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천의 아침은 고요하다

by 북장

교문 앞에서 그녀와 헤어진 후 발길을 제민천으로 돌렸다.


아침 8시 30분.

찻길은 누군가를 실어 나르는 차들로 분주하다.

차들을 뒤로하고 제민천길로 내려가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졸졸졸 흐르는 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고요함을 채운다.

출근길, 등굣길의 분주한 발걸음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듯 제민천은 천천히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아침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것은 오리 가족의 배고픈 발장구뿐.



잠에서 막 깨어나는듯한 제민천의 모습이 낯설다.

하긴, 이 시간에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줄 알았겠나.

덕분에 제민천의 새로운 모습을 가슴에 품게 되고.




이제는 까치네 집이 어디인지, 비둘기네 집이 어디인지 알 것 같다.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존재감을 몇 번 만나다 보니 제민천에 사는 동물들의 집이 보인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다.

작고 동그란 몸의 귀여운 박새, 아기가 있는 하얀 두루미 가족, 햇빛 아래 몸을 동글게 말고 있는 고양이들.

오늘의 산책길에도 열심히 두리번거린 덕분에 마음 따뜻한 광경을 많이 만났다.

고양이 가족의 식사를 챙겨주는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 고양이들과 대화를 나눠오신 듯하다.

할아버지의 부름에 조심조심 다가오는 녀석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곳곳에 고양이를 위한 집들이 많은 것을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의 힘은 아닌 것 같다.

제민천을 나른한 표정으로 활보하는 고양이들이 많은 것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길 덕분이었구나.




9시 근처가 되니 제민천에 조금씩 활기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제민천의 고요함도 마음에 들지만 난 역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생동감이 가득 차는 제민천이 더 좋다.

제민천의 생동감을 위해 내일도 부지런히 발걸음을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