함에 더해 기분 좋음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집에서 안락함을 느끼면서 리프레시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