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니.
우린 아직 30대 중반인데.
넌 아직 30대 초반인데.
괜히 피곤한 것이 갑상선 문제인 것 같이 느껴진다.
일을 할 때보다 쉬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쉽게 깔아지고 체력도 회복이 잘 안 되는 것이 건강문제로 크게 와닿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 문제가 있다.
올해 양가 어머님을 번갈아 모시고 가며 유방검사와 수술을 받으러 대전에 몇 번을 오고 갔다.
초반에는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검사 후딱 끝내고 맛있는 거나 먹자 싶었다.
그런데 중반부터는 억지로 분위기를 띄워야 했다.
유방에 있는 석회와 혹이 추적검사 기간 동안 변하는 게 한눈에 보였다.
농사일이 적은 겨울로 수술 날짜를 예약하고 돌아오는 길은 사람 북적이는 식당에 있어도 미묘하게 가라앉는 분위기가 수시로 만들어졌다.
시댁의 걱정은 보험 하시는 작은어머님의 한 마디에 언제 그런 걸 걱정했냐는 듯이 사르르 사라졌다.
"어머, 형님. 난 그거 맘모톰 시술 네 번이나 했잖아. 걱정 말아요."
그거 정말 별 거 아닌 거 맞나요.
그 과정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문득 내 유방이 걱정되었다.
오늘 유방과 갑상선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내 검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마음은 순식간에 당황으로 바뀌었다.
유방 엑스레이 촬영은 이런 거구나.
간호사가 있는 힘껏 유방을 앞으로 밀어내고 촬영기계의 힘으로 유방을 누르고 또 누른다.
젖몸살이 떠오르는 그 짜릿한 고통이라니.
의사 선생님이 초진으로 이것저것을 물어보셨다.
"유방에 혹이 느껴지거나 통증이 있으세요?"
"아니요. 전혀 없어요."
"어엄, 증상이 없으시면 비급여가 돼서 비쌀 텐데."
"괜찮아요!"
선생님의 떨리는 눈빛이란.
'쟤 뭔데 저렇게 해맑지?'
어두컴컴한 초음파실로 자리를 옮겼다.
물컹하고 따뜻한 젤이 몸에 툭.
원래 초음파 젤이 이렇게 따뜻했었나.
예전의 기억으로는 차가웠던 거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한 손에는 초음파 기계, 다른 손에는 마우스를 쥔 채 손을 놀린다.
귓가에 울리는 딸깍딸깍 소리에 점점 내 몸이 경직되어 갔다.
혹을 발견하고 길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오른쪽 유방에서 세 개, 왼쪽 유방에서 여러 개가 덩어리 진 혹을 찾아냈다.
갑상선을 본 목에서는 물혹이 여러 개다.
"혹시 왼쪽 가슴에서 통증 느끼거나 한 적 없으세요?"
"가슴 통증이 있어서 심장 관련해서 검사받은 적이 있어요. 아무 문제없다고 했지만요."
"보통은 왼쪽 가슴 통증을 느끼시면 겉에 있는 유방을 먼저 살피는데 심장으로 바로 가셨네요."
"그런 거예요? 전 심장에 문제 있는 줄 알고."
"여성은 왼쪽 유방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물론 지금 검사했고 문제없는 걸로 봐도 괜찮을 거 같아요. 가슴 통증은 치료가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든요."
"아, 가슴 통증이 유방 문제였구나."
"왼쪽에 뭉쳐있는 혹들만 예의 주시하고 6개월 뒤 보죠."
20살 때부터 있어온 가슴 통증의 원인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내 가슴과 목에 혹이 이렇게 많다니.
문제없다는 걸로 진찰 결과를 말씀해 주셔서 가볍게 병원을 나왔지만 뒤늦게 생각이 깊어진다.
왜 어렸을 때 산부인과를 멀리 했던 것처럼 유방외과를 멀게 여겼던 걸까.
미리미리 다녔다면 내 몸을 더 잘 알고 관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가슴 통증의 원인을 찾게 돼서 다행인 걸까.
혹의 개수가 어머님보다, 엄마보다 더 많은데.
이거 괜찮은 거 맞나.
나쁜 변화가 없어야 될 텐데.
그래도 괜히 사서 걱정을 한 덕분에 미리 내 건강을 챙길 수 있음에 감사하자.
건강은 사서 걱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다.