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치 보는 엄마

따님 축구 훈련을 바라보며

by 북장

"11월 대회를 찾다가 아이들 레벨에 맞는 대회를 찾아서 이번 대회까지 출전을 하려고 합니다. 빠른 시간 안에 대회 출전을 신청할 친구들 말씀해 주시고 마지막 대회이니 모두 출전 부탁드립니다."


올해 마지막 축구 시합 일정이 나왔다.

장소가 무려 2시간 거리의 경기도 광주란다.

저번 시합 때도 1시간 반 거리의 경기장으로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새벽부터 아침식사와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준비를 시키고, 운전을 하고, 하루종일 경기장에서 뒤치다꺼리할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이는 대회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이 손흥민이 되어 골을 넣은 것 마냥 신이 났다.

"꼴찌해도 괜찮아! 친구들이랑 축구 시합하면 정말 재밌겠다!"



아이들의 신나는 마음과 달리 엄마들은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아무도 단톡방에서 먼저 나서 출전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멀어도 너무 멀다.

새벽부터 이동하기보다는 시합 전날 주변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이 나을 듯한데.

이런 건 클럽에서 주선을 안 해주나.

아, 얘네 1학년이지.

엄마 품에 낑겨들어 자는, 초등부에서는 아직 한참 아기들이라는 걸 깜빡했다.

조용히 무료 취소가 가능한 숙소를 예약해 놓는다.


선수 확보가 안 된다.

7명이 주전 선수로 뛰어야 하고, 후보 선수도 있어야 하는데 1학년 선수가 모두 합해 고작 10명이다.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야 되는 친구, 부상당한 친구, 개인사정이 있는 친구 등.

우리 8명을 모을 수 있을까.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펑크가 나길 바라는 걸지도.


클럽의 상황이 이상하다.

여름방학 전 1학년 선수반 입단을 위해 테스트를 봤다.

그전까지는 취미반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고 같은 클럽 내의 선수반이라 또 한 번 친구 따라 강남 갔다.

그렇게 한여름의 뙤약볕과 소나기 아래에서 야외 훈련을 시작했고 아이들은 지금도 힘차게 뛰고 있다.

그런데 선수반이 클럽에서 분리되면서 취미반과 기존 클럽이 공중분해되었다.

1학년은 선수반이라는 명목 하에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유소년 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로 붕 떠있다.

그 사이 클럽의 이름은 또 한 번 바뀌었다.

그것조차 바로 지난 대회 직전에 알게 된 사실.



복잡한 사정은 어른들의 몫이라지만 명확한 정리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엄마는 그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 뛰는 게 좋아, 코치님께 칭찬받는 것이 좋아 아이는 축구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시합 신청을 바로 하는 것이 맞겠건만 엄마는 오늘도 눈치를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사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