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바라본 바다는

낙서장

by mixtape

혼자서 바라본 바다는 평온하면서도 어딘가 무서운 구석이 있어요. 밤바다는 특히 더 그렇죠. 밤바다 주변의 모래사장을 타박타박 거닐다 보면, 어렸을 적 뛰어놀던 미세한 추억과 함께 물 밀려오듯 저를 덮쳐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대와 함께 걸었던 기억. 밤바다를 두려움보다도 감성 돋게 해주었던 커다란 가로등의 불빛과 지나가는 행인의 웃음소리. 아니, 아마 제 곁에 그대가 있었기에 저는 두렵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진동과 지금의 괴리감을 설명할 수 없는걸요.


물론 그 당시에도 두려움은 있었습니다. 저 머나먼 밤바다 너머를 보고 있자니 불확실한 미래와 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추억이 아니라 ‘기억’이라 함은, 대개 추억은 기억보다 좀 더 미세하고 흐릿한 파형을 띠는 특성이 더 강한 것 같아서예요. 아직까진 제 눈앞에 떠내려오는 이 기억을 추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선명하네요.


음, 아무쪼록 잔잔하게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찰랑찰랑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고, 소금기 가득한 바다 내음이 밤공기와 섞여 조화를 이룹니다. 저는 부드러운 모래알을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즐기고 난 뒤에는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묻어 있는 모래알을 씻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습니다. 운이 안 좋으면 유리 조각을 밟을 수도 있겠죠.


이상하게도 제게 바다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뭐, 이상할 것까진 없을까요. 생명의 시작점이라는 것 이외에도, 제게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일까요. 어렸을 적에 보았던 바다와는 꽤 느낌이 다릅니다. 앞으로 몇 번 더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쯤에 한 번 더 걸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때쯤이면 걸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말하고 보니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내일 저녁 메뉴부터, 코앞에 닥친 시험 문제나 앞으로의 진로, 버텨 나가야 할 남은 일수부터,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까지. 예측할 수는 있겠지만 확실한 건, 언젠가 있을 끝이 있다는 것뿐이겠죠. 모르기 때문에 캄캄해 보일 수 있지만, 모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바다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혼자 바다에 가보는 것도 생각 정리가 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정리’라기보다는, 바다를 바라보면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생각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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